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도 당한 2,500억대 기획부동산 사기 의혹...왜 속았나?

한류스타도 당한 2,500억대 기획부동산 사기 의혹...왜 속았나?

2021.10.28. 오후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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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지난 그제(26일)부터 계열사 5곳을 둔 기획부동산의 사기 의혹에 대해 연속보도했습니다.

경찰 추산 피해자만 3천 명, 피해액은 2,500억 원대인데요.

KBS 공채 출신 개그맨이 직원으로 영업을 뛰고 한류 걸그룹 소속 아이돌까지 사기를 당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당한 건지, 부동산업체는 어떻게 땅을 팔아넘긴 건지

이 사건을 취재해온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준엽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2,500억 기획부동산' 사기, 어떤 사건인지부터 다시 한 번 정리해보죠.

[기자]
네, 기획부동산에 대해서 다들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개발 호재를 미끼로 각종 개발제한이 있는데도 토지 지분을 쪼개서, 불특정 다수에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비싸게 되파는 사기 수법입니다.

이번에 적발된 부동산 그룹도 마찬가지인데요.

주로 '역세권이라 아무리 강한 개발제한이 걸려 있어도 곧 개발된다'면서 땅을 약 3배 정도 가격에 팔아치우는 식입니다.

게다가 한 땅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190명이 넘는 등, 수백 명씩 쪼개 판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피해 규모인데요.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가 3천 명이고 피해액, 그러니까 토지 판매액이 2,500억 원입니다.

서울,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등 전국에 팔아치운 땅이 YTN이 파악한 것만 280여 필지에 이르는데요.

단일 기획부동산 수사 건으로는 피해 금액으로 역대 최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개발이 어려운 땅을 팔았다고 하는데, 얼마나 어려운 땅인 건가요?

[기자]
제가 직접 문제가 된 땅 일부에 가 봤는데요.

서울 강동구 땅부터 보시겠습니다.

맞닿은 두 필지를 합치면 소유자가 330명이 넘는 곳입니다.

산 입구까지 산책로가 이어지는 소나무 숲인데요.

'비오톱 1등급' 지역입니다.

비오톱이라는 말, 생소하실 텐데요.

도심 속에 야생 동식물 서식지로 서울시에서 보전하기 위해 지정해 둔 곳입니다.

5등급 중 최고인 1등급은 아예 조례에서 '절대적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못 박아 뒀는데요.

전문가들은 이곳이 개발구역에 편입된다 하더라도 공원 등으로 그대로 보전돼야 하는 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들어보시죠.

[구자훈 /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 : 국토부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면 비오톱 1등급은 절대 보존하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손을 못 대게 돼 있어요. (개발) 구역 내에 포함돼 봐야 개발을 못 해요.]

경기 하남시 다른 땅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요.

'보전 산지'라고 해서, 산지관리법에서 군사 시설이나 공공시설이 아니면 용도를 변경하지 못하도록 정해 놓은 임야입니다.

비오톱 1등급 같은 경우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우스갯소리로 해제가 '로또 1등 당첨보다 어렵다'고 할 정도니까요.

개발이 불가능에 가까운 땅들을 이렇게 팔아 온 겁니다.

[앵커]
언뜻 듣기에도, 그리고 화면으로 봤을 때도 개발과는 거리가 먼 곳인 것 같은데 업체는 어떻게 이런 땅을 판매한 건가요?

[기자]
'대체 왜 속은 거지'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피해자 면면을 보면, 걸그룹 소속 한류스타나 매출 1,600억 대 중소기업 회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피해자들은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이나 큰 기업 대표들도 해당 기획부동산에서 땅을 샀다며 홍보하곤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런 '큰 손'들까지 속아 넘길 만큼 기획부동산 수법은 체계적이었습니다.

주로 지인이나 가족을 통해 영업했는데요.

이번에 피해가 확인된 한류스타 가수 역시 기획부동산 직원이 평소 알고 지냈던 가수 아버지에게 땅을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KBS 공채 개그맨 출신을 영입해 3년 이상 직접 영업 뛰게 했는데요.

앞서 언급한 중소기업 회장도 해당 개그맨이 유치한 고객이라고 합니다.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유튜브나 SNS 등을 운영하기도 했는데요.

개그맨이 직접 올린 영상 보시죠.

[KBS 공채 출신 개그맨 : 이게 공유 지분이죠. 하지만 이 조각 피자를 내가 먹는다고 한 판의 피자 맛과 다릅니까?]

직원들이 땅을 설명할 때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발 제한이 있어도 극복할 수 있는 땅이라고 속이기도 했고요.

