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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Y] "기저귀 차고 9시간 운전"...9711번 기사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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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기사들이 하루 9시간 넘는 장거리 운행에도 휴식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일부 기사는 회사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신고하기도 했는데, 회사가 내놓은 대책은 사실상 '꼼수'에 불과했습니다.

홍민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9711번 광역버스를 운행하는 버스 기사 박상욱 씨.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 양재시민의숲까지 왕복 100㎞에 달하는 노선을 매일 운행하느라 피로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 9711번 버스가 오가는 길은 수도권 내 장거리 노선 중에서도 가장 긴 노선으로 알려졌는데요.

과연 얼마나 긴지, 직접 버스를 타고 체험해 보겠습니다.

오후 2시, 고양시 차고지를 출발한 버스는 두 시간 만에 종점인 서울 양재시민의숲역에 도착했습니다.

곧바로 방향을 돌려 돌아오는데, 비교적 차가 적은 오후 시간대인데도 네 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화장실을 제때 가기 어려워 기저귀까지 준비할 정도입니다.

[박상욱 / 버스 기사 : 아까 충전소 가자마자 바로 화장실 다녀왔죠. 오늘은 차 안 막힌 거거든요. 올림픽대로 오는 것도, 그게 안 막힌 거예요.]

하지만 다음 운행에 나서기 전까지 박 씨에게 주어진 휴식 시간은 고작 28분에 불과합니다.

[박상욱 / 버스 기사 : 이렇게 앉아서 쉬는 것도, 밥을 빨리 먹었으니까 이렇게 하는 거죠. 밥을 빨리 못 먹는 건 또 화장실 가야 하니까….]

결국, 박 씨는 지난 9월 8시간 일할 때마다 휴게 시간 한 시간을 주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회사가 위반했다며 지방 고용노동청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시정 지시를 받은 회사가 내놓은 대책은 출근을 30분 앞당기고, 퇴근은 30분 미루는 게 전부였습니다.

오전엔 첫차 운행 전 30분, 오후엔 막차 운행 후 30분씩을 휴게 시간으로 추가한 겁니다.

[남현영 / 노무사 : 근무시간 전에 와서 쉬는 건 보통 휴식이라고 안 보죠. 근로기준법에 휴식 시간은 근로시간 중에 줘야 한다고 돼 있거든요. 그걸 어길 가능성이 높은 거죠.]

회사 측은 지난달부터 노선을 단축해 교통 체증 등 일부 사례 외에는 8시간을 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휴게 시간 때문에 운행 횟수가 줄면 서울시에서 받는 재정 지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속사정도 털어놨습니다.

[버스회사 관계자 : 어떤 사람은 8시간 넘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8시간 안 되는 사람도 있고,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죠. 운행 횟수가 줄면 보조금도 줄겠죠, 횟수가 한 번이라도 준다면.]

하지만 기사들은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 교통 체증이 잦은 곳을 오가는 노선인 만큼 휴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버스 기사 : 아무래도 강변북로라는 데가 너무 유동이 심해서…. 시간 예측이 안 될 때가 많아요.]

갈등이 계속되는 사이 스트레스가 심해진 박 씨는 끝내 휴직을 결심했습니다.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은 근로계약서 등을 점검해 위법은 없는지 다시 따져볼 방침입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742번 시내버스 기사들이 노선 연장 때문에 과로에 시달린다며 청와대 국민 청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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