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애써 따로 버린 '투명페트병'... 재활용 실상은?

[뉴있저] 애써 따로 버린 '투명페트병'... 재활용 실상은?

2022.06.16. 오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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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월간 뉴있저 시간입니다.

6월은 환경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 내용 취재한 서은수 피디 나와있습니다.

서 피디,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투명페트병이 주제군요.

일회용 플라스틱은 점점 더 중요한 환경 문제가 되고 있는데, 특별히 투명페트병을 취재한 이유는 뭔가요?

[PD]
네,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페트병은 30만 톤이 넘는데요.

투명페트병은 전체 페트병의 78%를 차지할 만큼 생산량이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많이 쓰고 있겠죠.

지난해 나온 조사를 보면, 시민 17.7%는 투명페트병을 일주일에 7개 이상 소비한다고 답했습니다.

투명페트병은 다른 플라스틱에 비해 재활용 가치가 높은데요.

정부도 이런 이유로 라벨을 제거한 깨끗한 투명페트병만 따로 모아 버리는 '분리 배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아파트에 이어 모든 주택으로 정책 대상을 넓혔는데, 재활용 상황은 어떤지 확인해봤습니다.

리포트 먼저 보시겠습니다.

[PD]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택가.

투명페트병이 다른 플라스틱과 뒤섞여 버려져 있습니다.

라벨이 붙어있거나, 음료가 남아있는 것도 눈에 띕니다.

투명페트병 분리 배출제.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투명페트병만 따로 모아 배출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라벨 없는 깨끗한 투명페트병은 옷과 가방, 신발 등 가치가 높은 상품의 원료로 재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우선 제도를 시행했던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모든 주택으로 대상을 넓혔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혼란이 많습니다.

[김양순 / 서울시 마포구 주민 : 페트병에 붙어 있는 라벨을 손쉽게 잘 뜯어지게끔. 그것만 살짝만 좀 더 해주면….]

[김한얼 / 서울시 마포구 주민 : 계속해서 비닐을 벗겨야 한다든지, 구분해야 한다든지. 세세한 규정이 계속 생기다 보니까 좀 피로해지는 것도 없지 않아 있고….]

분리 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인데, 수거 과정도 문제입니다.

일부 시민들이 애써 투명페트병을 분리해도, 수거 과정에서 한데 뒤섞이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집니다.

[재활용품 수거 업체 관계자 : 분리배출을 하더라도 그것만 따로 (싣고)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다른 일반 재활용도 싣고 하면 당연히 수거차량 안에서는 섞여버리는 거죠.]

재활용 폐기물이 모두 모이는 선별장에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배출·수거 과정에서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투명페트병은 보시는 것처럼 선별장에서 일일이 분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물질이 최대한 묻지 않아야 하는데, 이미 뒤섞인 플라스틱과 한 기계에서 분류하다 보니, 깨끗한 것만 걸러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겁니다.

전국에서 별도의 투명페트병 처리 시설을 갖춘 선별장은 민간과 공공을 모두 합쳐 20%.

이마저도 쓰레기 배출량이 경기 다음으로 많은 서울엔 단 한 곳뿐입니다.

[이재봉 / 강북구청 청소행정과장 : 이쪽으로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올라가서 이 압축기를 통해서….]

정부도 별도의 처리 시설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 지난해 보완 계획을 내놓고 예산도 책정했지만, 이행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환경부 관계자 : 환경부 관계자 "이게 사실 뭐 혐오시설이다 보니까 신설해서 좀 큰 곳으로 옮기려고 해도 부지 확보가 어렵고. 지속적으로 투자는 하고 있고 한데.]

분리 배출제 시행 이후 투명페트병 재활용량은 월평균 1만9천 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가운데 고급 원료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13.7%에 불과합니다.

또 가장 친환경적인 재활용 방법은 페트병으로 다시 만드는 '보틀 투 보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사례가 없습니다.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페트병을 사용하려면 페트병 안에는 재생 원료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것이 하나의 세계적인 표준으로 아마 자리를 잡을 거예요. 서둘러서 '보틀 투 보틀' 재활용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해요.]

환경부는 지난 2월 '식품 용기 재생원료 기준'을 고시하고, 투명페트병을 식품 용기로 재활용하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시민들의 노력은 물론, 선별 시설 확충 등 정부의 제도 보완도 절실한 상황입니다.

