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4편] 첫 산업재해 승인까지 3년...그 사이 세상 떠난 조리사

[중점 4편] 첫 산업재해 승인까지 3년...그 사이 세상 떠난 조리사

2021.08.20. 오전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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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죽음의 일터'가 돼 버린 학교 급식실 실태 연속 보도, 네 번째 순서입니다.

급식실에서 일하다가 폐암에 걸리는 노동자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산업재해로 인정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처음으로 재해 판정을 받은 한 조리사는 심사만 3년이 걸렸는데, 판정이 나오기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대겸 기자의 중점 보도입니다.

[기자]
중학교 급식실 조리사로 12년을 일하다 지난 2017년 4월 폐암 진단을 받은 A 씨.

산업재해 신청을 받아 근무 환경 분석에 들어간 직업환경연구원이 내놓은 A 씨에 대한 역학 조사서입니다.

YTN이 입수한 31쪽 분량의 조사서는 발병 이유를 충분히 짐작게 하고도 남습니다.

폐암 진단을 받기 바로 직전 학기인 2016년 2학기 식단표.

기름을 이용해 고온으로 조리할 때 생기는 초미세분진, 조리흄이 많이 발생하는 튀김이나 볶음, 구이 요리가 포함된 날이 전체 근무일 84일 가운데 68일로, 81%에 달합니다.

급식실 유해물질 측정 결과에선 조리흄을 구성하는 각종 발암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장조림 조리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가 최대 17,600ppb가 나와 고용노동부 노출 기준의 58배에 달했습니다.

탕수육을 조리할 때는 담배로 인한 독성 물질 1순위로 꼽히기도 하는 아크롤레인이 302ppb까지 치솟아 단기 노출 한계치에 다다랐습니다.

[류현철 / 일환경건강센터 센터장 : 충분한 환기 시설이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간 예를 들어 10년, 20년 (유해 물질에) 노출된다고 하면 그 노출로 인한 건강 영향들을 사실 무시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환기 시설은 충분하게 작동하지 않아 조리실 내부가 항상 연기로 가득 차있었다는 증언도 조사서에 담겼습니다.

A 씨가 진단받기 1년 전부터 환기 설비 개선을 요구했지만, 조치는 진단 이후에야 이뤄졌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박화자 / 동료 급식실 노동자 : 학교 측은 후드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거고. 여기 계신 분들은 몇 년 동안 집에 가서도 나 일하는데 너무 힘들다, 답답하다고 남편이 알 정도로 계속 집에서도 고통을 호소하셨거든요.]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월, 이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A 씨의 폐암을 산업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급식실 노동자 가운데 첫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서류 제출과 현장 조사, 진술 청취 등 심사 과정은 무려 3년이나 이어졌고, 그 사이 A 씨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승섭 / 급식실 산재 담당 노무사 : 음식 연기로 인해서 산재를 인정받은 선례들이 있었으면 그걸 찾아서 하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게 없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후 다른 조리사 4명이 업무상 질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모두 비흡연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비소세포 폐암'의 한 종류인 선암에 걸렸고, 급식실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조리흄에 노출됐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권현욱 / 급식실 산재 담당 노무사 : 흡연을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폐암에 걸렸고 그렇다면 그것은 직업적 요인밖에 없지 않으냐. 특히 직업적 요인이라는 것은 조리 시 발생하는 조리흄의 영향이 상당했다고 보고 있고요.]

현재 추가로 산재 신청을 했거나 신청을 앞둔 폐암 투병 조리사는 모두 15명.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는 이들에게 산재 인정은 험난한 장벽으로 놓여 있습니다.

YTN 김대겸입니다.


YTN 김대겸 (kimdk102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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