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특채' 김순호 주체사상이 전문지식?...野 "사퇴 거부 시 장관 탄핵"

'경찰 특채' 김순호 주체사상이 전문지식?...野 "사퇴 거부 시 장관 탄핵"

2022.08.17. 오후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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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은 인천·부천 민주노동자회, 즉 인노회 활동을 하다가 동료를 밀고한 뒤 특채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YTN 첫 보도 이후 다른 여러 의혹이 더 나오면서 내일(18일) 행안위 업무보고에서도 뜨거운 여야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사건 취재한 기자와 여러 의혹을 꼼꼼히 짚어보겠습니다.

김순호 경찰국장 밀정 논란을 처음 보도했는데, 직접 확인한 김 국장의 행적은 어땠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취재진이 확인한 김 국장의 80년대 행적을 시간 순서대로 한 번 정리해봤는데요.

지난 83년 성균관대학교 3학년으로 이념서클 '심산연구회' 회장이던 김 국장은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군대에 강제징집되는데요.

당시 전두환 군부가 학생운동을 탄압하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벌인 '녹화사업' 피해자였던 겁니다.

그리고 85년 전역한 김 국장은 복학하지 않고, 노동운동가였던 최동 선배를 따라 부천에 있는 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운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88년 중순 인천과 부천 지역 노동운동가들이 모여 인천·부천 민주노동자회를 설립했는데, 김 국장은 부천지구 조직책임자가 됩니다.

그런데 89년 1월 말부터 인노회원들에 대한 치안본부의 불법 연행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이 가운데 김 국장은 3월에서 5월 사이 돌연 사라집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지 않아 김순호 국장은 인노회 사건을 수사한 치안본부 대공 수사3과 경찰이 됩니다.

[앵커]
김순호 국장, 어떻게 경찰이 된 겁니까?

[기자]
김 국장이 라디오 방송에서 '전문지식을 가졌기 때문에' 특채가 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는데요.

본인은 학위는 없었지만 주사파로 오래 활동했다며 주체사상에 대한 학습, 북한의 대남혁명노선에 대한 학습을 했던 걸 인정받은 것 같다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확인한 내용을 살펴보시겠습니다.

김 국장은 '경력경쟁채용'으로 경장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법령을 보면 임용되는 직에 걸맞은 근무실적이나 연구실적, 전문지식을 가지면 특별채용이 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김 국장이 전문지식을 가져서 채용됐다고 주장하는 이유인데요.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임용령을 보면 원래 이렇게 특채가 되려면 관련 분야에서 3년을 근무해야 합니다.

그래서 '경력경쟁'이라고 하는 것인데, 경력 없이 채용될 수 있는 경우도 여러 가지 법으로 정해뒀습니다.

이 가운데 대공공작업무와 관련 있는 자를 대공공작요원으로 근무하게 하려고 뽑을 때 경장 이하로 채용할 수 있는데요.

김 국장 채용의 근거가 된 '전문지식'이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서 보안, 대공 특채라고 기록된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왜 대공공작업무 관련자로 분류됐는지가 중요하겠군요.

[기자]
네, 김 국장이 어떻게 대공공작업무 관련자가 됐는지가 의혹 핵심인데요.

인노회원들은 김 국장이 인노회에 대해 여러 가지를 밀고하면서 그 공적으로 채용된 것 아닌지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여러 정황이 있습니다.

89년 4월 말 치안본부에 연행된 한 회원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수사관들이 부천지구 분회별로 본명, 가명, 소속 회사가 표시된 조직도를 그린 A3 용지를 내밀었다는 건데요.

저한테 이 사건을 제보한 인노회원은 33년 지나서조차 김순호 국장 본명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전체 조직을 알고 있는 사람은 지구위원장인 김 국장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또 87년 이후 유화국면에 접어들면서 활동가들은 비공개에서 공개로 넘어가던 과도기에 있었는데요.

