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출산 조산원 믿었는데...생후 2개월 딸 뇌 손상"

"자연주의 출산 조산원 믿었는데...생후 2개월 딸 뇌 손상"

2021.06.04. 오후 1:1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지난해 12월 조산원 상담…지난 3월 A 양 출산
극심한 산통 호소…원장이 직접 회음부 절개 진행
"아이 한쪽에 방치…태변 흡입으로 질식 추정"
AD
[앵커]
이른바 자연주의 출산으로 유명한 서울의 조산원에서 태어난 아이가 제때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심각한 뇌 손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부모는 아이를 방치한 원장의 과실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 조산원 원장은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로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잇달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김다연 기자!

먼저 생후 2개월 아기가 태어나던 날, 출산 당일 상황을 좀 자세히 정리해주시죠.

[기자]
우선 부부가 이 조산원을 찾은 건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의료개입을 최소화하는 자연주의 출산을 원하던 부부는 산부인과에서 꾸준히 상담을 받은 뒤 지난 3월 아이를 조산원에서 낳게 됐습니다.

출산 당일 아이 엄마는 극심한 산통을 호소하며 지치고 힘든 모습을 보였는데요.

조산원 원장은 병원에 바로 보내지 않고 직접 회음부 절개술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원장이 봉합술을 진행하는 사이 아이는 한쪽에 방치됐다고 부부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는데요.

아이의 울음소리가 작아지고 파랗게 질려가자 원장은 아이 발가락을 바늘로 찌르고 허벅지 등을 때리는 엉뚱한 처치를 이어갔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세상밖에 나오고 한 시간이 지나서야 아이는 부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아이는 한 달 넘게 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앵커]
아이 사진만 봐도 상태가 심각해 보였는데요, 상태는 어떤가요?

[기자]
부모님께서 제공해주신 사진을 보면, 아이 몸에 치료용 호스가 연결돼있는 모습 보실 수 있는데요.

아이는 뇌출혈과 기흉, 발작 등 12가지 병명을 진단받았고, 언제 뇌성마비가 올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담당 주치의는 출산 당시 아이가 태변 흡입으로 질식상태에 빠졌지만, 제때 기도확보를 하지 않아 상태가 악화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작 생후 2개월 된 아기는 매일같이 약을 먹고 지금도 계속 뇌파검사와 MRI 촬영 등 추적관찰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적확한 응급처치가 어려웠다면 즉시 병원으로 아이와 산모를 데려갔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옵니다.

아이 주치의 말씀 같이 들어보시겠습니다.

[최용성 / A 양 주치의 : (아이 상태는) 원활하게 자기 폐를 사용해서 자기 호흡으로 이행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을 때 촉발되고요. 분만의 과정에서는 이벤트(사고)가 있을 때 아이를 소생하는 신생아 소생술이 굉장히 중요하고 신생아를 분만·출산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어떻게 대비를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고요.]

[앵커]
그 이후로 원장의 대처가 궁금한데요.

부부에게 사과나 연락은 없었나요?

[기자]
원장은 매일같이 부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문자 내용을 보면 '아이의 쾌유를 바란다,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병원비로 쓰라며 아이 할머니의 계좌로 수백만 원을 입금하려 하는 등 법적 대응만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하는데요.

하지만 자신의 행동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양 아버지 : '왜 아이를 그렇게 두셨습니까?' 물어봤을 때 '자기가 입에 바람을 넣었을 때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럴 리가 없다'라는 식으로 스스로 자신에 대해 맹신하는 거죠.]

저희 취재진은 원장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조산원을 방문하고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조산사는 아예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건지도 궁금한데 어디까지 허용이 되는 건가요?

[기자]
조산사도 간호사 면허를 가진 법으로 규정된 의료인입니다.

의료법을 보면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조산사는 조산, 그리고 임산부와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지도를 담당한다고 돼 있습니다.

또 조산원은 개설할 때 반드시 지도 의사를 정해야 하는데요.

즉, 면허 범위 외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지도 의사의 지시를 받아 진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도 의사와 연락이 닿지 않거나 병원과 거리가 너무 먼 경우 등 응급처치를 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상황은 예외로 둘 수 있는데요.

해당 원장이 지도 의사의 지시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근처에 대학병원이 있는데도 한 시간 가까이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본인이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할 수 없음에도 독자적인 처치를 해 아이에게 뇌 손상이 오게 한 건 명백한 원장의 과실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앵커]
그런데 알고 보니 해당 조산원에서 피해를 본 사례가 많았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기 할매'로 불리는 해당 조산원 원장은 40년 경력을 내세우며 협회장까지 지냈습니다.

관련 서적까지 내며 최근엔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는데, 화려한 경력 이면엔 의료사고와 법적 분쟁이 있었습니다.

지난 2008년 9월 분만 시 이상이 발견됐음에도 원장이 아기를 거꾸로 들어 엉덩이를 때리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아기가 저산소성 뇌 손상 진단을 받게 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원장에게 벌금 7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2003년 7월엔 제왕절개 수술 전력이 있던 산모에게 무리가 가는 자연 분만을 권유해 결국 자궁 파열로 이어지게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태아가 이상 징후를 보였지만 20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뒤늦게 병원으로 후송된 아기는 끝내 숨졌습니다.

법원은 원장의 과실을 인정해 벌금 3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도, 계속해서 조산원을 운영할 수 있었다는 점이 놀라운데요. 추가 피해를 막을만한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느슨한 법망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의료인 면허가 취소되는 경우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을 때입니다.

관련 법령에는 의료법과 형법상 사기, 허위진단서 등의 작성·업무상비밀누설 등이 있는데요.

문제는 의료사고 주체의 경우 의료법 위반보다는 대부분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처벌을 받는 데다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계속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게 되는 구조인데요.

'모든 금고 이상의 형'을 면허취소 대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의료법을 손봐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이유입니다.

취재에 응해주신 피해 아기 부모도 법적 대응을 예고했는데요.

과거 다른 사례처럼 원장이 또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되지 않을지 또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김다연 [kimdy0818@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YTN은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YTN을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온라인 제보] www.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