심지어는 국토부나 지자체에서 공개하지 않은 정보를 알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사실이라면 명백히 불법, 거짓말이라면 사기에 해당하는데요.

이런 솔깃한 정보에 더해, 해당 기획부동산은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며 보채는 수법도 사용했습니다.

땅을 살 때까지 끈질기게 전화를 하고 선입금이라도 하지 않으면 물건이 금방 동난다고 조바심 나게 하는 건데요.

게다가 TV 광고를 하고 ISO 인증을 내세우는 데다 20년을 문제없이 영업해 왔다고 하니 피해자들은 더 의심하기 힘들었습니다.

이처럼 지인·가족·유명인을 통한 영업에 솔깃하게 만드는 허위 정보들 TV처럼 거짓 신뢰감을 주는 요소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피해자들이 속아 넘어가게 된 겁니다.

[앵커]
취재를 위해서 여러 피해자와 접촉해 봤다고 하는데, 어떤 말씀을 하시던가요?

[기자]
사건에 대해서 취재하기 위해서 열 명 가까운 피해자 목소리를 들어봤고요.

또 이분들 통해 다른 피해 본 사람들 증언도 여럿 받았습니다.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십수억 원까지 피해 봤다고 하는데요.

피해자 다수가 '내가 어리석었다'는 자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이야기해 안타까웠습니다.

인터뷰하면서도 입버릇처럼 내가 바보다, 내가 잘못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고요.

대부분 평생 모은 종잣돈을 투자한 사람들이라 투자 책임 문제로 다투다 이혼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생활이 송두리째 흔들렸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땅을 소개한 사람이 친척이나 지인이라 사람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다는 분도 많았고요.

이런 피해에도 업체는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땅을 환불받고 싶으면 판매 수수료를 받은 영업사원들을 모두 찾아오라는 식인데요.

뻔뻔한 기획부동산 태도에 피해자들은 더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몇 분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기획부동산그룹 피해자 A 씨 : (사기 피해 인지 뒤에) 친척분한테 연락했더니 그 이후부터는 연락도 받지도 않고. 문자도 받지도 않고. 매일 지금 병원에 다니는 상황이고….]

[기획부동산그룹 피해자 B 씨 : 우리도 죄가 있죠. 왜냐하면, 멍청하니까. 이거 당했으니까 저도 죄가 있죠. 똑똑하고 잘났으면 왜 그런 데다 투자했겠어요. 그런데 설마 이 회사가 그런 회사가 아니겠지.]

[앵커]
안타깝습니다. 법적인 책임이 규명돼야 피해자 구제 길도 열릴 텐데, 경찰 수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수서경찰서 지능수사과에서 해당 사건을 7월부터 본격 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하고 설득해 260여 명이나 되는 직접 진술을 모았는데요.

전화 진술까지 포함하면 280명 넘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지난 7월에는 사무실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고요.

수사팀은 영업사원과 고객이 통화한 녹취, 토지 목록이나 직원들의 교육 매뉴얼 등까지 구체적인 자료를 여럿 확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계열사 대표 4명에 대해 사전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검찰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피해자 진술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경찰은 일단 확보한 피해자 진술에 대해서는 수사를 마무리해 검찰에 넘기고, 추가 피해자 증언이 나오는 대로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그런데 정작 입건된 계열사 대표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고요?

[기자]
네, YTN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한 계열사 대표는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는데요.

미공개 정보가 있다거나, 특정 땅이 개발된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판매한 땅의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했다고도 말했는데요.

피해자들은 그랬다면 우리가 왜 땅을 샀겠느냐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기획부동산 측은 '아무 죄가 없다'는 증거로 계열사 대표들의 구속영장 기각 사실을 거론하고 있는데요.

최근엔 피해자들을 회유하기도 해, 증거 인멸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기획부동산 측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기획부동산 관계자 : 뭔가 근거가 나왔으면 벌써 큰 문제가 생겼겠죠. 얼마 전에 수사받고 이런 상황에서 막 흥분해서 (고객이) 전화 오셨는데 안내 다 있는 그대로 자료 보내드리고.]

[앵커]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후속 취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기획부동산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고요.

YTN 취재팀에게도 영업 방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뺌하고 있는데요.

취재팀은 업체 측이 실제로 영업할 때 거짓말을 했고, 심지어 이런 내용을 조직적으로 교육했다고 볼 만한 증거를 여럿 확보했습니다.

진상 규명을 위해 앞으로 후속 보도에서 풀어나가겠습니다.

[앵커]
네, 이준엽 기자 수고했습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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