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속 '고데기 온도 체크' 실화? "심지어 화상 딱지 손톱으로...고문이었다"

'더 글로리' 속 '고데기 온도 체크' 실화? "심지어 화상 딱지 손톱으로...고문이었다"

2023.01.13. 오후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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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3년 1월 13일 (금요일)
□ 진행 : 이현웅 아나운서
□ 출연: 나현경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현웅 아나운서(이하 이현웅): 주연 송혜교, 극본 김은숙. 로맨틱 코미디 장인들이죠. 그런데 이들이 만들어낸 복수극이 최근 화제입니다. 학교 폭력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여주인공이 가해자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더 글로리> 이야기인데요. 하지만 이 드라마가 나온 이후 잔인한 학교 폭력 장면을 두고 현실은 더하다, 더 잔혹하다는 평가와 증언들이 잇따르면서 학교 폭력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10년의 교단 경력을 가진 교사 출신 변호사, 나현경 변호사와 이 이야기 다뤄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십니까?

◆ 나현경 학교 폭력 전문 변호사(이하 나현경): 안녕하세요.

◇ 이현웅: 요즘 연일 화제가 돼서, 짧게 줄거리만 보려고 처음에는 1시간짜리 편집 영상으로 봤다가 스토리 구성이나 배우들의 열연으로 ‘이건 이렇게 볼 게 아니다’ 하고 현재까지 공개된 파트1 영상을 모두 시청했는데요.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많은 드라마가 있었지만 <더 글로리>는 하루 사이에 정주행할 만큼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변호사님처럼 하루 사이에 이걸 정주행하기도 하지만, 1화를 다 못 보는 분들도 제 주변에 많아요.

◆ 나현경: 그렇죠. 저도 건너뛰기를 좀 했습니다.

◇ 이현웅: 학교 폭력 장면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그 장면이 너무 잔인하게 나오기 때문에 이걸 차마 보기가 힘들다라면서 1화를 다 못 보고 그만두는 분들도 많거든요. 사실 최근에 또 공개가 됐었던 <지금 우리 학교는>도 마찬가지고요. 여러 작품들에서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는데, 마음이 썩 좋지가 않습니다. 교단에 계실 때도 이런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셨습니까?

◆ 나현경: 네, 사실 교직 생활을 하는 동안 교사는 하루에도 학교 폭력으로 분류될 수 있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수십 회씩은 접하게 되는데요. 제가 2006년에 처음 교단에 섰을 무렵부터 2020년에 의원면직을 했을 때까지 1수년이 흐르는 동안 교실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엄격하게 꼬집을 수 있는 교사의 입지가 눈에 띄게 좁아졌고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는 등 많은 변화를 거치면서 학교 폭력이 양적으로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학교 폭력의 다양한 양상이나 높아지는 수위를 온몸으로 체감했던 것 같습니다.

◇ 이현웅: 변호사님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죠?

◆ 나현경: 네, 맞습니다.

◇ 이현웅: 중고등학교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초등학교도 이런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한가요?

◆ 나현경: 수위가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학교 폭력이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의외로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이현웅: 그렇군요. 그리고 이 드라마 속 장면을 좀 살펴볼 텐데, 많은 분들이 시청을 포기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고데기로 열 체크하는 장면이거든요. 이거는 현실에서 이러지는 않겠죠?

◆ 나현경: 현실에서 안타깝게도 드라마 속의 일부 행위들은 실제 발생한 일들을 소재로 삼은 것인데요. 2006년에 청주 소재 한 여자중학교 3학년생이었던 A양이 같은 학교 동급생들에게 고데기, 옷핀, 책 등으로 고문을 당해서 팔, 다리, 허벅지, 가슴에 상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A양은 나중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꼬리뼈가 튀어나오고 화상 정도가 심해서 5~6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요. 당시 A양은 언론에 “며칠 간격으로 고데기 온도 체크가 진행됐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 틈이 없었고 또 가해 학생들은 심지어 아물던 딱지를 손톱으로 떼기도 했다”면서, “그들이 한 짓은 고문이었다”라는 이야기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어쩌면 이렇게 드라마보다 더 끔찍했을 사건의 주범인 가해자는 결국 구속됐지만 이후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이현웅: 제 상식선에는 그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가 나오는 폭력은 행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그러지 않나 봐요?

◆ 나현경: 네. 현실 속에서 더 끔찍한 일들이 종종 발생하는 상황들이 안타깝습니다.

