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전후 수사기관의 '마약 집착'..."2차 가해·본질 왜곡"

이태원 참사 전후 수사기관의 '마약 집착'..."2차 가해·본질 왜곡"

2022.12.12. 오전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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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 전 마약 단속에 힘을 쏟느라 안전사고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질책을 받았던 수사기관이 참사 뒤에도 마약 수사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유가족과 소통 없이 유류품 마약 성분을 검사하고 시신 부검을 제안하면서 마약 검사 필요성을 언급한 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안전조치 소홀'이라는 참사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핼러윈 축제 당일, 경찰은 이태원 일대에 마약 단속 인력을 수십 명 배치했습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역시 참사 직전 특별 지시를 내리는 등 마약 수사에 비중을 둔 것이 맞는다고 시인했습니다.

[송재호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지난달 7일) : 서울청장님 마약 단속에 생각이 있었습니까? 그래서 (안전을) 놓친 거 아니에요? 김광호 청장님.]

[김광호 / 서울경찰청장 (지난달 7일) : 네, 마약 쪽에 상당한 정도 비중을 뒀던 건 맞습니다.]

참사 뒤에도 수사기관의 '마약 집착'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4일,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에서 유류품을 거둬 마약류 성분 검사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SNS 등을 통해 마약 관련 의혹이 제기돼 검사의뢰를 한 거라며, 참사와 마약 사이 연관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사 필요성이 있었다고 해도 일방적 수사는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꼬집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그걸로 인해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오해를 살 수 있는, 어떻게 보면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 측과 좀 소통을 진행했다면….]

앞서 광주지방검찰청 소속 검사가 유족에게 시신 부검을 제안하면서 '마약 검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유가족들도 수사기관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며, 본질이 아닌 마약 문제를 되풀이해서 꺼내는 이유가 뭐냐고 묻습니다.

[故 이지한 씨 아버지 (지난 6일, YTN 뉴스킹 박지훈) : '사인이 압사 아닙니까'라고 했더니 확실치 않답니다. 그래서 부검을 해야 하고 혹시라도 마약 관련해서 그것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그 상황에 하나같이 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죠?]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억울함을 풀고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제안한 것일 뿐 대검에서 지침을 내린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 엉뚱한 의혹에 한눈팔려 유가족의 상처를 헤집고, '안전 관리 소홀'이라는 참사의 핵심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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