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 특수본 수사 험로...책임 규명 가능할까?

'영장 기각' 특수본 수사 험로...책임 규명 가능할까?

2022.12.07. 오후 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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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태원 참사' 수사 초기 입건된 핵심 피의자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특수본 수사에는 적신호가 켜진 분위기입니다.

특히 법원에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일선 책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이른바 '윗선'까지 공통으로 적용돼, 이대로면 책임 규명 자체가 힘들어지는 것 아니냔 전망도 나오는데요.

스튜디오에 사회1부 송재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영장 기각 사흘째, 특수본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인데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구속 영장을 신청한 게 지난 1일이었죠?

[기자]
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일 출범 한 달째를 앞두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간부 4명을 상대로 먼저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현장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초기 현장 지휘자였던 전 용산서 112 상황실장의 구속영장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또, '용산서 정보 보고서 삭제 의혹'에 연루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용산서 전 정보과장에겐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당시 특수본은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판단한 경우부터 영장을 신청한 거라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었습니다.

[앵커]
이 가운데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그러니까 현장 책임자들 영장은 기각된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던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112 상황실장의 경우, "제출된 자료만 봤을 때 증거 인멸과 도망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또,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반대로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용산서 전 정보과장의 경우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앵커]
이번 법원 판단에 따라 특수본 수사 동력이 떨어졌단 평가가 나오잖아요?

혐의 소명 자체보단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 두 가지 부분에만 국한한 판단일 뿐이라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요?

[기자]
말씀하신 입장이 사실 특수본 입장에 가깝습니다.

특수본은 오늘 브리핑에서도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혐의가 소명됐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며, 과실범의 특성상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에게 방어권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나온 결정이란 취지로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법조계 등에선 법원의 이번 결정에 기본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소명에 대한 판단도 포함된 거라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특히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건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단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는 특수본이 영장을 신청한 혐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거라 특수본이 한 달 넘게 진행해온 수사 상황에 대한 판단과도 맞닿아있다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특히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윗선' 인사들에게도 공통으로 적용되잖아요?

[기자]
네, 이번에 영장이 기각되면서 '윗선' 수사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평가되는 이유입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사고 발생이 예견됐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에 따른 과실로 피해자가 숨지게 됐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성립됩니다.

이임재 전 서장은 이에 대해 당일 밤 11시까지 급박한 상황을 몰랐다며 예견 가능성을 꾸준히 부인해왔는데요.

이 전 서장 영장이 기각되면서 참사를 예견하지 못해 과실 논리가 성립될 수 없다고 반박한 이 전 서장 논리가 법원에서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몰랐다, 보고를 못 받았다', 이런 논리를 내세운 건 수뇌부들 역시 마찬가지거든요.

특히 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수뇌부들은 예측 가능성이 더 떨어져 현장 책임자들보다 혐의 인정이 더 어렵다고 보는 사례도 있습니다.

실제 세월호 참사 때도 해경 지휘부는 지난해 1심에서 이런 이유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거든요.

이에 따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현장 책임자에게도 제대로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혐의로 수뇌부를 겨냥하는 건 당장으로선 어려울 거란 게 특수본 안팎의 지배적 시선입니다.

[앵커]
'윗선' 수사 외에 기존에 진행해오던 현장 책임자 수사 역시 제동이 걸린 상태죠?

[기자]
네, 애초 특수본은 이번 주 초까지 1차 입건자들에 대한 신병 처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엔 추가 신병 확보 시도와 함께 행정안전부, 서울시 등 '윗선' 수사를 본격화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였는데요.

이번 주 초 추가로 영장이 신청될 거라 전망됐던 게 바로 소방과 지자체 현장 책임자들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꼽혔는데, 이들 역시 앞서 말씀드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습니다.

이 혐의로 영장을 신청했다가 또 기각된다면 특수본 수사가 치명타를 맞는 만큼 특수본은 현재 혐의 법리를 더 보완하고 있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현장 책임자들에 대한 혐의 보강 작업이 추가로 진행되면서 결국 특수본이 공언했던 전체적인 수사 계획도 지연되고 있는 셈입니다.

[앵커]
'윗선'은 물론이고 소방과 지자체 현장 책임자까지 사실상 책임 규명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건데, 그동안 제대로 된 책임자 규명을 진행하라고 촉구해온 유가족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먼저 지난 1일 특수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유가족들은 주요 피의자들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었는데요, 당시 발언부터 듣고 오시죠.

[고(故) 이지한 씨 어머니 (지난 1일) : 맨 아래부터 류미진, 박희영, 이임재, 김광호, 윤희근, 오세훈 이상민 한덕수에 이르기까지, 성역 없는 수사를 하고 우리 유가족들은 박희영과 이임재에게 최대 살인죄까지 적용하여, 증거 인멸 우려가 없도록 구속 수사하며….]

이에 가칭 유가족 협의회 준비모임은 오늘 오전 성명을 내고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전 용산서 112 상황실장 모두 경찰 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강조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은 '윗선'과 언제든 연락할 수 있어 회유될 수도 있다며 법원 결정을 규탄했는데요.

특수본 역시 한 달 가까이 수사하며 왜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같은 구속 사유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는지 의문이라며, 부실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럼 앞으로 남은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
우선 법원 판단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던 특수본은 기존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 방향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며 영장 재신청 방침을 밝혔습니다.

특히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입증이 쉽지 않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더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추가할지 검토하고 있는데요.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보고서에 적힌 이 전 서장 도착 시각보다 실제론 45분 늦게 도착한 거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 혐의가 추가되면 구속 필요성이 더 크다고 주장할 수 있고, 다시 수사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분위기인데요.

다만, 일각에서는 이렇게 법적, 형사적 책임 규명에만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것 자체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참사는 단순히 법적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도의적, 또 정치적 책임의 영역도 크다는 건데요.

특수본 수사에 이렇게 관심이 쏠리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윗선'에 대한 책임 규명은 등한시되는 거 아니냔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지금까지 사회1부 송재인 기자와 특수본 수사 상황과 전망 짚어봤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YTN 송재인 (songji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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