인노회 사건으로 잡혀간 대부분이 공개 활동을 하던 간부였는데 유독 부천 지역에서만 일반 회원들도 고초를 겪었습니다.

더구나 조사를 받으면서 '윗선'인 김순호 국장에 대해서 물어보는 수사관도 없었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고 회원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김순호 국장은 뭐라고 해명하고 있나요?

[기자]
YTN 취재진은 김 국장을 직접 만나 경찰이 된 경위에 대해 자세히 들었는데요.

김 국장은 인노회 사건이 터진 지난 1989년 초쯤 북한의 주체사상에 물들어가는 운동권 흐름에 회의를 느껴 고향으로 내려갔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내적 갈등이 심해져 같은 해 7월쯤 직접 서울 홍제동 대공분실을 찾아가 인노회 사건 책임자에게 그동안의 활동을 자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경찰 책임자가 사흘 동안 조사하면서 주사파에 물들까 걱정된다는 고백을 들은 뒤 역으로 '대공 특채'를 제안하면서 곧바로 경찰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게 김 국장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자기 고백'을 할 때 인노회 동료들이 구속되거나 수사에 영향을 끼칠 진술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채용된 바탕은 아마 증거물 분석에 특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해명 이후에도 여러 의혹이 더 불거지고 있죠?

[기자]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김 국장은 대공 특채를 소개해준 수사책임자를 '정신적 아버지'라고까지 부르면서 매우 고마워했는데요.

김 국장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취재결과 수사책임자가 바로 홍승상 당시 경감입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장본인인데요.

지금은 기사가 삭제됐지만 TV조선에서 홍 경감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에서 홍 경감은 김 국장이 특히 인노회 사건에 큰 도움을 줘, 안보 국면을 전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김 국장이 찾아온 시기를 경찰 수사가 대부분 마무리된 89년 7월이 아니라 89년 초라고 특정하기도 했습니다.

채용 뒤 고속 승진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는데요.

김 국장은 경장으로 들어온 지 4년 8개월 만에 경위까지 승진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이 대공 부서에 근무하면서 수차례 범인 검거 유공을 받습니다.

특히 김 국장 채용 직후인 89년 10월 인천지역 민주 노동자연맹 관련자 15명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고요.

이듬해 인천노동상담소장과 인천지역노동조합협의회 간부들이 연행됩니다.

인천·부천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김 국장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앵커]
군대에 강제징집됐을 때부터 프락치로 관리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요?

[기자]
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조심스럽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녹화사업 대상자가 되면 군 복무 도중 국군보안사령부에서 폭행과 강압을 동원한 심사를 받게 되는데요.

심사 뒤에는 휴가를 주고, 학생운동 관계자들을 여럿 만나고 와서 보고하라고 임무를 줍니다.

보고가 부실하면 폭행하고 다시 시키기도 했습니다.

당시 녹화사업 지침에는 전역 이후에까지 이런 대상자들을 프락치로 활용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입대부터 활용까지 모든 내용은 '존안자료'라고 불리는 서류로 기록됐는데요.

김 국장도 83년 11월 보안사 심사 다녀왔습니다.

존안자료도 88페이지 분량으로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도 등으로 공개된 자료를 보면 강압에 못 이겨서, 주변 동료들과 입을 맞추는 식으로 보고했던 다른 대상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 보안사를 다녀오고 전역하고서부터 적극적으로 활용됐다는 내용이 담긴 자료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YTN 최초 보도 이후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도 파장이 커지고 있죠?

[기자]
네, 인노회원들 뿐만 아니라 성균관대학교 민주동문회, 강제징집 피해자들이 줄줄이 성명을 내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야당에서도 성명을 냈고 지난 8일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김순호 경찰국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탄핵하겠다고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내일(18일) 국회 행안부 업무보고가 있는데요.

야당은 통상 실·국장 출석이 관례라며 김 국장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이 장관 재량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김 국장이 출석하게 되면 관련 의혹에 대한 공방이 뜨겁게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이준엽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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