◇ 이현웅: 그렇군요. 정말 뉴스로 알려지는 학교 폭력 수위를 봐도 상당하고요. 그 외에도 혹시 직접 보거나 혹은 이런 사건을 다루거나 하면서 접한 학교 폭력 사례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나현경: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했을 때 한 학생이 어눌하다는 이유로 여러 명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는데요. 하루는 피해 학생을 주도적으로 괴롭히던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의 팔을 밟아서 엑스레이를 찍으러 병원에 다녀오는데, 가해 학생 학부모가 교실로 찾아왔기에 당시 저는 ‘사과하러 왔구나’ 생각했지만 ‘피해 학생은 도대체 뭐가 문제기에 자꾸 우리 아이와 부딪히냐’는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피해 학생 탓을 하는 학부모를 보면서 가해 학생이 가해자가 된 이유에 대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었고요. 변호사로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는, 가출 청소년들이 모텔이나 원룸에서 생활하면서 숙박비를 벌기 위해 가출팸 무리 중 일부 여학생들에게 폭행, 협박으로 성매매를 강요한 사안인데요. 성매매를 강요당한 피해 여학생들은 가해자들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를 해서 형사 절차는 진행하면서도, 자신이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을 학교 측에 공개하기를 꺼려해서 학교 폭력 신고는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가해 학생들은 형사처벌은 받았지만 학교 폭력 처분은 받지 않는 반사적 이익을 누렸는데요. 형사적으로는 상당히 중범죄였지만 아이러니하게 학교 폭력으로는 다뤄지지 않았던 사건이었습니다.

◇ 이현웅: 이런 게 작품 속에서도 드러나지만, 꼭 영상이나 사진 같은 걸 찍어서 입막음을 하더라고요? 그런 경우도 상당히 많았던 것 같고. 그 드라마 속에서 보면 학교, 그러니까 선생님이나 혹은 극중에는 어머니로 나오는데 가족이 가해자의 일부가 되기도 하거든요. 그런 경우들도 있습니까?

◆ 나현경: 드라마 상에서 좀 더 극적인 면을 살리기 위해서 만든 설정이기를 바라기는 하는데요.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 이현웅: 이렇게 학교 폭력 가해자들을 보면 제 학창 시절을 떠올려 봐도 조금은 돈이 있고 흔히 말하는 ‘빽’이 있는 친구들이 이런 경우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또 그에 따라서 이렇게 학교나 가족이 일부 가해 행위를 옆에서 돕는 모습들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실제적인 물리적인 폭력 말고도 또 이런 건 학교 폭력이라 할 수 있는 행위들이 있나요?

◆ 나현경: 네, 그렇습니다. 형법상의 범죄로 규정되지 않더라도 피해 학생의 정신 등에 피해를 줄 만한 행위가 있었다면 학교 폭력으로 평가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사내에서 성인들 간의 따돌림은 형법상의 범죄 행위는 아니지만, 초중등 학생들 간의 따돌림은 학교 폭력 예방법이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학교 폭력에 해당합니다. 또 학생이나 부모님들께서 쉽게 간과하는 행위 중에 하나는 뒷담화인데요. 학생들 간에 너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지만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내용으로 뒷담화를 한 경우에 이 내용이 전파 가능성, 즉 대화 당사자를 벗어나서 타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이라는 이름으로 형법상의 범죄이자 학교 폭력 처분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 이현웅: 그렇군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합당한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학교 폭력 사례들 인터넷에 올라오는 거나 이런 거 보면 그렇지가 않거든요. 이게 잘 이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나현경: 드라마에서처럼 학교에서 특수상해 사건이 발생했는데 아무런 처분이 없다, 이런 설정은 요즘 상황에서는 조금 극단적인 이야기이긴 한데요. 현실에서는 처분은 있되 때때로 지역이나 사안에 따라 제각각인 처분의 수위를 문제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단위 학교에서 열리던 학교 폭력위원회가 지역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로 이관되면서 예전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유사한 수준의 학교 폭력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처분의 수위가 다른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교육부 등 관련 부처에서 학교 폭력이 풍부한 사례를 담아 처분의 수위를 공개하거나 보다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 이현웅: 이렇게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폭력이 많은 학교가 좋은 건가, 적은 학교가 좋은 건가. 당연히 적은 학교가 좋겠지만 그러니까 그만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폭력들이 많으니까요. 예를 들어 학교 폭력 사례가 많거나 그러면 지원이 끊기거나 그런 것도 있나요?

◆ 나현경: 그렇지는 않고요. 오히려 그런 학교 폭력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경우에는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이현웅: 오히려 은폐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죠?

◆ 나현경: 그렇습니다.

