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지게차 기사' vs '외국인 노동자'...그날의 진실은?

[뉴있저] '지게차 기사' vs '외국인 노동자'...그날의 진실은?

2021.05.11. 오후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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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사망한 지 20일이 지났지만, 아직 놓아주지 못하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평택항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고 이선호 군의 부친, 이재훈 씨입니다.

[이재훈 / 고 이선호 군 아버지 : 제 아이가 죽기까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딱 두 사람. 두 사람이 정말 여기 와서 무릎 꿇고 우리 아이한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라. 한 명은 왔습니다. 죽을죄를 지었다고. 한 명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나는 그런 부당한 지시한 적이 전혀 없다 발뺌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 아이는 지금 아직 눈을 못 감았어요, 눈을. 왜? 용서할 사람이 용서를 빌어야 눈을 감을 거 아닙니까.]

이 씨가 지목한 인물은 당시 작업 현장에 함께 있던 지게차 기사 A 씨.

사고가 난 컨테이너 위의 청소 작업 지시를 내렸다고 이 씨가 믿고 있는 인물입니다.

함께 작업했던 외국인 노동자 B 씨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재훈 / 고 이선호 군 아버지 : 그 날 우리 아들과 같이 그 현장에 투입됐던 외국인 근로자. 일관되게 지금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지게차 기사가) '핀 뽑아라, 쓰레기 치워라, 청소해라'…녹취록에 다 나옵니다.]

회사 측의 설명은 어떨까.

회사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20일 전 끔찍한 사고가 벌어진 평택항을 찾았습니다.

이 군을 숨지게 한 개방형 컨테이너는 덩그러니 그 위치 그대로 있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사고 발생 지점입니다.

당시 이 군은 이 개방형 컨테이너 위에서 이런 나무 조각들을 치우는 작업을 하다 참변을 당했는데요.

이 작업을 누가 지시했는지를 두고 유족과 회사 측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최원준 / 주식회사 동방 영업부장 : 지시했다고 하는 시점에 지게차는 저 뒤쪽에 타이어 쪽 있지 않습니까, 그 타이어 뒤쪽에 있었고요. 저기서 여기까지 지시가 되겠습니까. 만약에 본인이 아니라는데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그 사람보고 '야, 그냥 그런 척하고 사과하라'고 하면 그 사람의 인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수신호 인원 미배치, 안전모 미착용 등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유독, 지게차 기사 A 씨가 작업 지시를 내린 건 아니라는 회사.

그렇다면 회사는 작업 지시를 누가 내린 것으로 보고 있을까.

회사 관계자의 입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B 씨가 언급됐습니다.

[최원준 / 주식회사 동방 영업부장 : (망자가) 외국인 근로자하고 항상 같이 다녀요. 외국인 근로자는 그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 리어카를 가지고 왔거든요. 이물질을 리어카에 담으려고 가져온 것 아니겠습니까.]

굳이 별도 지시가 없었어도 작업을 여러 번 해본 B 씨를 따라 이 군이 청소작업을 했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회사는 비보도를 전제로 당시 사고 모습이 찍힌 CCTV를 보여줬습니다.

CCTV에는 회사의 설명대로 사고 직전 지게차 기사는 컨테이너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분 전, A 씨가 지게차에서 내려 이 군과 B 씨에게 한동안 이야기하는 모습도 담겨있었습니다.

CCTV만으로는 양쪽의 주장을 모두 배척할 수도, 또 인정할 수도 없는 상황.

뉴있저 제작진은 어렵게, 유일한 목격자, B 씨와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가 서툰 B 씨를 대신해 동료가 옆에서 통역한 내용을 그대로 들려드립니다.

[B 씨 / 이선호 군 직장 동료(통역 대역) : 지게차 운전기사 내려서, 지게차에서 내려서 청소하라고 시켰어요." (지게차 기사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하는데?) "그 사람이 안 시키면 왜 청소하겠어요? 핀을 빼고 가려고 하는데 지게차가 다시 불러서 나무들, 조그만 것 그런 것도 청소하라고 시켰단 말이에요.]

[앵커]
영상에서 보신 대로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정리 작업 중에 숨진 23살 이선호 군에게 누가 그 작업지시를 했는가를 두고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 취재한 양시창 기자와 함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컨테이너 안을 청소 좀 해라 하고 청소 작업 중에 사고가 났는데 사실은 아버지도 잠깐 그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마는 그 작업은 본래 이선호 군이 할 작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체 누가 시켰느냐 이 문제가 얘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사고를 정리해 보면 지난달 22일에 발생했습니다. 오후 4시 10분쯤인데요. 평택항에서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가 쓰러지면서 현장에서 나무 조각 등을 치우는 등 그 정리작업을 하던 이 군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났습니다. 이 컨테이너 날개 무게가 300kg 정도라고 하는데 제가 현장에서 보니까 그 철판의 크기나 중압감이 상당했습니다. 이분은 말씀하신 대로 동식물 검역원 역할로 물류회사인 원청업체에 파견 근로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본래 역할이 아닌 컨테이너 정리 작업에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앞서 보신 대로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외국인 노동자 B씨입니다. 이군과 함께 작업에 투입돼서 이 군의 사고를 바로 옆에서 목격했는데요. 사고 직후 B씨는 외상후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다가 어제 퇴원을 했습니다. 퇴원 직후 어렵게 저희 취재진 전화 인터뷰에 응했는데요. 일관되게 B씨는 지게차 기사 A씨가 컨테이너 위의 작은 나무조각들까지 치우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청업체 소속의 이 지게차 기사는 자신은 그런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 거거든요.

이 군의 아버지 이재훈 씨는 이 A씨가 잘못을 인정할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금 견지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어떤 뾰족한 해결책은 현재로서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다 보니까 경찰의 수사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수사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은 누가 작업 지시를 했느냐 하는 것은 전체 사건, 전체 사고 수사의 일부분이라는 점이죠. 이 부분 수사와 별개로 경찰은 원청업체 관계자들의 과실치사 혐의 입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안전모 미착용이나 또 현장을 통제하는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은 점, 이 점은 이미 CCTV를 통해서 드러난 사실이고. 원청업체도 안전관리 소홀 혐의에 대해서 대부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통화해 보니까 경찰은 이번 주까지 그 원청업체의 대표 또 안전책임자를 포함해서 회사 고위 관계자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칠 예정이라고 하고요. 다만 누구에게 혐의를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수사협의회를 거쳐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부분이죠. 작업지시를 누가 했는가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서 이 지게차 기사를 입건할지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조사에서도 이 지게차 기사는 자신은 지시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했는데요. 양쪽의 진술 말고는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어서 경찰도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르면 다음 주에 수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니까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안타까운 죽음입니다마는 또 유가족으로서 너무나도 억울해하는 지점이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한 해명도 빨리 나와야 될 것 같고. 또 장례도 치러야 될 것 아닙니까? 잘 해결되기를 저희도 기원하겠습니다. 양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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