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와 가스 중 하나만 혜택"...에너지 바우처의 함정

"전기와 가스 중 하나만 혜택"...에너지 바우처의 함정

2023.02.02. 오전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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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에너지 바우처'는 취약계층에게 전기, 도시가스, 연탄 등 각종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최근 '난방비 대란'이 이어지며, 정부가 이 에너지 바우처 지원 금액을 두 배로 늘린다고 발표했는데요,

하지만 지원액이 늘어나도 마음껏 쓸 수는 없다고 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박정현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기초생활수급자인 원 모 씨는 하루 한 번, 씻을 때를 제외하고는 난방을 틀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은 기본요금인 천백 원만 나왔습니다.

[원 모 씨 / 서울 고덕동 : 가스 사용은 아침에 샤워할 때라든가, 설거지 그럴 때만 잠깐 써야 하는 거고….]

현재 실내 온도는 9도입니다.

난방을 하지 않아 바닥을 만져보면 냉기가 그대로 올라옵니다.

1년에 15만 원 남짓 하는 에너지 바우처를 받으면서도 한겨울에 마음 편히 난방을 떼지 못하는 건 전기와 도시가스, 지역난방 가운데 딱 한 가지 품목만 바우처로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 씨는 셋 중에 전기요금을 내는 데 바우처를 쓰기로 해서 난방 요금은 지원받지 못하는 겁니다.

[원 모 씨 / 서울 고덕동 : 전자제품이 아무래도 현대생활엔 더 많으니까. 둘 중에 하나 선택을 하니까. 전기를 하면 가스가 바우처가 안 돼요.]

기록적인 한파에 에너지값 폭등까지 겹치자 정부는 이번 겨울 에너지 바우처 액수를 15만 2천 원에서 30만 4천 원으로 두 배 높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요금을 차감할 품목을 지금처럼 중복 선택할 수 없도록 막아둔 만큼, 바우처 금액을 올린 효과도 미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1개 품목만으로는 전체 지급액을 채우기 어려운데, 잔액은 다른 데 쓸 수도 없어 무용지물입니다.

전기와 도시가스 등에서 바우처를 나눠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어 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원 모 씨 / 서울 고덕동 : 좀 많이 쓸 때는 월별로 만 5천 원 정도 나와요. 겨울철 한 4개월 따지더라도 기껏 써봤자 6만 원이면 많이 쓰는 거예요.]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바우처가 민간 사업자들과 연계돼 프로그램상 데이터를 통합하기 까다로워 중복 할인을 막아 왔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실물 카드를 통해 바우처 지원 금액을 직접 입금받는 경우 중복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요금 차감 방식도 올해 안으로 중복 할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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