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유서대필 누명 강기훈에 국가가 더 배상해야"...불법 수사도 인정

대법 "유서대필 누명 강기훈에 국가가 더 배상해야"...불법 수사도 인정

2022.11.30. 오후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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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 씨, 숨진 동료 유서 대필한 혐의로 기소
징역 3년 복역…조작 수사 드러나 재심 끝에 무죄
2015년 국가·수사 책임자 상대 배상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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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91년 이른바 '유서대필 조작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살이했던 강기훈 씨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다시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30년이나 지났더라도 과거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불법행위는 배상 청구권 소멸 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나혜인 기자입니다.

[기자]
유서대필 사건은 1990년대 초 대표적인 공안 조작 사건입니다.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소속 김기설 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목숨을 끊었는데, 동료 강기훈 씨가 엉뚱하게 기소돼 징역 3년을 확정받았습니다.

고인의 유서를 대신 써 죽음을 방조했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 위법한 필적 감정이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강 씨는 재심 끝에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강기훈 / '유서대필' 사건 피해자 (2014년 무죄 선고 당시) : (검찰이) 사건 당시에도 유죄를 확신하지 못했던 느낌, 뉘앙스를 저는 기억을 하고 있는데 어떤 형태든 좋으니 유감의 뜻을 전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20여 년 만에 누명을 벗은 강 씨는 국가와 당시 수사 책임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항소심까지 배상금 8억 원이 인정됐지만, 불법 필적 감정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 외에 다른 주장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수사와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은 증거가 부족하고, 밤샘 조사나 폭행 같은 개별적인 불법행위는 재심과 상관없이 배상 청구를 할 수 있었는데 안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4년 만에 대법원은 판결이 잘못됐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중대한 인권 침해·조작 의혹 사건으로 국가배상을 청구했을 땐 소멸시효 5년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과거 수사 과정의 불법행위에 국가배상 책임을 다시 따지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강 씨가 받을 배상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수사 책임자 개인을 상대로 청구한 배상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주장이 타당하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강 씨 측은 사법부가 끝내 수사·기소 전반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가해자 개인들에 대한 배상책임도 부정했다며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YTN 나혜인 (nahi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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