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직전 종교활동 재개...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아냐"

입대 직전 종교활동 재개...법원 "양심적 병역거부 아냐"

2022.08.18. 오후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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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심에서 종교적인 신념이 인정돼 병역거부 무죄를 선고받았던 20대가 2심에선 판결이 뒤집혀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2년 동안 하지 않던 종교활동을 돌연 입대 직전 재개했다며, 진정한 양심적 병역 거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홍민기 기자입니다.

[기자]
모델 일을 하는 20대 A 씨는 17살이던 지난 2011년, 어머니와 누나들을 따라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습니다.

지난 2013년, 첫 입영통지서가 날아들었지만 A 씨는 대학 진학 예정이라는 이유로 입영을 연기했습니다.

이후에도 자격시험과 국가고시 응시, 취업과 질병 등을 이유로 모두 6차례 입대를 미뤘습니다.

2017년부터는 모델 활동을 이유로 종교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았는데, 2019년 입영통지서를 받았을 무렵에야 종교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후 A 씨는 입영일 사흘이 지나도록 입대하지 않았고, 결국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법원은 A 씨가 '여호와의 증인' 단체에 들어가게 된 계기 등 종교활동과 사회 경험을 보아 진정한 양심에 따라 입대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항소로 열린 2심 판단은 유죄였습니다.

재판부는 A 씨가 입영통지서를 받은 뒤 갑자기 종교활동을 다시 시작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A 씨가 입대를 6차례 연기할 동안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는 진실한 양심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온 뒤, 사법부의 판단은 병역거부자의 종교적, 양심적 신념이 진실한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사안을 놓고도 재판부마다 판결이 엇갈릴 수 있다는 게 현실적인 한계입니다.

앞서 병역 거부로 기소된 30대 남성도 입영 통지서를 받을 무렵 9년 동안 중단했던 '여호와의 증인' 생활을 재개했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임재성 / 변호사 : 인간의 내면에 대한 판단은 실제로 어려울 수밖에 없고요. 진술의 일관성 아니면 여러 가지 삶의 궤적들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통해서 그 사람의 비폭력 혹은 종교적 신념들이 일관되는지….]

이런 가운데 올해 초부터 지난 5월까지 병무청 산하 심사위원회에 종교나 양심을 이유로 대체복무를 접수한 사례는 모두 2,317건으로, 이 가운데 2,300건이 인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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