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노동자 끼임 사고'...그 후 얼마나 달라졌나?

'20대 여성 노동자 끼임 사고'...그 후 얼마나 달라졌나?

2022.12.10. 오전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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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SPC그룹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20대 여성 노동자가 사망한 지 50여 일이 지났습니다.

사고 발생 후, SPC 측은 1,000억 원을 투자해 안전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었는데요.

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민대홍 PD가 취재했습니다.

[PD]
평택 SPL 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50여 일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작업 환경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제작진이 SPL 측에 현장 취재를 요청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직원을 만나봤습니다.

동료들은 아직도 비극적인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강규형 / SPL 동료 직원 : 저희가 정말 이 일에 대해서 뭐라고 할까, 안타까웠죠. 그분이 근무환경이 열악하다고 그랬고 쉬는 시간도 부족하고, 나름대로 근무환경이 안 좋아서 회사에 지원요청도 많이 하고….]

하지만 사고 이후 작업 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강규형 / SPL 동료 직원 : 일주일에 한 번씩 30분씩 교육을 시킵니다. 교육장에 가서 안전에 대한 교육도 시키고, 또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늘려주고. 지금인 2인 1조로 잘 지키도록 지금 회사에서도 인원을 많이 투입하도록 하고 인터록 장치(자동 멈춤 장치)도 노동부에서 권고한 사항대로 하는데….]

하지만 작업량과 노동 강도 등 작업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고 말하는데요.

[강규형 / SPL 동료 직원 : 주야 맞교대라는 엄청난 노동 강도로 일을 해야 하는데 과연 우리가 안전하게 안전을 다 지키면서 일을 할 수 있느냐는 거죠. 우리가 새벽에 일을 하게 되면 집중력이 굉장히 많이 떨어지거든요. 이거는 변화를 할 수 있는 건 주간 맞교대를 안 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건 이제 회사가 이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 쪽에서 개선을 해야죠 만약에 안전을 더 중요시 한다면.]

유사한 생산 공정을 갖춘 다른 공장들의 실태는 어떨까?

제작진이 산업안전보건공단 측과 울산에 있는 한 식품제조 공장을 찾아 점검해봤습니다.

[문석인 / 산업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 안전보건부 차장 : 최근에 SPL 사건 때문에 최근 한 달 동안은 식료품 제조업을 비롯하여 혼합기를 사용하는, 위험 기계 설비를 사용하는 사업장을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공장 내부에는 사람 몸집보다 큰 교반기가 여러 대 가동되고 있습니다.

액체와 고체를 혼합하는 식품 공장의 필수 장비인데요.

다행히 이곳은 안전 덮개는 물론, 덮개가 열렸을 때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는 장치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문석인 / 산업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 안전보건부 차장 : 이런 교반기 같은 경우에는 최소한 이런 덮개가 있어야 하고요. 덮개에 대해서 열렸을 때에는 인터록(자동 멈춤)을 걸어서 안에 회전 날개가 정지해서 끼임 사고를 예방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작업 레일과 승강기 등 사고 위험이 높은 곳에는 안전 장치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안전조치가 미흡한 작업장이 많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사고 직후 식품제조 공장들을 일제 점검한 결과, 절반 넘는 곳이 안전조치 위반으로 적발됐습니다.

[문석인 / 산업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 안전보건부 차장 : 모든 설비별로 안전 장치나 안전 조치가 되어 있어야 되는데 아직도 많은 사업장에서는 이런 안전장치와 안전 조치를 무시하는 이런 사업장들이 많이 있었고요.]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안전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충북의 식품업체 공장에서 만난 양창우 씨도 생산성만 강조하는 작업 문화를 지적합니다.

[양창우 / 식품제조업 종사자 : 왜냐하면, 정상적으로 안전하게 작업을 한 사람보다 일단은 편법을 사용해서 잘 돌린 사람, 많이 생산만 하면 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다 보니까 안정적인 작업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죠. 그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결국, 안전보다 생산성과 효율을 강조하는 작업 문화가 변하지 않는다면 이번 끼임 사고와 같은 안전사고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강규형 / SPL 동료 직원 : 속도를 빨리 해서 생산성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도록 라인이고 모든 걸 다 최적화시켜 놨거든요. 문화 자체는 뛰어갈 수밖에 없는 문화를 만들어 놓고 이제 회사가 요구하는 건 안전 위주로 하라고 하면 그게 안전이 되냐는 거죠.]

YTN 민대홍입니다.


YTN 민대홍 (risewis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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