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분노가 더나은 미래를 만들어주지 못 해. 올바른 방향 필요ㅡ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

갈등과 분노가 더나은 미래를 만들어주지 못 해. 올바른 방향 필요ㅡ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

2021.12.10. 오후 4:5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갈등과 분노가 더나은 미래를 만들어주지 못 해. 올바른 방향 필요ㅡ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
AD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 진행 : 김혜민 PD
■ 방송일 : 2021년 12월 10일 (금요일)
■ 대담 :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 (전 두산경영연구원 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혜민의 이슈&피플] 갈등과 분노가 더나은 미래를 만들어주지 못 해. 올바른 방향 필요 ㅡ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올 한 해를 정리하면서 한 번 더 인터뷰를 모시고 싶은 분이 누굴까, 생각해 봤는데요. 망설이지 않고 이 분을 꼽았습니다. 이슈가 만난 피플. 오늘은 전 대한상의 회장이자 전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을 역임한 같이 걷는 길 이사장이신 박용만 회장과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 (전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이하 박용만)> 안녕하세요.

◇ 김혜민> 또 오셨어요.

◆ 박용만> 네.

◇ 김혜민> 제가 1년간 많은 분들을 만났거든요. 둘러보면서 누구를 한 번 더 뵙고 싶나, 회장님이더라고요.

◆ 박용만> 많은 사람 만나시면 코로나 조심하셔야 되겠습니다.

◇ 김혜민> 맞아요. 그래서 저번에는 회장님하고 다른 방에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다가, 오늘은 이렇게 한 방에 오시게 됐는데 제가 회장님이라고 호칭을 계속해도 될까요.

◆ 박용만> 아니요. 이제 회장은 내려놨기 때문에 이사장이라고 불러주시면 그게 아마 직함으로 정확할 것 같고요. 그냥 아저씨라고 그래도 되고, 그렇습니다.

◇ 김혜민> 그래도 어떻게 방송에 제가 그럴 수는 없으니까, 지금 그러면 맡고 계신 건 같이 걷는 길의 이사장이신 거죠.

◆ 박용만> 예. 재단법인 같이 걷는 길의 이사장입니다.

◇ 김혜민> 회장이라는 명칭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으니까, 그냥 저는 회장으로 호칭할래요.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박용만 회장님, 전형적인 삶을 살지 않은 분이라는 건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고. 또 이번에 책을 통해서 본인의 삶을 고백하셔서 많은 분들이 이해하고 계세요. 그래서 퇴임 이후에도 다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다르더라고요.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에서 물러나셨는데, 이게 굉장히 많은 사람들한테 좀 충격이고 신선했던 것 같아요.

◆ 박용만>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직에서 물러난 것보다 두산그룹을 떠났습니다. 아마 그게 바라보시는 분들께 좀 놀라운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 김혜민> 경제신문을 비롯해서 많은 언론들이 박용만 회장 두산그룹 떠난다, 여기에 대해서 며칠 동안 보도를 했어요. 그 이유가 뭘까요.

◆ 박용만> 기대하고 달라서 그랬던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건 전부터 말씀을 드려 온 일이기는 합니다만, 실무를 떠나면 상징적인 자리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은 하지 않겠다, 라고 얘기를 해 왔습니다. 그래서 인프라코 회장을 하다가 그 회사가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고 제가 이사회 회장직에서 사임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나머지는 그룹의 상징적인 역할의 자리였거든요. 그래서 그냥 다 사임을 하고 물러났습니다.

◇ 김혜민> 그런데 그룹의 상징적인 역할을 하실 수도 있잖아요. 의미도 있을 것 같고.

◆ 박용만> 저는 제 개인적으로는 그것보다는, 그냥 새로운 삶을 사는 게 더 의미 있겠다고 생각을 해서. 좀 기대와 달라서 놀라셨는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떠났습니다.

◇ 김혜민> 새로운 삶을. 아마 인간 박용만으로서의,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좀 살아보고 싶은 바람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좀 드네요.

