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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망신주고 볼펜으로 머리 때리고"...을지대병원 간호사 남자친구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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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야간·밤샘 근무에 식사 거르기 일쑤"
'태움' 정황도 증언…"공개 망신주고 볼펜 던져"
"외래 병동 이동마저 무산되자 결국 퇴사 결심"
'당장 사직 불가능' 통보 몇 시간 뒤 극단적 선택
[앵커]
병원 내 집단 괴롭힘인 '태움' 피해를 호소했던 을지대병원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남자친구가 처음으로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여자친구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당하거나 볼펜으로 머리를 맞는 등 상습적으로 모욕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털어놨는데요.

일을 그만두는 것마저 허락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당일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고 회상했습니다.

황보혜경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6일, 병원 기숙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간호사 A 씨의 남자친구가 YTN 취재진과 만나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A 씨와 2년 넘게 만나며 A 씨가 세상을 등지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남자친구는 A 씨가 반복되는 야간·밤샘 근무에 시달리며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날이 갈수록 야위어갔다고 말했습니다.

A 씨가 이른바 '태움'으로 알려진 집단 괴롭힘을 어떻게 당했는지 구체적인 상황도 증언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혼나며 망신을 당하는 건 일상이고, 볼펜으로 머리를 맞는 등 모욕적인 방식으로 폭행당하기도 했다는 겁니다.

[A 씨 남자친구 : 이제 퇴근해보겠다고 얘길 했는데, "너 같은 애는 필요 없으니까 꺼져라" 다 보고 있는 앞에서…. 한번은 볼펜을 던져서 본인 얼굴에 맞았다고….]

근무가 끝나면 늘 울면서 전화하던 A 씨에게 차라리 그만두라고 호소한 것도 여러 차례.

우울증 치료도 받자고 했지만 A 씨는 간호사 일에 대한 열망이 더 강했다고 말했습니다.

[A 씨 남자친구 : 어떻게든 (경력) 1년을 채우려고 했던 거예요. (우울증) 진료 기록이 남으면 내가 나중에 간호 쪽에서 일할 때 피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무서워서 못 가겠다….]

다른 병동으로 옮기는 걸 유일한 대안으로 여겼지만 이마저 무산되자 힘들게 버티던 A 씨도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사의 답변에 A 씨는 그만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고 남자친구는 회상했습니다.

[A 씨 남자친구 : 60일 뒤에 퇴사가 된다는 말을 듣고 나서 서로 화가 났었어요. 외래도 안 보내주는데 퇴사까지 못 시켜주는구나. "너무 다니기 싫다, 그냥 죽고 싶다"라고 그때부터….]

사직조차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몇 시간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A 씨.

영상 통화를 하고 있었던 남자친구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어렵게 털어놨습니다.

[A 씨 남자친구 : (통화하는데) 쿵 소리가 나더니 대답이 없는 거예요. 동기에게 확인 한번 부탁한다고 연락을 남겼는데, 동기는 (여자친구가) 정확히 몇 호에 사는지 몰랐어요. 문 두드리다가 (소리가 들려서) 아 여기라고….]

본인도 왜 더 빨리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했을까 자책했지만,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내몬 건 병원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A 씨가 숨진 다음 날은 둘이서 2주년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했던 날.

남자친구는 생전 A 씨의 가장 행복했던 모습을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A 씨 남자친구 : 간호사 시험이요. 합격했다는 소리 듣고 서로 전화하면서 너무 축하했던 게 생각나네요.]

A 씨의 극단적 선택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던 병원은 집단 괴롭힘 정황이 드러나며 파장이 커지자 뒤늦게 경찰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자신이 A 씨를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병원 측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일이라며 경찰 수사와 진상조사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YTN 황보혜경 (bohk10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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