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오래전에 '초동조치' 마련...이번 참사엔 낙제점'

경찰, 오래전에 '초동조치' 마련...이번 참사엔 낙제점'

2022.11.08. 오후 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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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은 이미 오래전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 대해 어떻게 초동 조치를 해야 하는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작 이번 이태원 현장에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김철희 기자가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기자]
경찰이 지난 2014년 작성한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입니다.

2005년 상주 콘서트 압사 사고를 계기로 만들기 시작해 2014년에 완성된 겁니다.

문서에는 실제 사고가 벌어졌을 때 경찰은 어떤 초동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점검표가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태원 참사 당시 이 점검표는 얼마나 지켜졌을까?

① 신고 접수 단계부터 '삐걱'

체크리스트 가장 위를 '신고접수와 긴급출동' 항목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고자 위치로 가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기동대 등에 출동 지시를 내릴 것, 소방 등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할 것 등이 명시됐습니다.

하지만 이태원에서는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경찰에 '압사'등을 호소하는 신고가 11건 접수됐지만 7건이 현장 출동 없이 묵살됐습니다.

기동대는 참사가 나고 8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왔고, 소방에는 공조 요청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항목은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② 상황보고·전파도 낙제점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112 종합상황실과 재난 상황실의 상황보고와 전파 항목입니다.

매뉴얼에는 재난 상황을 파악한 뒤 지휘관과 참모에게 즉시 유선 또는 무선으로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 책임이 있는 류미진 서울청 상황관리관은 빗발치는 신고를 보고하지 않은 채 긴 시간 모습을 감췄습니다.

결국, 서울청 상황실의 공식 보고는 자정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이뤄졌습니다.

[김광호 / 서울경찰청장 : (류미진 총경이 언제부터 자리 비웠는지 알고 계십니까? 몇 시부터 근무인지 아시죠?) 후반 근무기 때문에…. (전반 근무입니다.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예, 그렇습니다.]

두 번째 항목 역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③ 모습 감춘 지휘부…지원 없었다

체크리스트 가장 마지막에는 현장 지휘와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졌는지 점검하게 돼 있습니다.

경찰서장이 신속히 나타나 현장지휘본부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도 여기서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참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밤 11시 5분쯤.

차량 이동을 고집하느라 현장 도착은 한 시간 가까이 지체됐고, 현장지휘본부 전환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장제원 / 국민의힘 의원 : 용산서장은 1시간 20분 동안 뭐하고 서울청장한테 밤 11시 36분에 보고를 하죠? 이거에 대해서 이게 제정신입니까? 제정신입니까? 서울청장은 제정신이라고 생각합니까, 용산서장?]

관련 항목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럴듯한 매뉴얼과 점검표는 있었지만, 경찰 지휘부 누구도 이에 따라 참사를 대처하지 않았습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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