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성추행 대신 신고했는데...정작 가해자들은 '승승장구'

동료 성추행 대신 신고했는데...정작 가해자들은 '승승장구'

2021.06.21. 오후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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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년 전, 고용노동부 산하 센터의 한 간부가 술자리에서 신입 공무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의 요청으로 현장에 있던 동료가 상부에 신고했는데, 이후 유별난 사람 취급에 2차 가해도 당해 지금은 퇴직까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엄윤주 기자!

우선 성추행 사건이 벌어진 게 3년 전입니다.

당시 어떤 일이 발생한 겁니까?

[기자]
사건은 지난 2018년 12월, 고용노동부 산하 센터 체육대회 이후 뒤풀이 장소에서 벌어졌습니다.

신입 공무원 A 씨는 술자리에서 동기가 과장에게 성추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술에 취한 과장이 동기의 팔과 다리를 만지고 술자리에서 나오라고 하는 걸 본 건데요.

술자리가 끝난 뒤 피해자가 울면서 도움을 요청하자 A 씨가 대신 상부에 신고했습니다.

당시 A 씨는 이 사건이 큰일이라 생각해 기꺼이 대신 신고했고, 잘못한 행동에 대해 합당한 처벌이 진행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피해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피해 증언에 나섰습니다.

[앵커]
내 일도 아니지만, 용기 있게 신고한 A 씨에게 돌아온 건 질타였다고요?

[기자]
A 씨의 신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자체적으로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2주∼한 달 남짓 됐을 무렵 당시 센터 소장이 A 씨를 따로 불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왜 성추행 사실을 본인에게 먼저 알리지 않았느냐며 나무랐습니다.

또, 피해자가 원하는 걸 알아오라고 지시하며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A 씨 / 공무원 : 그 언니(피해자)는 몇 살이냐고 하면서 나이를 듣고는 그 언니는 나이도 많은데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 평소에 과장이 그럴 사람이냐고 저한테 물었어요. 되게 수치스러웠어요. 나이가 많은 사람은 수치심을 못 느끼나?]

결국, 가해자만 정직 2개월에, 지방으로 전보 처분을 받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있고 난 뒤 A 씨는 조직 내에서 별일 아닌 일을 크게 만들고, 유난스러운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며 각종 구설에 올랐습니다.

심지어 앞서 A 씨를 불러 2차 가해 발언을 했던 당시 소장은 다른 과 팀장이 있는 술자리에서 A 씨에 대한 얘기를 거침없이 했는데요.

이 얘기는 고스란히 A 씨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A 씨 / 공무원 : (소장이) 여러 번 성추행 사건을 얘기하셨대요. 근데 그 자리에 제 동기가 갔었을 때도 있는데 그 자리에서 "걔는 왜 그러냐" 하면서 "걔가 왜 이렇게 일을 키우고 싶어 하냐" 이런 식의 발언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앵커]
3년이 지난 지금,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요?

[기자]
3년 내내 내부에서 각종 구설과 따가운 시선에 시달렸던 A 씨는 고용노동부에 다른 부처로의 전보를 요청했습니다.

또 전입 시험 공고에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합격 통보를 받았는데도, 번번이 고용노동부는 A 씨의 전보를 허락하지 않았는데요.

특히 지난 10일에는 A 씨에 대한 전출입심사위원회가 열렸는데, 고용노동부는 여기에서도 A 씨의 전출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기관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A 씨와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대화 내용 들어보시죠.

[A 씨 고용노동부 관계자 통화 내용]
A 씨 : 그니까 이유를 알고 싶어요. 저는 예전부터 전보 논의도 많이 하고.
고용노동부 관계자 : 내부 인사로 겹치지 않게 하고 누가 주무관님께 주변에서 그때 그 사건을 물어볼지 안 물어볼지 장담을 못 하겠어요.
A 씨 : 장담을 못 한다면서 내부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다고 하는 게….

[앵커]
그런데 이게 인사 규정에 어긋난다고요?

[기자]
애초 이 전출입심사위원회는 A 씨가 앞서 인사혁신처로부터 성희롱, 성추행 근절을 위한 공무원 인사 관리 규정이 있다는 걸 안 뒤 고용노동부에 요청해 열린 건데요.

인사혁신처 규정상 성 비위 사건의 피해자와 신고자는 다른 직위로 전보나 파견 근무가 가능하고, 해당 부처는 이런 요청이 들어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해당 규정이 의무 사항도 아닐뿐더러 A 씨가 신고자인지 아닌지도 불분명하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해명입니다.

반면, 인사혁신처는 고용노동부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감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A 씨의 의사에 반하여 고용노동부가 A 씨의 전출을 허가하지 않는 이유가 감사를 통해 밝혀낼 방침입니다.

[앵커]
반면, 가해자와 2차 가해 발언을 한 소장은 조직 내에서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고요?

[기자]
이러는 사이 가해자는 지방 센터소장이 됐고, 2차 가해 발언을 했던 소장은 지방 노동청장으로 영전했습니다.

당시 소장은 YTN과의 통화에서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당시 센터 소장 : 같이 있었던 직원한테 물어본 적은 있는데 제가 그걸로 화를 내거나 나이가 많은데 이런 얘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성희롱 예방교육 많이 받았고, 그때 당시에도.]

성추행 사건 피해자는 3년 전 일로 우울증에 몸까지 약해져 지난 3월 휴직까지 낸 상황인데 가해자들만 그때 일을 까마득히 잊은 것처럼 보입니다.

[앵커]
고용노동부 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언론에 제보한다는 것도 많이 부담이 컸을 텐데, A 씨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기자]
애초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A 씨는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안 그래도 이 사건을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와중에 자신이 언론에 알리기까지 한다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자신의 성추행 신고에 부당한 대응으로 일관한 고용노동부를 꼭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조직에 대한 배신감이 크고 전출이 안 된다면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다닐 수 없다는 거를 알고 있기 때문에 YTN에 제보한 뒤 휴직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엄윤주 [eomyj10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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