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우릴 왜 이렇게 대합니까?"...시민단체가 대신

"국가가 우릴 왜 이렇게 대합니까?"...시민단체가 대신

2022.11.26.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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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참사 20여 일 만에 공개적 목소리를 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참사 당일에도, 또 그 이후에도 정부는 없었다며 울분을 쏟아냈는데요.

진상 규명에 참여할 권리는 물론 다른 유족들과 만날 기회도 차단하면서 유족들은 무력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단 건데, 정부보다 시민단체가 먼저 지원에 나섰습니다.

송재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첫 공식 석상에 선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가장 먼저 참사 당시 희생자 이송 과정에 의문을 나타냈습니다.

참사는 서울 이태원에서 났는데 희생자들이 수도권 외곽 병원까지 분산됐기 때문입니다.

[고(故) 이남훈 씨 어머니 (지난 22일) : 무슨 생각으로 우리 아이들 시신을 경기도 외곽으로 뿔뿔이 흩어놓으셨나요. 이태원 근처 큰 의료시설에 최소 20~30명이라도 모여있었다면….]

애초 피해자들 사이에 접점이 없던 참사였던 데다 유족들까지 서로 다른 병원에 머물다 보니 서로에게 닿을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정부 주도로 설치된 지자체 분향소들 역시 유족들이 설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영정은 물론 위패도 없는 분향소는 또 다른 상처였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족 (지난 22일) : 저희 동의 없이 분향소에 위패 없고 영정 없는 걸 봤을 때 그 또한 저한텐 2차 가해였습니다.]

날마다 참사와 관련한 소식이 들려오지만, 정작 유족들은 진상 규명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사인과 사망 시각, 그리고 사망 장소 모두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고(故) 이남훈 씨 어머니 (지난 22일) : 어떻게 부모가 내 자식이 죽었는데 사인도 시간도 제대로 된 장소도 알지 못하고 내 자식을 어떻게 떠나보내야 합니까?]

위로할 수 있는 건 서로뿐이란 생각에 다른 유가족 정보를 요구해 보기도 했지만,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고(故) 이민아 씨 아버지 (지난 22일) : 참사 17일이 지나서야 수소문 끝에 겨우 유족 몇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무 지원 없이 무슨 비밀공작 하듯이 말입니다. 정부가, 국가가 왜 이렇게 피해자들을 대하는 것입니까.]

추모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며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던 정부는 뒤늦게 관련 계획을 세우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고립된 유족들을 위해 정부보다 먼저 나선 건 시민단체들이었습니다.

유가족들에 대한 상담과 법률 지원부터, 진상 규명을 위한 정보공개 청구 업무까지 시민단체별로 전문적 지원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발생 한 달째를 앞두고 유가족들이 처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지만, 당사자 중심의 해결은 여전히 더딘 모습입니다.

YTN 송재인입니다.




YTN 송재인 (songji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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