◆ 박용만> 제가 공직에 있거나 그랬던 건 아니었으니까. 자연인이라는 표현은 조금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조금 더 많이 쏟고 그래봤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상당히 있었죠.

◇ 김혜민> 그렇군요. 회장님의 소식과 함께 또 화제가 됐었던 건,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두산중공업 상무 역시 그룹 임원직에서 물러난 내용이었어요. 사실 이게 좀 더 사람들이 놀랐던 것 같아요.

◆ 박용만> 제 아이들 둘은 워낙에 독립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큰 아이는 워낙에 하는 일 자체가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자유롭게 자기 일을 하고 싶어 했고. 작은 아이도 그랬고. 그런데 이제 부모의 노파심이랄까, 그런 것 때문에 제가 선뜻 그래. 너 나가서 마음대로 해봐라,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제가 물어봤습니다. 아이들한테. 그랬더니 아이들이 그러지 않아도 항상 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두 놈이 다.

◇ 김혜민> 그럼 회장님이 먼저 권유하신 거예요. 그건 아니었죠. 본인들이 계속해서 그런 마음은 있었다고 하길래.
◆ 박용만> 그동안에는 제가 이제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라, 이런 입장을 취하다가 이번에는 정말이냐. 진짜 그렇게 할래, 라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정말 그렇게 하겠다고. 그래서 근데 두 녀석 물어보니까 두 녀석 다 그렇다고 그래서, 그럼 마음대로 하라고 그랬습니다.

◇ 김혜민> 그래서 세 부자가 함께 독립선언을.

◆ 박용만>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습니다. 두 아이들도 그렇게 결정을 했고, 저도 그렇게 결정을 해서. 이게 좀 아마 생소하게 보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 김혜민> 생소했죠. 대기업 회장의 퇴임 이후에 발걸음이 너무 달랐고, 특히 오너 기업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에 아마 많은 분들이 놀라셨고. 또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참 좋았습니다.

◆ 박용만> 그렇게 생소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각자 자기 직업을 찾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생소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자기를 찾아간다는 것이. 또 저도 현직에서 일이 끝나면 물러난다는 것이, 그것 자체가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 김혜민> 그럼요. 각자 자기를 찾아간다는 것이 생소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라는 말을 하는 회장님이 생소한 거죠. 사람들은. 왜냐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었고 회장님은 좀 다른 기업인들보다는 또 개인적 브랜드가 더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줬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두산이라는 이름이 회장님 앞에 늘 있었기 때문에 퇴임 이후에 대기업 회장까지 한 분이 자기를 찾아가겠다. 이 말이 사람들한테 굉장히 신선한 도전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 박용만> 과거에 회장을 한 건 사실이지만 현재 실무에서 일을 떠나서 일이 종결이 되면. 그러면 당연히 떠날 수 있고, 떠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이 안 듭니다. 저는. 그래서 그냥 그동안에 생각해왔던 일을. 그동안에도 해왔던 일이긴 합니다만, 그 일을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그냥 결행을 했습니다.

◇ 김혜민> 오늘 이슈가 만난 피플에서는 박용만 회장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확한 호칭은 같이 걷는 길의 이사장님이십니다. 자, 최근 근황 살펴봤는데 사실 지난 10월이죠.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독대하고 또 한 전시회에 교황님과 같이 참여하신 게 화제가 됐어요. 철조망 평화가 되다, 였는데 이 전시회를 회장님께서 기획하셨더라고요

◆ 박용만> 네, 그렇습니다.

◇ 김혜민> 어떤 전시회였어요.

