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는커녕"...감염위험 견디는 '대면 필수 노동자'

"재택근무는커녕"...감염위험 견디는 '대면 필수 노동자'

2021.07.19. 오전 04:37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코로나19 확산에도 재택근무는 꿈도 못 꾸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확진자 발생 장소에서 작업하거나 자가격리자 폐기물을 치우는 등 감염 위험에 노출된 '대면 필수 노동자'의 사연을 이준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이세영 씨는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인터넷을 깔아주는 일을 합니다.

하루 열 곳은 돕니다.

방문한 고객 사무실에서 확진자가 나왔단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적도 있습니다.

[이세영 / 인터넷 설치 노동자 : 확진자가 나오는데 그 동선을 저희가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가야 한다는 게 아무래도 불안함을 많이 느끼는 상황입니다.]

여러 사람을 매일같이 마주하다 보니 불안은 하지만 그렇다고 재택근무를 할 수도, 일을 잠깐 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감염됐을 때를 대비한 최소한의 지침조차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세영 / 인터넷 설치 노동자 : 아무래도 고객을 많이 만나는 업무이다 보니 백신을 빨리 맞았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뭐 회사에서 나온 방침은 없고 나라에서 하는 걸 기다리는 (상황입니다.)]

김영수 씨는 골목을 돌며 폐기물을 모으고 처리하는 일을 합니다.

무증상 환자나 자가격리 대상자가 내놓은 쓰레기라도 구분 없이 거둬야 합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면서 감염자가 내놓는 폐기물도 늘어난 상황.

사회 필수 인력으로 인정받아 백신 자율접종 대상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안내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김영수 / 환경미화 노동자 : 생활폐기물 하시는 분들이 양성이 나오면 한 회사가 전체적으로 14일 동안 업무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런 거에 대한 대책은 없는 거죠. 그냥 알아서 잘 피하시고 하라는 거죠.]

코로나19에 걸린 것도 서러운데, 일마저 못 하게 되기도 합니다.

8년 경력 요양보호사 홍승현 씨는 지난달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강요당했습니다.

홀몸으로 발달장애 두 아들을 책임지는 가장이라 당장 생계가 막막합니다.

[홍승현 / 前 요양보호사 : 어르신들하고 접촉하는 게 많아요. 솔직히 말하면 어르신들도 위험하고 저희도 위험한 상황인데. 이렇게 얘기하고 어르신들 목욕하는 것도 하고. 이건 진짜 억울해요, 저도.]

거리 두기에 동참하려 해도 그럴 수 없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이들도 감염으로부터 안전할 권리가 있지만 묵묵히 위험을 견딜 뿐입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YTN은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YTN을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온라인 제보] www.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