◇ 이현웅: 수면 위로 올려서 충분히 많이 다뤄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왜 그러냐 하면, 극중에서도 그렇지만 법적 처벌 대신에 사적 복수를 택하잖아요, 주인공이. 이게 결국은 사법체계의 맹점을 좀 지적하는 그런 부분인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 나현경: 자구행위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공권력의 개입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 나서는 행위를 말하고요. 한 개인에 대한 권리 침해를 다른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맡길 수는 없기 때문에 법치주의 국가라면 자력 구제가 금지되는 것이 당연하겠죠. 하지만 자력구제 금지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적법 절차에 따른 결과가 정의와 공평에 부합하는 사회적인 환경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드라마 속 현실은 그렇지를 못해서 주인공이 계획하는 복수를 시청자들은 응원하게 되는데요. 한 개인이 온 생애를 바쳐서 준비하는 정의 구현 현실에서는 사법부의 역할이 되어야겠고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그러한 정의 구현이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점검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 이현웅: 학교 폭력이 일어났을 때, 제가 아는 수준에서는 학교 자체에서 조사를 하고 또 생활기록부 같은 데에다가 조사 결과를 남기고 이런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교내에서의 처분만 이뤄지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형사처벌이나 이런 것들도 있습니까?

◆ 나현경: 형사처분과 행정처분인 학교 폭력 처분이 같이 내려지는 거고요. 이 둘은 각각 수사기관과 교육지원청에서 독립한 별도의 절차로 진행됩니다.

◇ 이현웅: 그렇군요. 그 드라마 속의 내용 범죄를 살펴보면,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 나현경: 네, 드라마 속에서 이뤄지지 않았지만 처벌이 현실적으로 내려진다면 주인공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만 살펴보면 여러 명이 공동으로 위험한 물건인 고데기를 휴대하여 살갗을 지진 행위는 폭력행위처벌법상 특수상해에 해당하고, 여러 명이 무단으로 집에 들어간 행위는 특수주거침입, 춤을 추거나 화장실 락스 청소를 요구한 행위는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한 것으로 강요죄에 해당하는데요. 폭처법상 특수상해죄의 법정형만 1년 6개월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고요. 가해 학생들은 고등학생으로 소년법상의 소년이지만 그 동기와 죄질이 형사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이므로 보호 처분이 아닌 일반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면 실형 선고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학교 폭력 가해 학생 처분으로는 여러 명이 공동하여 야간에 흉기를 휴대하여 상해, 이러한 서술어가 적용되는 만큼 현실이라면 전학 또는 퇴학에 이르는 중징계가 가능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 이현웅: 그렇군요. 방금 ‘소년법상의 소년’이라고 말씀을 해 주셨는데, 그러면 학교 폭력에도 똑같이 촉법소년은 적용이 되는 건가요?

◆ 나현경: 학교 폭력의 대상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거의 소년들이랑 동일하게 적용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이현웅: 그러면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나 처벌 안 받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 나현경: 이게 조금 헷갈리실 수 있는데요. 학교 폭력상의 그런 처분과 형사 처분은 각각 별개의 처분으로,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만 10세와 14세 사이의 소년들도 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잖아요. 이 학생들에게도 학교 폭력 처분은 가능합니다. 그래서 각각 초등학생 1학년부터 사실 학교 폭력 처분이 가능한 상황으로 초등학생 1학년들은 어떻게 보면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나이도 아니거든요. 만 10세 미만이잖아요. 그런 학생들도 사실은 사안의 수위에 따라 경중에 따라 서면사과에서부터, 전학은 거의 드문 사례이기는 하겠지만 초등학생 1학년 경우는 실제적으로 현실 법상으로는 가능합니다.

◇ 이현웅: 이렇게 얘기를 들으면서도 참 이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라는 고민이 드는데. 우리 변호사님은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고민해야 할 지점, 뭐라고 보시는지요?

◆ 나현경: 갈수록 늘어나는 학교 폭력 문제를 마주하면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 또 생기부를 영구 보존해야 한다는 등 여러 가지 지적들이 있지만 학교 폭력을 줄이기 위한 정말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되짚어봐야 하는데요. 학교 폭력심의위원회가 내리는 가해 학생 처분은 물론 아이들을 선도하고 교육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그 처분 하나만으로 학생들의 행동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결국은 학교 폭력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또 수행할 수 있는 분이 현장에 계신 우리 선생님들인데요. 학교라는 공간은 우리 아이들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공부뿐만 아니라 사회로 나가기 전 익혀야 할 대인관계 기술, 예절, 인성교육 등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이죠. 사교육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에 대한 교육이 바로 공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지도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 이현웅: 알겠습니다. 교육을 강조를 해 주시는 거죠?

◆ 나현경: 그렇습니다.

◇ 이현웅: 오늘 말씀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지금까지 나현경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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