◆ 박용만> 휴전선에서 정기적으로 철조망을 걷어내서 교체합니다. 그래서 그 철조망을 저희가 구해서, 그걸 녹여서 평화를 기원하는 십자가로 다시 부활을 시키는 그런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사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고요. 세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아픔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시장 뒤편에서 한 거의 100년 가까이 수작업에 쓰이던 수레가 있습니다. 큰 수레, 나무로 만든 수레인데 그 상처가 날 대로 난 수레를 분해해서 십자가로 그때도 부활을 시켰습니다. 거의 혹사에 가까운 노동을 위로한다는 의미에서 했고. 두 번째 프로젝트는 평생을 기도와 헌신과 봉사로 보내신 수녀님들의 낡은 수녀복을 모아서 치유의 베개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치유의 베개를 난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한테 선물을 했거든요. 그러면 이제 심리적으로 또 주인은 신앙인이니까, 영성적으로. 기도하신 수녀님들의 마음이 전달되는 부활의 프로젝트를 했고요. 세 번째가 이번 주제는 갈등이었습니다. 두 번째가 질병이었고, 세 번째 갈등인데. 우리 사회의 갈등이라고 그러면 제일 큰 갈등이 남북 갈등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남북 갈등의 상징인 휴전선의 철조망을 평화를 염원하는 십자가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 김혜민> 지붕 꼭대기에 놓여 있는 십자가가 아니라 정말 삶의 현장 가운데 있는 십자가 정신을 세 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구현을 하셨어요. 지금 문자로 딱 그 평화의 십자가. 교황청 방문 때 선물했던 그 사진을 보도를 통해 접하셨나 봐요. 그걸 문자로 6635님이 보내주시면서 박용만 전 회장님의 혜안이 빛나는 전시회였다고, 이렇게 보내주셨고. 6915 님은 회장님 자서전 읽고 소탈하신 모습 존경했는데 라디오에서 뵙네요. 후원해 주시는 복지시설에서 근무한다고. 여름에 보내주신 복숭아, 애들과 잘 먹었습니다. 참고로 여기는 부산 송도입니다. 이렇게 보내주셨네요. 정말 많은 분들이 회장님의 활동을 잘 알고 계신데, 아까 우리가 최근에 이야기 나누면서 이렇게 독립선언문이라고 SNS에 올리신 글에 회장님이 이렇게 쓰셨거든요. 이렇게 두산을 떠나는 것이니 나도 독립이다. 이제부터는 그늘에 있는 사람들을 더 돌보고 사회에 좋은 일 하며 살아가기로 했다. 앞으로 더 펼치실 예정이신가 봐요. 맞나요.

◆ 박용만> 예, 그늘에 계신 분 돕는 일은 그 전에부터 해오던 일이니까 그건 계속 하면 되는 일이고요. 제가 가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사업해 오고 인생을 살아오던 경험. 그런 것밖에 더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가 보면 갈등과 대립도 좀 너무 많고, 젊은이들을 바라보면 이야기를 많이 해 봅니다. 그러면 미래는 희망이어야 되는데 미래를 좌절로 연결시키는 젊은이들이 너무 많아서 참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어떤 형태가 되든 사회에 선한 영향이 자꾸 퍼져나갔으면 좋겠는데, 그런 데서 제가 할 일이 좀 있지 않을까. 찾아보려고 합니다.

◇ 김혜민> 약자들, 그늘에 있는. 그러니까 경제적 약자들을 돌보는 일은 사실은 몇 년 동안 하셨고. 이제는 그동안 기업인으로서 쌓인 경험을 가지고, 미래를 좌절로 연결시키는 젊은이들을 위해 좀 일을 하고 싶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사실 젊은이들, 친구 많으시잖아요. 우리 회장님 인싸시잖아요. 요즘 젊은이들 보면 뭐가 제일 안타까우세요.

◆ 박용만> 힘들어하는 게 안타깝죠. 젊은이들이 힘들어하는 게 안타까운데, 젊은이들이 힘들어 하는데 젊은이들은 잘못한 게 없거든요. 다 저 같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체제와 질서가. 저희가 한참 경제를 발전시키고 저희가 일을 열심히 할 때는 그것이 맞는 체제였고, 맞는 질서였고. 그랬을지 모르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거든요.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이제 더 바뀔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 젊은이들이 더 자유롭게 움직이고 더 편안하게 미래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우리가 못 해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미안함이 제일 크죠 젊은 사람들을 보면.

