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터널에 바닷물이 샌다?..."일부 구간 배수로 막혀"

해저터널에 바닷물이 샌다?..."일부 구간 배수로 막혀"

2022.08.03. 오후 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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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령해저터널 도로가 결로 현상으로 인해 비가 온 것처럼 젖는다는 소식, YTN이 얼마 전 보도해드렸는데요.

인천 북항해저터널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에는 터널 포장도로로 바닷물이 새어 들어온 것으로 확인돼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는데요.

취재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혜린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보령해저터널에 이어 북항해저터널까지 문제가 불거진 건데, 어떤 상황인지 먼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영상으로 먼저 보시겠습니다.

지난 6월 18일 찍힌 영상입니다.

김포-인천 고속도로에 있는 북항해저터널 가장자리에 군데군데 물 자국이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한 개 차선이 흠뻑 젖어 물이 고여있기도 합니다.

지난달 말 취재진이 직접 해당 터널에 가보았는데요.

6월과 마찬가지로 터널 곳곳에 물이 고여 있었고, 포장도로가 젖다 못해 무거운 트럭이 지나다닐 때마다 물이 배어 나오는 모습이었습니다.

북항해저터널을 매일 같이 오가는 한 시민은 이미 수년 전부터 도로가 젖은 모습을 목격했다고 하는데요.

바다 밑을 지나는 해저터널 특성상 매일 같이 도로가 젖어 있는 게 불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A 씨 / 제보자 : (북항해저터널을) 하루에도 최소 두 번, 많게는 네 번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계속 끝 차선 쪽이 자꾸 젖어서…. 바다 밑으로 지나가는 터널인데 저 물이 어디서 유입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든 거죠. 불안한 생각도 많이 들고 사실은.]

[앵커]
하루 이틀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바닷물이 새어 들어온 건가요?

[기자]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터널로 새어 들어온 물은 바닷물이 맞습니다.

먼저 취재진이 문제 현상에 대해 터널 운영사 측에 문의했지만, 운영사의 설명은 오락가락했습니다.

처음에는 바닷물이 스며들어온 게 맞다고 하더니, 질의가 계속되자 나중엔 바닷물과 지하수가 섞여서 스며들어온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해저터널에 바닷물이 새어 들어온다는 설명 자체가 시민들에게 두렵게 다가올 수 있단 이유에서였는데요.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단 걸 알면서도 빠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앵커]
해저터널에 바닷물이 비친다는 건 큰 문제처럼 들리는데, 어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건가요?

[기자]
해저터널은 물이 들어 오는걸 완벽하게 막아내기 어려워 일정량의 바닷물 유입을 전제로 설계됩니다.

그만큼 다시 바다로 물을 배출하는 길인 배수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북항해저터널은 바다 밑을 관통해 가운데 지점이 바닷속 59m까지 내려가는 그릇형 구조로 설계됐습니다.

유입된 물은 배수로를 타고 집수정에 모인 뒤 펌프를 통해 북항 바다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문제는 가장 아래쪽 집수정으로 내려가는 배수관이 막히면서 배수관을 흘러 터널 밖으로 빠져나가야 할 물이 터널 내부로 넘쳐 들어온 건데요.

운영사는 배수관에 문제가 있는 걸 인정하면서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운영사 관계자 : 원활하게 물이 내려가야 하는데, 물이 채수가 되니까 거기로 약간씩 스며서 나오는 것 같아요. 터널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없습니다. 시공사와 협의해서 빨리 좀 (보수 공사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로가 젖을 정도로 물이 새어 들어오는 것 자체로도 차 사고를 유발하는 등 안전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상당량의 해수가 유입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해수 유입 억제와 처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배수로가 막혀 도로로 물이 스며 나올 때까지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건가요?

[기자]
네, 터널 운영사는 배수로가 막힌 것 같다면서도 정확히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도로 아래로 난 배수관은 점검을 못 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었는데요.

배수로가 막힐 수 있는 데도 점검이나 관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전문가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원철 / 연세대학교 토목공학과 명예교수 : 점검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점검을 불편하게 만든 설계, 그거는 처음 설계 계획하고 심의할 때부터 뭔가 잘못됐죠. 요즘 로봇 같은 것을 투입해놓으면 (문제) 위치를 정확히 알 수가 있고 어떤 물질이 막혀 있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저희가 인터뷰한 제보자는 이미 지난해 터널 운영사 측에 도로가 젖는다는 민원을 넣었다고 하는데요.

조치하겠단 답변이 돌아왔지만 문제 상황은 그대로였다고 합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A 씨 / 제보자 : (민원을 넣은 뒤에) 제대로 차선을 막고 물이 안 새게 공사를 했다고 한다면 지금 저 증상이 없어야 하는데 (그대로거든요.)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운영사는 현재 시공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하고 배수관이 막히는 원인을 찾기 전까지는 배수관을 새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인천 북항 해저터널은 예전에도 도로가 침수되는 등 문제가 잦았던 곳이라고요?

[기자]
네, 북항해저터널은 지난 2017년 개통했습니다.

하지만 개통 넉 달 만에 터널이 집중호우로 침수되면서 차량 통행이 일주일 동안 전면 제한됐는데요.

조사 결과 공사 과정에서 설계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미흡해 배수 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당시 운영사에 과태료 처분을 내렸는데요.

이후에도 스프링클러 오작동으로 도로 100m 길이가 온통 빙판길이 되는 등 사고가 끊이질 않았던 곳입니다.

[앵커]
저희가 얼마 전에는 보령해저터널이 물에 젖는단 소식도 전해드렸었죠.

해저터널과 관련한 문제가 끊이질 않아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걱정이 드는데요.

[기자]
네, 앞서 YTN은 충남 보령해저터널 도로가 물에 젖는 현상을 연속 보도했습니다.

당시 해당 터널의 물 젖음은 배수관 온도가 낮아 생기는 '결로 현상'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뒤늦게 설계 단계부터 결로를 예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인천 북항해저터널의 경우 결로가 아닌 배수관 막힘이 바닷물 누수로 이어졌고요.

바닷물 누수의 원인이 된 배수관은 점검조차 어려웠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정밀 점검 등을 거치고도 지금까지 이러한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방치돼왔던 만큼,

해저터널 설계와 점검 기준에 대한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김혜린 기자 수고했습니다.



YTN 김혜린 (khr080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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