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전교육 인증한다며 시계 조작·허위 서류 작성"...대형 건설사 의혹

단독 "안전교육 인증한다며 시계 조작·허위 서류 작성"...대형 건설사 의혹

2021.05.31. 오전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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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안전교육 시간 조작하고 안전수칙도 어겨"
"작업자 안전교육 다 마친 것처럼 시계 조작"
"교육 인원 서류 맞추기 위해 가짜 서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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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7일 인천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굴착기가 쏟은 200kg짜리 돌에 맞아 일용직 노동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은 안전관리에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또 다른 건설현장에서는 안전 교육 시간을 조작하는가 하면 지침도 따르지 않아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경우도 많았다는 내부 관계자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박기완 기자입니다.

[기자]
오는 7월 준공을 앞둔 지상 43층, 지하 7층짜리 대형 오피스텔 건설 현장,

이곳에서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습니다.

일용직 근로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첫 작업에 나서기 전 최소 1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지켜지기는커녕 허위보고와 조작이 일상이었다는 겁니다.

제보자가 제공한 사진 속에는 근로자 여러 명이 앉아있는 가운데, 뒤쪽에서 현대건설 직원이 시계를 만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제보자는 교육시간을 다 채웠다는 보고를 위해 시계를 조작하는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前 안전보건관리자 : (교육시간을) 1시간 동안 채워서 이뤄진 적은 없었어요. 아침 7시에 사진 한번 찍고 (단산 위) 동영상이나 화면 바꾼 다음에 9시, 10시로 (시계를 바꿔) 사진 찍는 게 거의 매일이었어요.]

현장 근무 인원과 교육 인원을 맞추기 위해 가짜 서명을 남발하는가 하면,

[현대건설 안전관리 담당자 : (안전교육 인원) 사인 주신 건 딱 91명인데 작업 일보 보니까 101명으로 되어 있더라고요. (네네.) 사인 아무나 이름 해서 넣으려고 명단 달라고 한 거거든요. 명수 맞춰야 해서.]

작업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받아야 하는 재교육에 엉뚱한 사람을 데려다 사진을 찍으라고 강요한 정황도 있습니다.

[현대건설 안전관리 담당자 : (잘못한 사람이 가야죠. 어떻게 대체 인원이 오라는 말씀을 그렇게 함부로 하세요?) 조치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어떻게 찍어요, 그럼. (잘못한 사람이 가서….) 교육 사진만 좀 찍자고요.]

현장에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타워크레인을 작동할 때는 옮겨지는 자재 아래 근로자들을 모두 대피시키는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상 150m 높이에서 타워크레인으로 3톤이 넘는 거푸집을 나르면서 노동자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고 제보자는 주장했습니다.

완공 시기를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삼았다는 겁니다.

[前 안전보건관리자 : (타워크레인으로) 철제거푸집을 위로 들었는데 들자마자 바람이 강해지니까, 크게 흔들리는 걸 옥상으로 내렸습니다. 작업자들이 그 밑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아주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제보자는 하도급 업체 소속이라 현대건설 직원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했습니다.

[前 안전보건관리자 : 내가 여기서 안전관리를 하고 있는 건지 사고 유발을 돕고 있는 건지 회의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부당한 지시를 받으면서 부당한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는 제 위치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끄러웠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현장관리자 측은 원칙대로 교육 시간을 지켰다며 시계를 만지는 사진은 교육 장면을 찍어 보고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교육 인원 허위 보고와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우려에 대해선 모두 하도급 업체 탓으로 돌렸습니다.

[현대건설 현장 관리자 : 저희가 대체 서명한 적은 없고요. (교육에) 다 오시라고 해도 업체에서 거절을 거의 합니다. 책임은 업체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여기 계시면 안 된다고 하고 공지하고 하는데, 업체에서는 그걸 안 따라주고 저희가 상주를 못 하는 부분에서….]

현대건설 본사는 현장에서 공사진행 여건 등에 따라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안전교육과 수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박기완[parkkw0616@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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