◇ 김혜민> 저도 이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후배들 보면 참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그래서 방송을 통해서도 우리 젊은이들의 상황을 알리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더 좌절이 되는 건 젊은이들을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단지 소비하는 것 같기만 하는 모습들을 보여서 참 속상하거든요. 우리 회장님은 어떠세요.

◆ 박용만> 젊은이들이 정치권의 목소리에 반응할 때는, 사실은 상처받고 아프기 때문에 반응하는 일도 많거든요. 그러면 상처받고 아픈 사람 앞에서 나를 따르라고 소리치는 분들은 많은데, 정작 그분을 따르면 희망대로 될 것 같은 그런 리더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 젊은이들이 저희 세대를 볼 때 불신도 더 큰 것 같습니다. 안타깝고, 그런 걸 보면. 죄책감도 들고 참 미안하죠. 젊은 사람들한테.

◇ 김혜민> 미안한 마음이 시작인 것 같습니다. 이제 미안한 마음으로 여러 가지 행동과 또 필요한 정책들을 만들어가야 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0805님이 신기하네요. 두산 전 회장님이 이슈 앤 피플에 나오시다니. 제 귀를 의심합니다. 너무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하셨는데 이런 프로그램입니다. 이슈 앤 피플이. 7451 님, 코로나로 요즘 다 힘든 시기라 그런지 피디님 목소리와 회장님 목소리 너무 따뜻하다고, 힘이 납니다. 이렇게 하셨어요. 그리고 7351님도 회장님, 젊은이들 바로 보시네요. 젊은이들 참 가엽죠. 훌륭한 일 많이 하십니다. 하셨는데, 훌륭한 일 진짜 많이 하세요. 부끄러우실 테니까 제 입으로 그냥 이야기할게요. 회장님. 거의 매주 그 남을 돕는 현장에 나가시죠.

◆ 박용만> 네, 그렇습니다. 많이는 아니고요. 일주일에 두세 번.

◇ 김혜민> 일주일에 두세 번이면 많이인 거죠. 가서 직접 요리도 하시던데요.

◆ 박용만> 제가 같이 일을 하는 봉사자 그룹의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손으로 직접 땀 흘려 일하고, 우리 일한 결과를 받으시는 분을 직접 가서 만나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봉사자들이 모여서 다 같이 일하고, 만든 반찬을 가지고 다 가서 일일이 나눠드리고 하죠.

◇ 김혜민> 그 원칙을 세우신 계기가 있으셨어요.

◆ 박용만> 예전에는 제가 금전적인 후원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에 교황님 오셨을 때 즈음해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나아가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니까 그 말씀은 아마 그늘에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나아가서 손을 잡으라는 말씀이셨던 것으로 저는 이해를 했고, 돌아가신 정진석 추기경님께서 그냥 후원만 하는 것은 담장 너머로 무언가를 던져주는 행위와 같다는 말씀을 늘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런 원칙을 세웠죠. 그래서 우리 손으로 직접 하니까 그게 체력 한계 내에서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뭐, 큰일은 아닙니다.

◇ 김혜민> 물론 개인의 한계에 부딪힐 수 있지만, 그 개인 개인이 모여서 함께하고 계시잖아요. 거기서 오는 에너지가 엄청날 것 같아요.

◆ 박용만> 행복해하죠. 일하러 왔다 가는 사람들이 행복한 얼굴로 돌아갑니다. 이게 참 좋습니다.

◇ 김혜민> 회장님 칼질 솜씨가 대단하시던데, 직접 요리도 하고 반찬을 만드시는 거죠.

