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n번방 방지법은 카톡 검열법?

[팩트체크] n번방 방지법은 카톡 검열법?

2021.12.20. 오전 08:4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2월 18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송영훈 뉴스톱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팩트체크] n번방 방지법은 카톡 검열법?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주간 있었던 뉴스들 가운데 사실 확인이 필요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는 시간입니다.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의 송영훈 팩트체커와 전화 연결 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송영훈 기자(이하 송영훈)>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n번방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되자마자 야당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는데요. 이때 예로 든 근거가 고양이 동영상도 공유할 때 검열이 걸렸단 겁니다. 첫 순서로 준비하셨죠?

◆ 송영훈> 우선 ‘고양이 동영상 공유 불가’는 사실이 아닙니다. 해당 게시물 이미지를 자세히 보시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문구는 불법촬영물 전송 제한 조치 여부와 상관없이 필터링 기능 작동 과정에서 나타납니다. 즉 불법촬영물인지 아닌지 식별하는 과정에 있다는 거죠.
단말기의 성능과 공유하려는 사진이나 동영상의 용량에 따라 10~20초까지 소요될 수 있는데, 이용자가 올리는 영상물의 특징값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심위가 보유한 불법촬영물의 특징값과 같은지 비교·대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10초 정도 후면 결과를 알 수 있었을텐데 올린 걸 보면, 고양이 동영상 검열 이미지는 누군가 관심 받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게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양원>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된다.. 이건 사실이 아니고요.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제한이 되는 건가요?

◆ 송영훈>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의결한 불법 영상물들입니다. 보통 대형 플랫폼에서는 인공지능이 피부색을 인식해 성인동영상을 가려내고는 하는데, 이런 수준이 아니구요. 유통되는 영상이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불법 영상물과 같을 경우 유통을 막는 단순한 필터링 기술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내용을 비교하는 아니라, 영상에 담긴 ‘디지털 코드’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걸러집니다. 유포자가 인코딩을 다시 하거나 움직이는 사진 등으로 폼을 변형해서 코드값이 일부 변형되더라도 기존 영상의 특징값이 남아 있기 때문에 필터링 기술로 식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처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기존 데이터와의 유사성을 식별하는 기술은 논문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이미 국내의 많은 IT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n번방 방지법이 새로운 차원의 기술을 도입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 김양원>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 사이트에 적용되다보니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카톡 검열’이라고까지 주장했던데요, 실제로 그런가요?

◆ 송영훈> 카카오톡의 단체 채팅방이 여러 종류가 있죠. 그 중 사전식별 대상은 ‘오픈채팅방’에 한정됩니다. 오픈채팅방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일종의 인터넷 카페 같은 공간인데, 이런 개방 공간에 불법촬영물을 올렸을 경우 이용 제한 조치가 취해지는 것입니다. 이번 조치는 오픈그룹채팅방에서 오가는 '움짤'이라고 하죠, 동영상과 움직이는 이미지, 압축파일에 적용되며, 일반 채팅 및 1:1 오픈 채팅방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카톡 외에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연 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하루 평균 10만명 이상 이용하는 인터넷 사업자에게 의무가 부여되는데,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8개 해외 인터넷 사업자와 국내 포털, SNS, 인터넷개인방송 등 90여개 사업자가 포함됩니다. 디시인사이드, 뽐뿌, 루리웹 등 국내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적용됩니다.

◇ 김양원> ‘n번방 방지법’은 위헌이라는 주장도 나왔던데요?

◆ 송영훈>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는다’는 헌법 18조에 위배된다는 건데요. ‘사전 검열’이라는 거죠. 사단법인 오픈넷이 “이 법안은 통신사업자가 이용자의 모든 통신 내용과 공유하는 정보를 사전에 모니터링하게 하여 이용자의 통신의 비밀,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헌법 소원을 낸 상태입니다.
그러나 공기관인 방심위가 불법촬영물로 지정한 것들까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습니다. 영상물의 유해 정도를 따지는 게 아니라 국가기관이 이미 불법촬영물이나 범죄 피해물로 규정한 영상이 더는 유포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라는 거죠. 불법성인동영상을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게다가 이 법을 사전 검열로 본다면 그동안 통신사업자가 자체적으로 해왔던 ‘스크리닝’ 기능도 다 사전검열로 볼 수 있게 됩니다.

◇ 김양원> 그런데 정작 ‘n번방’ 문제가 터졌던 텔레그램에는 적용이 안 된다고 하던데요.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 송영훈> 그런 우려가 있지만, 이것도 카카오톡과 비슷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텔레그램에도 카카오톡처럼 개인들의 사적 대화창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니, 이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사적 대화방에서의 불법 영상물 공유 등은 경찰잠입수사, 신고포상제, 국제공조수사 등으로 해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지적도 있습니다. 오히려 방심위에서 심의·의결하지 않은 다수의 불법촬영물은 걸러낼 수 없다는 거죠. 특히 불법 촬영물의 최초 유포 시점에서는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 김양원> n번방 방지법,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고, 기술적인 보완 또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