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아기 절반 이상 입양도 막혀...대책은?

'베이비박스' 아기 절반 이상 입양도 막혀...대책은?

2023.02.20. 오전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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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양육 포기"
10∼20대 미혼모, 출생 신고 꺼리는 경우 많아
"친모 신상정보 가리는 ’보호출산제’ 도입 필요"
"양육 쉽게 포기할 수 있는 환경 생길 것"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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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박스', 이 가운데 국내 1호 베이비박스에 올해 들어서만 아기 12명이 맡겨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의 상당수가 출생신고조차 될 수 없는 상황이라, 양부모를 만나는 일도 불가능합니다.

출생신고 기준을 낮춰서 아이가 새 가정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반론도 상당합니다.

윤성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갓난아기 2명을 한꺼번에 돌보는 봉사자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모두 지난달 태어나 부모의 보살핌이 한창 필요한 신생아들입니다.

그러나 태어나자마자 교회 옆 이른바 베이비박스를 통해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이곳에 위탁된 아기가 올해 들어서만 12명입니다.

담요가 마련된 70cm 폭의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데요,

문을 열면 안쪽에서 자동으로 소리가 울려 직원들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곧바로 나와 아이를 두고 가는 이를 상담하면, 열에 아홉은 경제적인 상황 탓에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자신의 출산 기록을 남기는 걸 꺼리는 10대와 20대 미혼모들은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황민숙 / 위기영아보호 상담지원센터장 : 청소년 한부모들이 많은 편이에요. 아직 자립 준비들이 거의 안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준비 안 된 엄마들은 출생 신고를 할 수 없는 거죠.]

입양특례법은 이렇게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은 아이들이 입양 절차를 밟는 걸 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이 106명 가운데 65명은 끝내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고, 그 결과 새로운 부모를 찾는 대신, 보육원 등 시설로 보내졌습니다.

친모의 신상정보를 가리는 '보호출산제'를 도입해서 미혼모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출생신고 기준을 완화하면 양육을 쉽게 포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거란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영아 유기를 오히려 부추긴다는 비판이 베이비박스에도 쏟아지는데, 운영하는 단체 측은 태어난 아기들을 살리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고 호소합니다.

[이종락 /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 :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한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구나 하는 것, 이게 있기 때문에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존재는 해요. 법, 제도, 행정, 복지가 잘 되면 안 들어오겠죠.]

전문가들은 친부모가 아이를 기를 수 없는 경우, 아이가 좋은 양부모를 만나서 새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조언합니다.

그러나 출생신고가 입양의 장벽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는 게 어린 생명을 더 보호할 수 있는 길인지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YTN 윤성훈입니다.



YTN 윤성훈 (ysh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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