◆ 박용만> 그렇죠. 주방 일을 많이 하게 되면 이제 제일 앞에서 재료를 다듬고 딱 씻고 칼질을 해놔야 그다음에 지지고 볶고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주로 자르는 일을 하기 때문에, 칼질을 하기 때문에 제일 앞에서 해야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 시간을 빨리 해야 뒷일이 이루어지니까. 빨리 해야 되고 빨리 하다 보니까 이제 그렇게 됐습니다.

◇ 김혜민> 신속 정확한 일을 하셔야 되는데 그래서 손이. 한 번만 보여주세요. 이 손이 거의 대장 손 같은데, 직접 요리 반찬을 만들고 또 배달도 많은 분들하고 같이 하시더라고요. 그 과정 가운데 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해 한다. 이런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기업인 박용만과 이제 독립 선언을 한 본격적인 재단법인 이사장으로서의 박용만 이사장님이 하는 봉사활동은 달라질까요.

◆ 박용만> 그거야 다르겠습니까. 그냥 같은 일 하는 거죠. 같은 일 하는데, 전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있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좀 더 많이 만나려고 합니다. 저희가 가져다 드리는 물품과 식료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분들과 대화도 하고, 그분들하고 접촉의 면을 넓히는 게 그분들이 좋아하시거든요. 저도 공부하는 게 많고. 저와 같이 일하는 젊은 봉사자들도 그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그 시간을 조금 늘려가려고 그럽니다.

◇ 김혜민> 지금 5924님이 원칙을 세우고 지키시는 모습 대단합니다. 이렇게 보내주셨고, 5780 님은 저도 귀를 의심했습니다. 박용만 회장님 존경합니다. 그렇게 하셨네요. 제가 이슈 앤 피플의 품격을 좀 더 높여야겠어요. 회장님 나오셨다니까 귀를 의심하는 분들이 많아지셨는데, 오늘 이슈가 만난 피플. 회장직에서 내려와서 그늘에 있는 사람을 더 챙기기로 결심한, 그리고 그렇게 살고 계신 우리 박용만 회장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연말 되면 소외된 이웃이라는 단어를 언론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에서 다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해요. 그 이야기하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태도가 참 중요하다. 회장님께서도 책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언급하신 부분을 굉장히 인상 깊게 봤습니다. 우리가 어떤 태도를 좀 가져야 할까요.

◆ 박용만> 제가 어떤 게 좋다고 말씀드리기는 좀 건방진 것 같고요. 저와 봉사자들이 이야기를 해서 내린 결론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흔히들 그런 현장에 가면 연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연민의 기본은 나는 처지가 낫고 그분들은 처지가 나만 못하다는 데서 시작하면 그건 연민이 제대로 된 연민이 아닌 것 같다고 우리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출발점은 제공하는 나나, 저희가 도움을 드리고 도움을 받으시는 분이나, 우리가 다 평등하고 똑같은 이웃이다,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을 때 그 연민은 안타까움으로 이어지고 그 안타까움은 다시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태도 중에 제일 중요한 거는 평등한 이웃으로 보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음식을 만들어도 내 입에 달아야 그분들께 드리는 것이 맞고. 내 입에 불편하면 그분들한테도 제공하면 안 되는 것이고. 모든 게 다 그렇죠. 그러니까 항상 보통 중산층 기준에 맞춰서, 나와 같은 이웃이라는 데서 출발을 해야, 거기서 그 연민이 건강한 안타까움과 건강한 개선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혜민> 반성하게 되네요. 그러니까 인식의 출발점부터 우리가 건강하게 세워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책에도 말씀하셨던 에피소드였는데 어려운 친구들에게 좋은 옷을 선물하니까 한쪽에서는 뭐, 이렇게 좋은 옷까지 필요했어요. 이런 얘기를 한 데에 되게 분노하셨다는 얘기를 봤어요. 그 얘기 좀 해주세요. 회장님.

