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대표 '갑질'에...경비·미화원 70명 "반 년째 임금 체불"

입주자 대표 '갑질'에...경비·미화원 70명 "반 년째 임금 체불"

2021.12.18. 오전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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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 대표회장 ’날인 거부’…6개월째 임금 체불
관리소 "A 씨, 소장 월급 줄이라고 요구"
"월급 삭감 안 되자 ’날인 거부’…직원들만 고통"
노동청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인정되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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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과 미화원, 관리소 직원 등 70명이 반년째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습니다.

새로 선출된 입주자 대표회장이 아파트 관리 회사 교체를 요구하며 관리비 집행을 막고 있기 때문인데

어떤 사연인지, 김대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아파트.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었습니다.

지난 6월, 아파트 입주자 대표로 65살 A 씨가 당선된 이후 관리소 직원과 청소 미화원, 경비원 등 70명의 임금이 벌써 6개월째 밀렸습니다.

아파트 관리 규약상 관리비 집행을 위해선 입주자 대표회장 A 씨의 직인이 필요한데, A 씨가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 모 씨 / 아파트 관리소 직원 : 관리비는 정상적으로 다 통장에 들어오는데 1원 하나 지출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한 10억 정도 이상 쌓여 있고요.]

입주자 대표 A 씨는 아파트 관리 회사 측이 2년 동안 모아놓은 충당금 60억 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뒤 사용처를 밝히지 않았고, 관리 능력도 현저히 떨어져 관리비 지급을 막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관리 회사 측은 해당 지출 건에 대해 이미 주민에게 공고했고, 구청에도 보고해 감사까지 마친 사안이라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관리소 측은 월 4백만 원 수준인 관리소장 월급이 갈등의 빌미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가 입주자 대표로 선출된 이후 관리소장의 임금이 너무 높다며 교체를 요구했는데, 관리 회사 측이 들어주지 않자 관리비 집행을 못 하도록 날인을 거부했다는 겁니다.

입주자 대표와 관리 업체 간 갈등 때문에 밀린 임금은 9억여 원으로 불어났고, 직원들은 당장 먹고 살길이 빠듯해졌습니다.

그나마 몇 달 동안은 회사에 각서를 쓰고 무이자로 임금을 빌렸지만 석 달 전부터는 이마저도 어려워져 돈줄이 아예 끊긴 상태입니다.

[임 모 씨 / 아파트 청소미화원 : 지금 이 나이에 병원도 다니고 하고 약도 먹고 해야 하는데 돈도 꿔서 쓰고 지금. 돈이 안 나오니깐 꿔서 쓸 수밖에 없잖아요. 생활이 너무나 힘들어요, 그래서.]

[최기혁 / 아파트 경비원 : 한 달 기다리고 한 달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러는데 또 안주니 말이나 되는 얘기입니까 이게 대한민국에서….]

A 씨는 YTN과 통화에서 임금 체불 문제는 고용 주체인 관리 회사와 용역 업체가 책임져야 한다며 자신은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초 관리 업무를 맡긴 주체가 아파트 입주자 대표 측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A 씨에 대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임득균 / 노무사 : 계약에서 정한 경비비라든지 관리비를 집행하지 않아서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면 경비회사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같이 연대 책임을 집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 제44조 위반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서울북부고용노동지청도 A 씨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노동자들의 잇따른 진정과 고소에도 A 씨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버티고 있어서 당분간 추가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YTN 김대겸입니다.



YTN 김대겸 (kimdk1028@ytn.co.kr)
촬영기자 : 김종완
그래픽 : 이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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