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가정서 '멍 투성이' 아동 학대 의혹...경찰 대처는?

위탁가정서 '멍 투성이' 아동 학대 의혹...경찰 대처는?

2021.05.12. 오후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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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노원구에서 민간 위탁가정에 맡겨졌던 4살 아이가 멍투성이가 된 모습이 가족들에게 확인됐습니다.

아이 가족들은 병원 소견서에 주변인 진술까지 모아 위탁모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경찰은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취재기자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박기완 기자!

어떻게 된 일인지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4살 난 조 모 군이 민간 위탁가정에 처음 맡겨진 건 지난해 1월입니다.

원래 외할머니, 외삼촌,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요.

가정사 문제가 생겼고, 어머니 혼자 아이를 돌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공공 위탁가정에 맡길 조건은 되지 않아서, 비용을 지급하고 아이를 맡아주는 민간 위탁가정을 찾았습니다.

이후 5달 동안 조 군은 이곳에서 지냈습니다.

그러다 외가 가족들이 지난해 5월 중순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고,

위탁가정으로 아이를 찾아갔다가 새까맣게 멍든 얼굴을 본 겁니다.

외삼촌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조 모 군 외삼촌 : 원래 집에 있었을 때는 활발하고 잘 놀고 있었던 애가 왜 멍이 들어 있고…. 처음에 애를 만났는데, 애가 움츠려 있었어요. 대답할 때도 '네' , '아니오'라고만 대답하고.]

[앵커]
아이가 학대를 받았다는 증거들도 상당히 많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위탁모가 지난해 3월쯤부터 아이를 여러 병원을 데리고 다닌 흔적이 남았는데요.

병원에서는 모두 아이 얼굴에 멍이 들어있다고 소견을 냈는데, 이유는 제각기였습니다.

3월에는 피부과에서 아이가 넘어져 얼굴에 멍이 들었다고 나와 있고요.

4월에는 정형외과에서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쳤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또 며칠 뒤 소아과에서는 아이가 떨어져 멍이 들었다는 위탁모 말에 의사도 의문이 들었는지 물음표까지 남겨져 있었습니다.

그 다음 달엔 한의원에서 멍 자국과 안면신경장애 진단도 나왔습니다.

또, 위탁가정에서 나온 뒤 받은 대형병원 검사에서는 아이 얼굴에 찍힌 멍이 사람 손가락 모양같이 3줄로 나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위탁가정에서 나온 뒤 맡겨졌던 아동보호시설 원장도 아이 스스로 상처를 문득문득 이야기했다고 말했는데요.

위탁모가 아이를 높은 곳에서 밀었고, 마트에 아이만 두고 사라지는 등 정신적 학대도 있었다는 겁니다.

이제는 아이 스스로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조 모 군 : 막 이것도 던지고, (진짜?) 그리고 고무줄로 목 묶고…. 이모들이 막 이것도 던졌어요. (진짜? 나빴네. 왜 말 못했어?) 몰라요.]

[앵커]
위탁모 측은 뭐라고 해명하나요?

[기자]
민간 위탁모는 아이 얼굴 상처에 대해 아이가 스스로 자해한 거라고 둘러댔습니다.

조 군이 처음 위탁가정에 왔을 때부터 정신이 불안정했고, 침대에 올라가 스스로 떨어지는 행동을 반복했다는 겁니다.

4살짜리 아이가 몸을 던지면서 손으로 바닥을 짚지도 않았다며 자신들도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그 근거로 아이가 자해하는 등 정서가 불안하다는 심리상담센터 소견서를 내세웠는데요.

저희가 직접 확인한 결과 심리상담센터에서는 아이가 자해했다는 건 모두 위탁모에게 들은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위탁모 측은 또, 이전에도 아이가 자해하는 등 폭력성이 두드러졌다는 조 군 친모와의 전화 녹취록도 보내왔는데, 이것도 친모에게 직접 확인해 보니 이야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조 모 군 어머니 : (아이)얼굴을 보니까 저도 너무 놀라서 그렇게 다쳐본 적이 없는 애니까 시퍼렇게. 저는 본 적도 없고 그 사람들한테 그렇게 듣고 믿었으니까. 나중에 시간 지나서는 아이가 자꾸 자해하니까 오지 말라고 저 때문에 그런 거라고….]

[앵커]
위탁모가 오히려 가족들에게 문제를 전가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위탁모 측이 아이를 찾으러 온 외할머니와 외삼촌을 오히려 경찰에 신고한 건데요.

아이가 민간 위탁가정에 맡겨지기 전까지 외할머니 외삼촌과 지내면서 방에 못 들어오게 하거나 꼬집히는 등 학대를 당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조 군이 자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족들은 아이와 놀아주면서 간지럽히거나 꼬집은 적은 있지만 학대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외삼촌과 외할머니의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고요.

함께 살던 당시 주변인과 어린이집 등에서 아이가 학대받지 않았다는 진술이 이어져 지난해 10월 무혐의 판단을 받았습니다.

조 군은 이 기간 동안 또 다른 아동보호시설에서 6달 가까이 시간을 보냈고요.

지난해 12월이 되어서야 할머니와 같이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앵커]
가족들이 위탁모를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의 판단도 이상했다고요?

[기자]
가장 이상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5월, 조 군이 위탁가정에서 얼굴에 멍이 든 채 발견됐는데, 오히려 다섯 달 전에 같이 지냈던 외할머니와 외삼촌만 위탁모 신고에 따라 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조 군 가족들은 지난 1월 조 군으로부터 위탁모에게 학대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탁모를 고소했는데요.

하지만 경찰은 위탁모에 대해선 병원진단서나 아이 진술, 아동보호시설 원장의 증언이 있음에도 증거가 없다고 보고

3달 만에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도 가해자로 지목된 위탁모의 주장을 믿고, 자해라고 판단한 겁니다.

이후에 이를 알게 된 조 군 가족들이 다시 수사를 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검찰에 냈는데요.

검찰이 이를 들어줬고 다시 같은 경찰서에서 지난달부터 재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앵커]
가장 걱정되는 건 아이의 상황인데, 현재는 어떻습니까?

[기자]
직접 찾아가 만난 조 군은 다행히도 아주 활발하고 씩씩한 보통 남자아이였습니다.

저희 취재진을 낯설어하기는 했지만 할머니와 삼촌 품에 안겨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가족들은 조 군이 위탁모로부터 학대당했던 당시 상황을 문득문득 떠올리며 이야기한다고 말했는데요.

그때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가족들 마음이 찢어진다고 했습니다.

일단, 재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위탁모의 학대 정황에 대해 얼마나 정확한 수사가 이뤄질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박기완 [parkkw061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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