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한 신혼 무너뜨린 '전세 사기'...처벌은 솜방망이?

단란한 신혼 무너뜨린 '전세 사기'...처벌은 솜방망이?

2023.04.26. 오후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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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광연 앵커, 박석원 앵커
■ 출연 : 박정현 사회1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큐]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은데요,

전 재산을 날리고 빚까지 떠안은 피해자들의 삶은 철저히 부서지는 데 반해 가해자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사회1부 박정현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9년 동안 피해자 부부의 마음고생이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일 텐데요,

두 사람이 소송에서 이겼는데도 돈을 돌려받지 못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부부는 사기를 당하고 2년 만에 민사 소송에서 보증금을 모두 돌려주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추심 절차까지 진행했지만, 부부와 계약했던 법인 임대인 측에는 잡힌 재산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부부가 회사 주소로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는데 성인용품을 팔던 빈 사무실이었습니다.

깡통 법인으로 의심됩니다.

부동산 사기 전문 변호사들은 이처럼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깡통 법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부부가 기댈 구제책은 없었나요?

[기자]
네,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이긴 부부는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거란 희망에 무려 2년 동안 대출 이자를 꾸역꾸역 갚아 나갔습니다.

하지만 임대인 측이 돈이 없으니 징역을 살겠다며, '배 째라'는 식으로 버텨 돈을 받을 길이 없었습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조금이라도 빚을 탕감받기 위한 개인회생이었습니다.

부부는 이 과정에서 주변 시선 때문에 다시 한 번 상처받고 움츠러들었다고 토로합니다.

부주의했기 때문에, 또 잘못해서 사기를 당한 거라며, 오히려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겁니다.

[A 씨 / 전세 사기 피해자 :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이런 일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을 못 했어요. 점점 위축되고, 밖에도 못 나가겠고, 자꾸 숨게 되고, 계속 사람을 바닥 끝까지 끌어내리더라고요.]

[앵커]
이처럼 피해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사기범들은 정작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죠?

[기자]
네, 마침 어제(25일) 수도권 일대에서 '깡통 전세'로 전세 보증금 70억여 원을 가로챈 이른바 '빌라의 신' 1심 선고가 나왔습니다.

일당 모두 사기죄가 인정돼 주범 최 모 씨는 징역 8년, 공범 권 모 씨와 박 모 씨는 각각 징역 6년과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최 씨와 권 씨에겐 검찰 구형보다 1년 무거운 형이 내려졌는데,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피해자 수백 명에게서 수백억 원대를 앗아간 범죄자에겐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라는 겁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빌라의 신' 전세 사기 피해자 : 완전 불만이죠. 8년이라면 나 같아도 어디 가서 사기 쳐서 돈 많이 어디다가 감춰놓고 8년 선고받고 나온 다음에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전세 피해자들은 그 돈이 어떻게 보면 직장생활 하면서 모은 모든 돈인데….]

[앵커]
전세 사기가 임대인 혼자 저지르긴 쉽지 않은 구조잖아요?

공인중개사들이 가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습니까?

[기자]
피해자들에게 매물을 소개하고 계약하도록 꼬드겨서 리베이트를 챙긴 공인중개사들은 사실상 공범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경기 구리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벌어진 전세 사기에서도 공인중개사 40여 명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요,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하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허위매물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공인중개사 가운데 90% 가까이 역시 과태료나 경고 같은 경징계에 그쳤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전세 사기 일당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기자]
네, 경찰은 380억 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인천 건축왕을 비롯해 빌라의 신 등 18건을 조직적 사기로 의심하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인중개사 같은 단순 가담자도 조직 범죄의 형량을 적용받아 단순 사기죄보다 무겁게 처벌받게 됩니다.

또, 사기죄로는 할 수 없는 범죄 수익의 몰수와 추징이 가능해집니다.

다만, 건축왕 남 씨 일당의 경우 재산이 피해 액수보다 한참 모자라서 피해자들이 떼인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또, 남 씨가 범죄단체조직죄로 추가 기소된다고 해도 받을 수 있는 최고형이 늘어나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범죄단체조직죄는 범죄 단체를 만든 목적인 범죄의 형량으로 처벌하기 때문입니다.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인데, 남 씨의 경우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지른 가중 규정에 따라 최고형의 절반인 5년을 더해 최대 15년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조직에선 지위와 상관없이 모두 같은 형량으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법정 최고형이 올라가진 않는 겁니다.

[앵커]
처벌만큼 피해자 구제도 중요한데요,

정부가 내일(27일)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는데, 어떤 내용이 담기나요?

[기자]
특별법의 핵심은 정부의 우선매수권 행사입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경우, 세입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집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건데요,

임대로 계속 살기를 원하는 경우에도 공공에서 임차인의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공공임대주택으로 재임대 해주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전셋집이 아직 낙찰되지 않은 피해자에게만 대책이 적용된다는 겁니다.

이미 경매 낙찰이 끝난 주택의 세입자는 집을 비워줘야 하는 건데요,

때문에 피해자들은 낙찰자가 피해자 사정을 고려해 낙찰 취소 등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고안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천 건축왕 전세 사기 피해자 : 경매 낙찰 당한 세대들한테는 실효성이 없는 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거는 여전히 똑같고요. 차라리 (낙찰을)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면 저희에게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해요.]

[앵커]
일각에서는 '전세 사기' 피해 구제와 관련해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죠?

[기자]
네, 왜 유독 전세 사기에서만 정부가 개인 간 거래에서 발생한 피해를 책임져야 하느냐는 건데요,

앞서 만난 피해자 부부는 자기들 사례와 같이 전세 사기는 이전부터 횡행했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해온 끝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전세 사기가 사회적 재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9년 만에 취재에 응하기로 한 이유도 최근 피해를 겪은 분들을 같은 피해자로서 위로하고,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고 전했는데요,

전국에서 전세 사기 문제가 속출하는 가운데, 피해자들이 더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실질적으로 돕고, 사회 전체가 심리적으로도 지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1부 박정현 기자와 짚어봤습니다.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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