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역빵'으로 전치 4주..."술 먹이고 2시간 무차별 폭행"

단독 '전역빵'으로 전치 4주..."술 먹이고 2시간 무차별 폭행"

2022.07.06. 오후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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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대 은어로 쓰이는 이른바 '전역빵'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전역을 앞둔 병사에게 사회로의 복귀를 축하하고, 헤어짐의 아쉬움을 전한다는 명분으로 이뤄지는 폭력 행위입니다.

최근 해군 1함대에서 2시간 넘게 술까지 먹여가며 집단 구타를 해 4주 진단을 받은 사건이 YTN 취재로 밝혀졌는데요.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황윤태 기자에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전역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이뤄진다는 이른바 '전역빵'으로 도대체 얼마나 다친 건가요?

[기자]
사진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지난달 17일 해군 1함대에서 군 복무를 마친 22살 A 씨의 전역 직후 사진입니다.

보시면 어깨와 오른팔에 군데군데 멍이 들어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엉덩이 아래쪽으로는 새파랗게 멍이 들었고요.

손가락과 발목에도 각각 심한 구타의 흔적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손가락 정도를 제외하면 옷을 입을 경우 잘 보이지 않는 부위라는 게 공통점입니다.

이 폭행으로 A 씨는 전치 4주 진단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전역 후 2주 정도 지나 A 씨를 직접 만났는데요.

실제 만났을 때도 오른팔이 완전히 올라가지 않았고, 걸음도 불편한 상태였습니다.

[앵커]
한 눈에 봐도 피해가 심각해 보이는데요,

'전역빵'에 가담한 병사들은 어떤 폭행을 가한 건가요?

[기자]
네, '전역빵'은 보통 전역 전날 밤에 이뤄집니다.

'전역빵'은 그 자체가 절대 이뤄지면 안 되는 겁니다.

저도 군대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어떤 건지 알고 있는데요.

보통 '전역빵'은 함께 근무했던 전우들과 모여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고, 사회로 복귀하는 걸 축하한다는 명분으로 이뤄집니다.

그런데 실상은 명백한 폭력입니다.

육해공군을 막론하고 대부분 부대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런 행위가 이뤄집니다.

지난달 16일 해군 1함대 산하 부대에서 이뤄진 '전역빵'은 정도가 더 심했습니다.

전역 전날 오후부터 A 씨를 위협하고 사건 당일 청소 시간에 숨어있던 A 씨를 찾아내 생활관에 데리고 간 것으로도 파악됐습니다.

먼저 1시간 정도 A 씨 침대가 있던 생활관에서 폭행이 이뤄졌고 이후 후임들이 있는 생활관으로 옮겨 또다시 1시간 정도 폭행이 이뤄졌습니다.

결국 2시간 동안 집단 구타가 이뤄진 겁니다.

[앵커]
이렇게 오랜 시간 구타가 이뤄졌는데, 왜 저항하지 않은 건가요?

[기자]
A 씨 주장에 따르면 이전부터 가혹 행위가 있었다고 합니다.

'전역빵'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동기들에게서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게 A 씨 주장입니다.

A 씨에 따르면, 동기 B 씨는 지난 1월 생활관에서 A 씨의 목을 10초 동안 조르고 쓰러뜨려 폭행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B 씨는 A 씨에게 다른 건으로 협박하면서 매점에 가서 닭가슴살과 음료수를 사 오라고 강요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난 5월에도 A 씨에게 생일을 축하한다는 명분으로 엉덩이를 걷어차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 씨가 '전역빵' 자체를 피하거나 거부하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A 씨 / '전역빵' 피해자 : 맞긴 싫었어요. 그래도 살살하겠지 싶었죠. 그래도 오늘만 참으면 내일 전역이니까.]

[앵커]
그런데 부대 안에서 A 씨에게 술을 먹이기도 했는데, 술 자체가 금지된 거잖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폭행에 가담한 병사들은 다른 생활관으로 A 씨를 데려갔는데요.

후임 병사가 관물대에서 증류주와 고량주, 컵라면을 꺼냈고, 컵라면 용기에 술과 라면 스프를 모두 섞어 마시게 했다는 게 A 씨 설명입니다.

이 부대에는 영외 근무지가 있는데, 근무 투입 과정에서 술을 밀반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분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A 씨 / '전역빵' 피해자 : 후임이 가지고 있던 술을 꺼내는 거에요, 갑자기. '이거 자기가 군 생활 잘했던 애들한테 주는 거다, 아무나 주는 거 아니다'라면서….(강제로 먹였습니다)]

술을 아예 마시지 못하는 A 씨는 새벽 3시쯤 부대 내 화장실에서 구토를 했고, 폭행에 가담하지 않은 다른 후임 병사가 지휘부에 보고했습니다.

새벽 5시 50분쯤에는 A 씨가 폭행 여파로 몸이 아파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면서, 부대가 부모에게 연락해 긴급 면담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해군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전역 당일 해군은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를 시작했는데요,

해군 군사경찰단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28일 7명 가운데 4명을 구속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동기인 병장 3명과 후임인 상병 1명이 구속됐습니다.

군 법원 역시 피해가 심각한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병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구속상태로 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군사경찰단은 내일 안에 이들을 군 검찰로 송치할 예정입니다.

A 씨는 전역 전날 이전의 폭행과 강요에 대해서도 처벌해 달라며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입니다.

해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답변은 어렵다면서도,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전역빵' 자체가 군내 악습이고 폭력인 것은 명백한 사실인데요.

이런데도 피해 사례가 계속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미 군에서도 '전역빵'을 대표적인 부대 내 가혹행위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해군 사례만 봐도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군부대 조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사례가 있는데요.

지난 2016년 2월 강원도의 한 육군부대에서 '전역빵'이 있었는데 가해자를 징계하고 피해자인 전역병에게 얼차려를 부여했습니다.

이때 전역병 3명은 완전군장을 하고 무려 6시간 반 동안 연병장 90바퀴를 돌았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해당 얼차려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008년 충남 논산에서는 '전역빵'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던 의경이 버스 터미널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비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비슷한 시기 강원도의 육군 부대에서도 '전역빵'으로 인해 비장 절제 수술을 받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계속되는 걸 보면 군 간부들도 이런 가혹 행위를 사실상 방치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 말입니다.

[김형남 /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 간부들이 '전역빵'이 일어난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암암리에 병사들끼리 하는 일종의 풍습이라고 생각하고 가만히 두는 것이죠.]

젊은 나이에 국방의 의무 때문에 오랜 기간 군 생활을 하게 되는데요.

적어도 몸과 마음만은 다치지 않고 입대 전처럼 무사히 전역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1부 황윤태 기자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YTN 황윤태 (hwangyt264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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