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양육비 안 주려 '위장전입' 꼼수...강제 조치도 '무력'

[중점] 양육비 안 주려 '위장전입' 꼼수...강제 조치도 '무력'

2021.05.22. 오후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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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혼한 옛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위장전입이 악용되고 있습니다.

법원의 양육비 이행 명령 우편물을 받지 못하면 효력이 없다는 점을 노려 꼼수를 부리는 겁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에 대해 강력한 제재가 시행되는데, 위장전입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있게 되는 겁니다.

엄윤주 기자가 중점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2년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한 채 홀로 딸을 키워온 A 씨.

법원의 양육비 이행 명령이 전 남편 박 모 씨에게 송달되지 않자 박 씨의 주소로 등록된 서울 강북구에 있는 한 아파트를 찾아갔습니다.

[전 남편 외숙모 : (박○○ 씨 여기 산다고 해서 왔어요.) 왔는데, 지금 없다고 얘기했지? 그건 내가 모르지, 나는 몰라. (그럼 어떻게 알아요?) 그건 네가 알아서 해야지, 능력껏.]

재혼한 박 씨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살고 있었는데, 자신의 외숙모 집으로 주민등록 주소를 옮겨놨습니다.

월 60만 원인 양육비를 주지 않기 위해 법원의 양육비 이행 명령부터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두는 감치 판결 등 관련 우편물을 받지 않기 위해섭니다.

당사자가 받지 못하면 효력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겁니다.

[A 씨 / 양육비 채권자 : 사실 양육비는 아이 문제잖아요. 그런데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면서 '너 능력껏 찾던지, 너 알아서 해라' 그렇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너무 무책임하고 죄의식이 없구나.]

위장 전입한 증거를 모아 주민센터에 신고도 해봤지만, 돌아온 건 왜 개인적인 일을 자신들에게 맡기느냐는 답변이었습니다.

위장 전입 신고가 들어오면 실태 조사와 함께 경찰에 고발할 의무가 있는데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겁니다.

[A 씨 / 양육비 채권자 : 굉장히 불친절한 거예요. 이걸 왜 여기 와서 그래. 아니 너희 가정 문제잖아. 근데 이걸 왜 우리한테 그래. 약간 이런 식인 거예요.]

지난 2009년 이혼한 뒤 10년이 넘도록 양육비를 받지 못한 B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받아야 할 양육비만 2억7천만 원이 넘는데, 전 남편이 어디에 사는지조차 알 수 없는 탓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B 씨 / 양육비 채권자 : 사람이 사라져버린 상황에서는 뭐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좀 잡아야 해요. 이렇게 위장 전입과 신원 불명은 나라에서 잡아야지, 잡지 못하고 숨어버리면 해결책이 없더라고요.]

전 남편이 해당 거주지에 살지 않는다고 주민센터에 알렸지만, 역시 실태조사는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주민등록법 위반에 대한 공소시효 5년은 만료됐고, 이젠 경찰에 고발조차 할 수 없게 됐습니다.

[B 씨 / 양육비 채권자 : 자기들끼리 가정사인가 봐, 다 들리게. 저 다 들리거든요? 이렇게 말했거든요. 별로 알려주거나 그렇게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전체 한부모 가족 가운데 80% 가까이는 여전히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육비 이행법이 개정되면서 다음 달부터 4가지 제재 조치가 시행되지만 위장 전입을 할 경우엔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강화된 제재는 감치 판결을 받고도 양육비를 주지 않을 때로만 한정되기 때문입니다.

양육비 채무자가 위장전입을 통해 감치 판결을 회피하면 개정 법안도 유명무실해지는 겁니다.

[서영교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양육비를 주지 않기 위해서 주소를 위장 전입시켜 놓고 감치 명령서를 받지 않는 이런 교활한 행위에 대해서 확실하게 지적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법 시행을 위해 무엇보다 양육비 채무자의 위장전입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 영 / 사단법인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 : 위장 전입을 행하는 양육비 채무자의 범죄 행태가 철저히 감독과 조사로 근절되어 발본색원되어야 법을 통해 아동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부모 가정의 양육비 문제를 맡은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 이행 관리원은 다음 달부터 위장 전입한 채무자의 실거주지를 보다 빨리 찾아주기 위해 현장 지원반을 꾸리기로 했습니다.

YTN 엄윤주[eomyj101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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