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 선박 '후쿠시마 오염수' 싣고 오는데...인터넷 대책 베낀 정부

단독 日 선박 '후쿠시마 오염수' 싣고 오는데...인터넷 대책 베낀 정부

2022.10.12. 오전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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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은 내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일본 선박이 평형수를 오염수로 채워 국내에 들어와 배출할 경우 우리 바다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부랴부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대책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YTN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윤성훈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체르노빌 사태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였습니다.

일본은 10년이 넘은 지금도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주입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나온 오염수를 원전 부지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내년 중순쯤부터 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방사능 물질을 처리한 뒤 방류한다고는 하지만, 안전성 여부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다핵종 제거 설비가 있긴 하지만 여과기에서 성능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여전히 방사성 물질, 특히 삼중수소는 남게 되고요. 이게 방류가 되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겠죠.]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당장 후쿠시마 인근 9개 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선박이 문제입니다.

선박들은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평형수라 불리는 바닷물을 채워 넣는데,

후쿠시마 인근 항에서 평형수를 채운 뒤 한국에 들어와 방류하면 오염수가 곧장 국내 바다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수부는 오염수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추산해볼 수 있는 기초 통계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난 2011년부터 최근까지 후쿠시마 인근 9개 항에서 입항한 선박은 만 5천8백여 대인데, 평형수 배출 감시가 이뤄진 건 42건, 전체의 0.2%에 그쳤습니다.

해양수산부도 현행 조사체계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했습니다.

평형수 오염 여부를 분석하는 데만 보름 넘게 걸려 선박들이 오염수를 배출하더라도 즉각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일단 내년부터 후쿠시마 인근 9개 항에서 입항하는 선박 가운데 평형수를 배출하는 선박을 전수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현장에서 한 시간 안에 방사능 오염 여부를 분석해 조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국회에 장비 마련을 위한 예산 6억 원을 증액해달라고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해수부 예산안에 포함된 방사선 측정기 성능 분석표는 지난 2019년에 작성된 인터넷 블로그 게시물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블로그 작성자조차 다른 유튜브 방송을 보고 내용을 정리한 거라고 출처를 표시해놨지만, 해수부가 아무런 검증도 없이 퍼다 놓은 겁니다.

[소병훈 /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 후쿠시마 오염수가 유입될 경우 국내 해양 생태계가 함께 오염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우리 해양수산부에서는 지금 조치가, 준비가 좀 안일하다 생각을 합니다. 이런 일은 정부 차원에서 보다 더 적극적인 대비를 해야 된다….]

해수부는 급하게 예산안을 작성하면서 발생한 실책이었다며 다시 정비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먹구구식 대책에 혈세만 낭비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YTN 윤성훈입니다.



YTN 윤성훈 (ysh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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