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진퇴양난' 공수처...출범 첫해 기소 '0명'?

'사면초가·진퇴양난' 공수처...출범 첫해 기소 '0명'?

2021.12.18. 오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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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좀처럼 수사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악재까지 겹치면서, 출범 첫해인 올해 입건한 피의자 가운데 한 명도 직접 재판에 넘기지 못할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우철희 기자입니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한때 수사인력 대부분을 투입했던 '고발사주' 의혹 수사.

핵심 인물인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2차례 기각된 이후 답답한 상황입니다.

새해부터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고, 대선 개입이라는 비판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까지 더해져 내부에선 연내 불구속 기소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손 검사가 건강 악화로 '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 입원하면서 당분간 추가 소환을 통한 보강수사가 어렵게 됐습니다.

영장 기각 때도 '혐의 소명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만큼 섣불리 재판에 넘겼다간 망신을 당할 게 뻔하다는 점에서 연내 기소를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또, 손 검사를 불러 확인하려던 '판사 사찰 문건' 의혹 수사도 제동이 걸린 건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더해 공수처는 '검사 1호 사건'인 이규원 검사의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과 유출 의혹 사건도 이 검사를 직접 기소하지 못하고, 결국,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지난 3월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이 검사를 3차례나 소환 조사까지 했지만, 같은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과 '합일적 처분'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9개월 만에 다시 이첩한 겁니다.

하지만 '합일적 처분'의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으라고 준 검사에 대한 기소권을 떠넘긴 꼴이라 비난을 자초했습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유출 사건은 아예 좌표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지경입니다.

공수처는 당시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수사팀을 겨냥해 반발을 무릅쓰고 대검찰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였습니다.

하지만,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대검 감찰부가 당시 수사팀의 연루 정황은 없다는 공문을 보내면서 멋쩍은 상황이 된 겁니다.

이런 가운데 공수처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사 기자는 물론, 언론인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통신자료 조회로 '사찰' 논란까지 불거져 사면초가, 진퇴양난의 형국입니다.

올해 1월 출범한 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공소제기 요구를 제외하고, 야심작 '고발사주' 의혹을 포함해 주요 사건의 피의자를 한 명도 재판에 넘기지 못한 채 첫해를 마무리할 경우 수사와 존재 이유에 대한 회의론은 한층 더 커질 전망입니다.

YTN 우철희입니다.



YTN 우철희 (woo7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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