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병사 A 씨, 전역 뒤 다리 절고 팔도 펴지 못해
엉덩이, 허벅지에 멍…어깨 인대 파열 상해 4주
해군 1함대 동기·후임 7명, ’전역빵’ 명분 폭행
엉덩이, 허벅지에 멍…어깨 인대 파열 상해 4주
해군 1함대 동기·후임 7명, ’전역빵’ 명분 폭행
해군 병사가 전역하기 전날 밤 전우들로부터 전역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무려 2시간 동안 무차별 폭행을 당했습니다.
이른바 '전역빵'을 당한 건데 어깨 인대가 끊어지는 등 크게 다쳐 군 당국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황윤태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최근 해군에서 전역한 22살 A 씨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습니다.
오른쪽 팔을 올려보지만 완전히 펴지지도 않습니다.
엉덩이와 허벅지, 팔까지 온몸에 멍이 들었고 어깨 인대까지 끊어져 상해 4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A 씨의 몸이 만신창이가 된 건 전역을 하루 앞둔 지난달 16일 밤.
강원도 동해에 있는 해군 1함대 산하 부대 생활관에서 동기 4명과 후임 3명에게 이른바 '전역빵' 명목으로 구타를 당한 겁니다.
[A 씨 / '전역빵' 피해자 : 맞긴 싫었어요. 그래도 살살하겠지 싶었죠. 그래도 오늘만 참으면 내일 전역이니까.]
'전역빵'은 전역을 앞둔 병사를 상대로 한 병영 내 오랜 부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역 전날 밤 사회로 복귀하는 걸 축하하고 헤어짐의 아쉬움도 나눈다는 의미로, 후임병들이 집단으로 때리는 겁니다.
보통 장난스럽고 짧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A 씨에게는 밤 10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무려 2시간 동안 폭행이 이어졌습니다.
병사들은 다른 내무실로 이동해 술을 못 마시는 A 씨에게 몰래 들여온 술을 억지로 먹이면서 구타를 계속했습니다.
[A 씨 / '전역빵' 피해자 : 후임이 가지고 있던 술을 꺼내는 거에요, 갑자기. '이거 자기가 군 생활 잘했던 애들한테 주는 거다, 아무나 주는 거 아니다'라면서…. (강제로 먹였습니다.)]
결국, 술에 만취한 A 씨가 화장실에서 구토하고 전역 날 아침에도 깨지 못하면서 일이 커졌습니다.
'전역빵' 사태가 상부에까지 보고됐고 해당 부대는 급하게 A 씨 부모를 불러 상황을 설명하는 데까지 번진 겁니다.
[A 씨 아버지 : 건강하게 거수경례 받고 엄마랑 사진 찍고 하자고 했는데, 그게 아니니까 안타까운 마음이죠.]
해군은 폭행을 주도한 4명을 군사경찰단에 인계했고, 구속 상태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부 병사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해군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향후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형남 /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 간부들이 전역빵이 일어난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 암암리에 병사들끼리 하는 일종의 풍습이라고 생각하고 가만히 두는 것이죠.]
앞서 지난 2008년 육군부대에서도 전역을 앞둔 병사가 폭행을 당해 비장 절제 수술을 받는 등 '전역빵'은 대표적인 병영 내 가혹 행위로 꼽혀왔습니다.
전역을 명분으로 때리고 술까지 강요하는 폭력적인 악습,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옵니다.
YTN 황윤태입니다.
YTN 황윤태 (hwangyt264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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