◆ 박용만> 제가 매년 옷 회사로부터 처리해야 되는 재고를 기증을 받아서 옷이 모자라는 아이들한테 갖다 드리기도 했고요. 식료품 같은 것도 기증받아서 어려우신 분들한테 이렇게 갖다 드리고 했는데, 가끔 보면 그렇게 기증받다 보면 좋은 물건들도 있습니다. 좋은 물건이라는 게 대단히 시장에서 탑에 해당되는 그런 물건은 아니고요. 좋은 물건인데 왜 거기 주느냐, 이거는 우리 집에서도 못 먹는 건데. 이건 우리 아이들도 못 입히는 건데.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 이제 굉장히 화가 나죠. 왜냐하면 우리 집에서 소비를 못 할 거면 당연히 거기 다른 분들도 못 하는 거지. 왜 나는 괜찮은데 그분들에게는 과분하다든지, 또는 나는 반갑지 않은 정도 수준인데 그분들한테는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는. 그 시각 자체가 되게 나쁜 것 같습니다. 그거는 봉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거는 자기의 위치를 달리 생각하고 자기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에서, 적선이라고 그러나요. 그런 시각이지 이웃에 대한 봉사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얘기 들으면 화가 나죠. 이제. 일종의 그런 내려다보는 시각이라고 그럴까요. 굉장히 참을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치민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그래서 지금 봉사자들은 일절 그런 얘기 안 하죠.

◇ 김혜민> 못하죠. 회장님 앞에서는. 그리고 또 그 봉사에 대한 태도를 회장님께 배웠을 테니까요.

◆ 박용만> 그러니까 이제 반찬을 만들어서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한테 갖다 드리는데 가끔 보면 수량 계산을 잘못해서 조금 남습니다. 그러면 다 신이 나서 싸서 집에 가져가죠.

◇ 김혜민> 그만큼 그 반찬의 질이나 맛이 보장된 도시락이기 때문에. 그렇군요. 그 얘기를 꼭 회장님하고 좀 나누고 싶었습니다. 연말에 너무나 우리가 습관처럼, 버릇처럼 나오는 이 봉사. 이웃을 향한 마음이 정말 아름다운 사랑이었으면 좋겠는데. 나를 드러내는, 어느 때는 자랑. 혹은 적선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서 오늘 바쁘신데도 제가 회장님을 졸라서 이렇게 한 번 더 모셨습니다. 정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입니다. 회장님. 마지막으로 우리 청취자분들께 위로와 격려의 한 말씀 해 주시겠어요.

◆ 박용만> 요즘 아마 정치 일정이 있어서 더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갈등과 대립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다 그런 갈등이 생기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고, 또 그 갈등을 내려놓지 못하는 합당한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앞날을 살아가야 하는 젊은 사람들 눈에서 보면, 그런 갈등과 분노와 지적이 그 사람들의 미래를 가져다주진 않을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우리가 더 앞날을 향한 방법을 제시하고, 또 방향을 이야기하고. 건전한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 부분이 참 안타깝습니다. 요새. 그런 마음으로 좀 따뜻하게, 따뜻한 시선으로 연말연시를 맞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 김혜민> 네, 감사합니다. 지금 3993님이 박 회장님, 언행마다 감동입니다. 일회성으로 그칠 게 아니라 이슈 앤 피플에 정기적으로 출연하셔서 동향을 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셨는데 요청 안 드릴게요. 걱정 마세요. 회장님.

◆ 박용만> 불러주시면 저야 영광이죠.

◇ 김혜민> 분명히 말씀하셨어요. 들었죠. 우리 밖에 제작진들.

◆ 박용만> 제가 그렇게 여러 번 나올 주제는 아닌 것 같아서. 어쨌든 연말연시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김혜민> 1970님. 회장님, 방금 말씀하신 내용, 저한테 굉장히 가슴 깊이 와 닿았다고 또 문자 보내주셨습니다. 오늘도 함께해 주신 회장님 감사드리고요. 다음번에 또 모실게요. 회장님.

◆ 박용만> 네, 감사합니다.

◇ 김혜민> 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박용만 이사장과 함께했습니다.


YTN 김혜민 (visionmin@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