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 막을 수 있었던 결정적 기회들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 막을 수 있었던 결정적 기회들

2021.06.11. 오후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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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 여러 번 전조가 나타난다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번 광주 사고도 미리 막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들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지난 4월 4일 광주 동구, 지금의 사고 현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잇는 주택 개축 현장에서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건물이 무너지며 작업자 4명이 매몰 됐고 2명이 숨졌습니다.

이 사고 후 광주시는 건설 현장에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하도록 지시했지만 석 달 만에 더 큰 사고가 일어난 겁니다.

[이용섭 / 광주시장 (어제) : 지난 4월 4일 동구 계림동 주택 붕괴 사고 이후 우리 시는 건설 현장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도록 네 차례에 걸쳐 공문으로 지시했음에도 이런 사고가 발생하게 되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4월 7일에는 더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습니다.

사고가 난 재개발 지역이 위험해 보인다는, 국민권익위 제보가 들어온 겁니다.

철거 현장 바로 옆 차량이 지나가는 도로가 있다, 천막과 파이프로만 차단하고 철거하는 게 너무 불안해 보이고 인명 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의 사고를 예견이라도 한 것 같은 제보입니다.

사고가 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지역은 2,000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지난해 중반부터 철거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권익위는 동구청에 진정 내용을 알렸고 동구청은 현장에 "안전준수하고 주변 보행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라"고 지시는 했지만, 이번에도 공문만 발송됐습니다.

물론 같은 건물은 아니었지만 한 번이라도 현장에 가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사고 8일 전엔 광주 동구청에 민원이 들어갔습니다.

건물에 쌓아놓은 흙더미에서 돌덩이가 자꾸 떨어진다는 민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조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고 당일엔 사전 붕괴 조짐이 있었지만 역시 주변 통제 등 안전 대책은 없었습니다.

2019년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 모습입니다.

비슷하죠. 그래서 법도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2019년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로 예물을 찾으러 가던 예비부부가 참변을 당했는데요.

함께 사고 현장에 있었던 예비신랑과 딸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을까요.

[잠원동 붕괴 사고 피해자(예비신랑) 아버지 : (아들은) 수면제나 정신과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사고현장에서 (예비신부랑) 둘이 같이 저세상에 갔으면 이런 아픔은 받지 않았을 거다. 아버지 엄마 그게 낫지 않았을까' 이런 얘기를 할 때는 정말 가슴이 너무 아팠고요.]

[잠원동 붕괴 사고 피해자(예비신부) 아버지 (지난해 11월) :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껴요. 애 엄마하고 제가 여기(납골당) 매주 옵니다. 애 엄마가 오면 훌쩍훌쩍 울어요.]

딸을 잃은 아버지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탄스러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번 광주 사고를 보며 딸의 납골당에 다시 다녀왔다며 "너를 지켜주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도 못 지켰다,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일정 규모의 건물 해체 공사 때 지자체가 감리업체를 직접 지정하는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광주 사고에서 지자체가 지정한 감리업체는 현장에서 상주하는 계약을 맺지 않으면서 참사는 막지 못했습니다.

사고 몇 시간 전 사진을 보면 장비가 건물 중간부터 부수고 있고 건물은 위태로워 보입니다.

결국 이 건물이 무너지며 버스를 덮쳤고,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 병문안을 가던 막내딸, 늦둥이로 태어나 귀한 아들이었던 18살 고등학생, 마지막일 줄 모르고 아들의 생일상을 차리고 일터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던 한 어머니까지 희생됐습니다.

희생자들은 모두가 그저 열심히 살던 우리 주변의 시민들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안타깝게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서둘러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겠습니다.

강려원 [anchor@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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