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들의 '겸배'를 아십니까?..."사람 곪아 터진다"

집배원들의 '겸배'를 아십니까?..."사람 곪아 터진다"

2022.06.03. 오전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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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체국 집배원들은 이른바 '겸배'로 불리는 고유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료가 휴가로 자리를 비우면 나머지 팀원들이 업무를 메꾸는 일종의 관행으로 예전의 품앗이를 떠올릴 수 있지만 현실은 과중 업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정인지 임성재 기자가 들어 봤습니다.

[기자]
서울 중랑구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31년 차 집배원 송성근 씨.

동료 한 명이 정년을 앞두고 그동안 쓰지 못한 휴가를 한 달 넘게 쓰면서 추가 업무를 떠안고 있습니다.

[송성근 / 서울중랑우체국 집배원 : 불합리한 것 같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고 한 분이 빠졌으니까 7명이 결원 생긴 구역 가서 다 같이하는 거죠.]

이런 탓에 출근 시간은 최소 1시간 이상 빨라졌고 끼니를 때울 겨를도 없이 하루가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송성근 / 서울중랑우체국 집배원 : 사실 못 먹고 일하죠, 사람이 쫓기다 보니까 배달 끝날 때까지는 슈퍼에서 음료 한 잔 마실 수 있을까. 사람이 곪아 터지기 전에는 사람을 안 주더라고요.]

이처럼 동료의 업무를 해주는 관행을 이른바 '겸배'라고 합니다.

결원이 생기면 같은 팀 동료들이 '대신 겸해서 배달해준다'라는 은어입니다.

공식 이름은 '집배 업무의 대행'으로 우편업무규정에도 적시된 우체국 고유의 노동 문화입니다.

우체국 본부 노조는 이러한 '겸배' 관행이 과로의 원인이 된다며 철폐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보편적 우편 서비스 위협하는 겸배 제도 중단하라!"

노조는 '겸배'로 인해 평균 업무 소요 시간이 1시간 47분 늘고, 낯선 지역을 배달하다 보니 사고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고 토로합니다.

[오현암 / 민주우체국본부 경인지역본부장 : 아파도 쉴 수 없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도 빠질 수 없는 집배원의 이러한 기형적인 근무형태는 개인의 건강과 가족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또, 동료에게 피해가 가다 보니 연차 쓰기를 꺼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연가의 3분의 1도 채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같은 지적에 우정사업본부는 3년 사이 3,099명을 충원해 인력 예비율을 6.75%까지 끌어올렸다고 강조하지만,

노조 측은 국제 기준인 최소 9%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반박합니다.

올해 초, 설 연휴를 앞두고 집배원 2명이 심혈관질환으로 숨지는 등 과로사로 추정할 수 있는 사망 사례는 매년 끊이지 않는 상황.

'겸배'로 집배원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는 노조 측과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사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답답한 상황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YTN 임성재입니다.


YTN 임성재 (lsj6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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