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인정률에 인프라 부족까지...한국에선 여전히 높은 난민의 벽

낮은 인정률에 인프라 부족까지...한국에선 여전히 높은 난민의 벽

2022.06.20. 오후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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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인정률에 인프라 부족…여전히 높은 난민의 벽
기독교 개종했다가 사형 구형…한국으로 피신
5년 기다렸지만 난민 불인정…"개종 진정성 없어"
난민 신청자 위한 인프라 부족·시스템도 낙후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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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죠.

우리나라도 최근 난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난민 신청자에게 한국의 벽은 여전히 무척 높다고 합니다.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워낙 어렵기도 하지만, 더 힘들게 하는 점도 있다는데 무엇일까요?

강민경 기자가 난민 신청자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무슬림 국가에서 태어났지만 기독교로 개종한 예맨 출신 37살 알렉스 씨.

그러나 이 신앙 때문에 10년 전, 본국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급박했던 상황에서 도망칠 수 있었던 유일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었습니다.

[알렉스 / 서울 용산동 : 한국은 비자 없이도 갈 수 있다는 걸 알았고, 그게 제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난민 신청 후 5년을 버텼지만 30분의 면접 끝에 돌아온 건 불인정 통보뿐.

개종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알렉스 / 서울 용산동 : 당국은 제가 세례를 받았다는 증거를 보여줘도 거부했습니다. (심지어는) 사형 구형 서류도 가져갔는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알렉스 씨 사례가 보여주듯 한국의 난민 수용 비율은 여전히 최하위권입니다.

지난해 난민 인정률은 고작 1%대.

난민 인정률이 절반에 가까운 캐나다나 4명 중 1명은 난민으로 인정받는 미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난민 신청자들을 더 괴롭게 하는 건 바로 부족한 인프라와 낙후된 시스템입니다.

난민 신청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평균 2년 가까이 소요되는데, 반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신청자 비자로는 취업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난민 자격을 판단할 심사관도 늘 부족하다 보니 개별 면접에서도 정당한 대우를 받기 어렵습니다.

심사관을 만날 때마다 마치 범죄자로 취급받는 기분이라고 난민 신청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알렉스 / 서울 용산동 : 아랍어 통역가는 아랍어를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심사관은 저에게 늘 화가 나 있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까다로운 난민 신청 절차는 어쩔 수 없더라도 통번역 등 기본적 시스템을 개선하고, 난민 신청자의 생존권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일부 외국인들이 난민 신청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 한국 법을 악용하고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이 선진국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절박한 심정으로 이 땅을 찾은 난민 신청자가 제대로 된 심사를 받고 있는지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알렉스 / 서울 용산동 : 한국은 이제 그냥 거주지가 아닌 제 집입니다. 지금은 정상적 삶을 살기 어렵지만, 앞으로 기회가 생기고 삶이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YTN 강민경 (kmk021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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