'삼풍 참사' 세 딸 곁으로…장학재단 세운 정광진 변호사 별세

'삼풍 참사' 세 딸 곁으로…장학재단 세운 정광진 변호사 별세

2023.05.22. 오전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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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참사' 세 딸 곁으로…장학재단 세운 정광진 변호사 별세
고 정광진 변호사와 부인 이정희 여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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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세 딸을 잃은 뒤 장학재단을 설립한 정광진 변호사가 19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정 변호사는 1963년 제1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3년 동안 판사로 재직하다 시각장애를 겪던 큰딸 윤민 씨의 치료비 부담을 위해 1978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윤민 씨는 시력을 모두 잃고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석사 학위를 받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서울맹학교 교사가 됐다.

그러나 교사로 임용된 지 겨우 9개월 만인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동생 유정, 윤경 씨와 함께 참변을 당했다. 세 자매는 집에서 쓸 생필품을 사러 백화점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날한시에 세 딸을 잃은 정 변호사는 참사 보상금 7억 원과 개인 재산을 더해 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이를 큰딸의 모교이자 첫 직장인 서울맹학교에 기증했다. 재단 이름은 딸들의 이름에서 따와 '삼윤장학재단'이라고 지었다. 고인은 당시 "맹인 학생들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것을 봐왔다"며 "삼윤장학재단은 특히 이들에게 힘이 되고자 한다"라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부인 이정희 씨는 "맹인들에게 빛이 되고자 했던 윤민이의 못다 이룬 꿈을 우리 부부가 대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은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분 중 한 명이었다"고 밝힌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모의 글을 올리고 "아저씨가 이제는 딸들과 함께 계실까. 그랬으면 좋겠다. 정 변호사 아저씨 편히 쉬세요"라며 영면을 기원했다.

YTN digital 서미량 (tjalfid@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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