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화재, 반년 전 쿠팡 창고 '판박이'..."비난 우려한 성급한 대응 탓"

평택 화재, 반년 전 쿠팡 창고 '판박이'..."비난 우려한 성급한 대응 탓"

2022.01.07. 오전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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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소방관 3명의 목숨을 앗아간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는 반년 전 발생한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와 닮아있습니다.

당시에도 잔불 정리 작업에 투입됐던 소방대원 1명이 화마에 스러졌는데, 소방 당국의 성급한 대응이 반복된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준명 기자입니다.

[기자]
평택 신축 공사 현장에서 시커먼 연기가 또다시 뿜어져 나온 건 큰 불길을 잡은 뒤 3시간 만이었습니다.

당시 소방당국은 이미 화재 발생 7시간여 만에 대응 1단계를 해제했었고, 소방대원들은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을 위해 건물 안으로 진입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불씨는 아직 살아있었습니다.

2층까지 순식간에 번진 불은 구조대원 5명을 집어삼켰고, 고립돼 연락마저 끊겼습니다.

뒤늦게 다시 발령된 대응 2단계 조치.

2명은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화마 속에 3시간 넘게 갇혀있었던 26살 구조대원 등 3명은 결국 숨졌습니다.

[고병만 / 경기 평택소방서 재난예방과장 : 구조대원 5명이 진입해서, 인명 검색을 1차로 했지만, 추가로 발생할지 모르니까 인명 검색을 위해 진입을 했는데 (구조대원) 3명 다 심정지 상태로 판정됐습니다.]

이번 참사는 지난해 6월 17일 발생한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와 닮아있습니다.

당시 소방당국은 선착대가 도착한 직후 대응 2단계를 발령했고, 2시간 40여 분만에 큰 불길이 잡히자 잔불 정리 작업을 진행하며 대응 단계도 차례로 하향했습니다.

이때 내부로 진입해 인명 수색 작업을 한 김동식 구조대장은 다시 치솟은 불길을 피하지 못하고 이틀 만에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반년 만에 벌어진 판박이 참사.

구조자를 제때 구하지 못할 경우 큰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방당국이 성급하게 대응 단계를 낮추고 무리한 현장 진입을 용인한 게 공통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창우 /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노동자들이 다 나왔다고만 말해줬으면 구조대는 절대 안 들어가죠. 만약에 구조대가 안 들어가고 진압대만 들어갔다고 하면 비난받는다니까요, 한 사람이라도 숨지면….]

화재 현장에서 구조 대상자의 생명을 구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임무가 주어진 소방대원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와 구조 체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신준명입니다.


YTN 신준명 (shinjm752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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