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고향 가는데" 아프간·탈북민들의 쓸쓸한 추석

"다들 고향 가는데" 아프간·탈북민들의 쓸쓸한 추석

2021.09.19. 오전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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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향을 찾거나 가족들을 만나 모처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추석.

하지만 가고 싶어도 고향에 갈 수도, 맘 편히 연락할 수도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프간인과 탈북민들에겐 추석이 더욱 쓸쓸하게만 느껴집니다.

엄윤주 기자입니다.

[기자]
20년 전 탈레반에 의해 부모와 형제를 모두 잃은 아프가니스탄인 나지브 씨.

고모 손에 자라나 3년 전 국내로 유학 온 27살 청년에겐 올겨울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러나 앞이 막막합니다.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에서 여자친구가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지브 / 재한 아프가니스탄인 : 희망이 보이지 않아요. 뭐 어떻게 해라 말하고 싶어도 난 지금 한국에 있잖아요. 아프간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저는 정확하게 모르잖아요. 그냥 영상을 보는 거밖에 없잖아요.]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지금, 아프간 소식은 SNS를 통해서만 접합니다.

가족 잃은 아픔을 잊을 수 없는 나지브 씨는 부디 여자친구가 무사히 탈출하길 바라고 또 바랄 뿐입니다.

[나지브 / 재한 아프가니스탄인 : 다음 주쯤에 탈레반이 자신들이 약속했던 것처럼 국제선 비행기를 띄워주게 한다면, 그리고 그때 여자친구가 인도행 비행기를 탄다면 그거야말로 제게 추석 선물로 최고의 선물입니다.]

추석이 다가오자 탈북민들도 가족 걱정으로 가슴이 시립니다.

11년 전 홀로 한국행을 선택한 이병림 씨는 늘 북에 있는 두 아들 생각에 잠 못 이룹니다.

[이병림 / 탈북민 :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갈 때면 나는 왜 못 가지, 난 가고 싶어도 정말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못 갈까? 그런 생각하면 참 눈물이 나죠.]

첫째 아들 소식은 간간이 브로커를 통해 듣지만, 정치범 교화소로 끌려간 둘째 아들은 생사조차 알 수 없습니다.

작년에 태어났다는 손녀 얼굴을 한 번 보는 게 소원입니다.

[이병림 / 탈북민 : (아들이) 어머니를 너무 닮아서 자기 딸을 볼 때마다 엄마 얼굴이 그대로 떠오른다고 하더라고요. 또래들 지나가면, 젊은 아이 엄마들이 아이를 업고 지나가면 우리 손녀도 저렇게 컸겠지.]

탈북민 이미자(가명) 씨 역시 북에 남아 계신 시어머니를 떠올리면 눈물이 북받칩니다.

[이미자(가명) / 탈북민 : 저는 그저 어머니가 이 앞에 계신다면은. 엎드려서 절하면서 어머니 죄송합니다, 저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고. 어머니를 거기에 모셔놓고. 땅에다 그냥 눕혀놓고.]

올해 추석 연휴엔 8명까지 가족이 모일 수 있다는 소식에 더욱 그리움에 사무치는 사람들.

홀로 눈물 삼키며 간절하게 손을 모읍니다.

[이미자(가명) / 탈북민 : 통일은 안 돼도 자유화, 개방이 돼서 서로가 왕래하고 고향에 놀러 가고 싶어요.]

[나지브 / 재한 아프가니스탄인 : 그저 안전하게만 있어 줬으면 좋겠어요. 그들에게 이 시기를 잘 버텨주길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YTN 엄윤주입니다.



YTN 엄윤주 (eomyj10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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