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는 그곳에서 행복하렴" 광주 학폭 피해 고교생 엄마의 손편지

"고통 없는 그곳에서 행복하렴" 광주 학폭 피해 고교생 엄마의 손편지

2021.07.29. 오전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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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는 그곳에서 행복하렴" 광주 학폭 피해 고교생 엄마의 손편지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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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광주 한 고교생이 유서에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남긴 뒤 야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온라인에 올리면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지난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광주 학교 폭력 피해자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피해 학생의 어머니라고 밝힌 A 씨는 손편지를 통해 "아들아, 너를 품은 10개월은 정말 행복했어. 세상에 나고 보니 너만큼 빛나는 아이가 또 없더라"라고 말했다.

A 씨는 "17년하고도 6개월을 입히고 먹이고 키웠는데 거기가 어디라고 엄마보다 먼저 가니"라며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이어 "네가 엄마한테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그랬지. 일주일만 슬퍼하고 다음엔 웃고 다녀주라고. 엄마 웃는 게 좋다고. 엄마가 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어. 네가 너무 그립거든"이라고 했다.

A 씨는 "대신 너 힘들게 했던 사람들 전부 혼내줄게. 아들아 고통 없는 그곳에서 행복하렴. 다음에 우리 또 만나자. 그땐 엄마 곁에 오래 머물러줘"라며 글을 맺었다.

A 씨는 이 편지를 올리면서 "아들은 본인이 입은 피해에 대해 말을 할 수 없고 우리 가족은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 동참을 호소했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교 폭력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과 관련한 글이 올라왔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라고 밝힌 청원인은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학교에 간다던 아들이 인근 산으로 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장례를 치르던 중 교실에서 폭행을 당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보받고 (사망) 이유를 알게 됐다. 수년간의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선택한 마지막 길이었다는 것을"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낸다고 항상 씩씩하게 말하던 녀석인데 속으로 그 고통을 혼자 참고 견디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아비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라며 가해 학생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29일 오전 9시 현재 이 청원은 20만 명 넘는 국민에게 동의받아 청와대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피해 학생은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19분쯤 광주 광산구 어등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학생이 남긴 유서에는 학교 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는 내용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광주 고교생 세 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동급생인 피해 학생을 장기간 괴롭히고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교 폭력 가해자로 입건된 동급생은 모두 1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YTN 문지영 (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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