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피해자, 국가배상 청구..."전두환 죽었다고 끝 아냐"

[앵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피해자들이 사과 없이 세상을 떠난 전두환 씨를 비판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은 전 씨가 사망했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며, 가족들이라도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나혜인 기자입니다.

[기자]
5·18 피해자들이 전두환 씨 사망 다음 날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41년이 지나도, 총칼로 무장한 공수부대원들의 군홧발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는 통곡이 터져 나왔습니다.

당시 군인들이 무고한 여고생에게 대검을 휘두르며, 성추행까지 저질렀다는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최 모 씨 / 5·18 피해자 : 다섯 명이, 공수부대가 들어왔어요. 가슴을 주무르고 배도 막 차고, 너무 고통 속에서 정말 무서움만 들었고….]

동생의 시신이 청소차에 실려 가는 걸 바라봐야만 했던 유족은 한동안 주홍글씨에 시달렸습니다.

[안경순 / 5·18 희생자 유족 : 폭도 가족이라고 철저하게 감시 속에서, 저희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까지 결국엔 문 닫게 하는….]

5·18은 광주만의 일도 아니었습니다.

[윤여연 / 5·18 당시 숭전대학교 총학생회장 : 서울역 광장에서 광주와 연대하는 시위를 했습니다. 생각하기도 힘든 엄청난 고문을 당했습니다. 속칭 통닭구이 고문….]

피해자 70여 명은 전두환 씨가 사망했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그동안 5·18 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으면 국가와 재판상 화해한 것으로 보고 별도 배상을 청구할 수 없었지만, 지난 5월 헌법재판소가 물꼬를 텄습니다.

보상법이 정신적 손해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도 추가 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건 과도하다며, 위헌이라고 결정한 겁니다.

대법원도 이를 근거로 5·18 피해자의 국가 배상 청구권을 인정했고, 지난 12일 광주에선 국가가 피해자 5명에게 각각 4천만 원에서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조영선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비굴하게 손해배상을 구걸하는 게 아니라 떳떳하게, 국가에 대해서 이제껏 당한 고통, 민주주의에 이바지한 것들에 대해서 당당히 요구하는….]

피해자들은 전두환 씨 빈소 앞 시위도 예고했습니다.

장례를 치르기 전에, 가족들과 남은 신군부 인사들이라도 사죄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최형호 / 5·18 부상자회 : 그들이 내뱉은 말이 뭐냐, 광주는 북한군 3백 명이 내려와서 저지른 걸 왜 우리한테 묻느냐, 저 장례를 그냥 조용히 치르게 놔둘 순 없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YTN 나혜인 (nahi8@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