YTN 서은수입니다.

[앵커]
리포트를 보니 정책 취지는 좋은데, 현장은 아직 혼란스러운 모습이네요.

시민, 수거 대행업체 그리고 선별장까지.

각자 어떤 부분에 어려움이 있던가요?

[PD]
네, 먼저 분리 배출 과정에서는 주체인 시민들이 아직 정책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서대문구와 마포구의 다세대주택 단지를 돌아봤는데요.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투명페트병만 따로 모아서 내놓은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또 상품 라벨을 떼지 않고 그대로 버린 모습도 많이 보였고요.

지난해 말 한국소비자원 조사를 보면, 분리배출 때 불편한 점으로 '라벨제거'를 꼽는 시민이 71%였습니다.

세척이 어렵다는 의견도 65%가 나왔고요.

복수 응답 내용인데요.

자체가 번거롭다, 또 대상품목을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30%가 넘었습니다.

시민들이 여전히 분리배출 제도를 어려워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세대주택·단독주택은 정해진 요일에만 투명페트병을 내놓는 '분리배출 요일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동별로 수·목·금요일 가운데 하루는 다른 재활용폐기물은 내놓지 않고, 투명페트병과 비닐만 따로 배출해야 합니다.

제가 이 요일제에 해당하는 날에 주택가를 돌아봤는데, 대다수 가구가 여러 재활용 폐기물을 함께 버렸습니다.

시민들에게 물어도 요일제는 전혀 모른다는 반응이 많았고요.

정책 홍보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렇다 보니 수거 업체들은 투명페트병만 걷어가기가 어렵다고 말하는데요.

투명페트병만 수거 하는 날임에도 다른 재활용 폐기물들이 같이 버려져 있으면, 안 치울 수가 없고, 그래서 같이 싣다 보면 결국 섞이게 된다는 겁니다.

인력이나 장비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혼합 수거 한다는 업체들도 있어서,

이런 부분도 지자체별로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선별장도 제대로 시설을 갖춘 곳이 부족한데요.

환경부는 투명페트병 별도 시설을 늘리기 위한 예산을 책정했고, 시설이 없는 선별장은 있는 곳으로 보내서 투명페트병을 처리하게끔 정책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시민들이 조금 더 정확하게 분리배출 할 수 있게 정책이 잘 홍보가 돼야겠고, 배출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지 않게 수거나 선별 과정 개선도 필요하군요.

정책이 잘 보완되면, 앞으로 투명페트병은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는 건가요?

[PD]
네, 투명페트병은 옷, 신발 등을 만드는 장섬유, 긴 실을 뽑아낼 수 있는 재생원료인데요.

그래서 요즘 의류 업체들이 투명페트병을 재활용해서 친환경 옷을 만든다는 얘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쓰고 버린 페트병을 되살린다는 의미는 있지만, 이렇게 섬유로 만들면 다시 재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선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한 번 섬유로 재활용하고 나서는 또 쓰레기가 나오니까 이 섬유 쓰레기는 또 소각이나 매립을 해야 하는 거거든요. 쓰레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거죠. 가장 바람직한 재활용은 페트병이 다시 페트병으로 반복해서 순환됨으로써 페트병을 만드는데 들어간 석유의 양도 줄이고 페트병 쓰레기 처리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도 해소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해외에서는 이미 생수나 음료를 담았던 페트병을 다시 식음료용 페트병으로 재활용하는 '보틀 투 보틀'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생수 기업 에비앙은 2025년부터 페트병을 100% 재활용 원료로 생산하기로,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원료의 50%를 대체하기로 했고요.

유럽연합은 2025년까지 음료 페트병을 만들 때 재생 원료를 25% 이상 사용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투명페트병을 식품용 페트병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뀌고, 환경부와 식약처가 관련 기준도 마련하는 등 '보틀 투 보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앵커]
플라스틱이 반복해서 재활용될 수 있는 체계가 생기면 환경적으로 의미가 크겠네요.

월간 뉴있저, 다음 주제는 뭔가요?

[PD]
네, 다음 주는 해양 쓰레기 문제입니다.

저희 제작진이 먼 곳까지 취재를 다녀와서 열심히 제작하고 있으니까 많이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서 피디 수고했습니다.



YTN 서은수 (seoes010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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