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날짜 : 2021년 4월 25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박혜자 <마린맘의 신 가족주의> 저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자녀 교육은 뒷바라지, 앞바라지 되면 안 돼“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늘 가까이에 있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삶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가족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죠. 오늘의 주인공, 에세이 <마린맘의 신 가족주의>를 집필하신 박혜자님 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 박혜자 <마린맘의 신 가족주의> 저자(이하 박혜자)> 안녕하세요.
◇ 이성규> 예,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직접 한번 소개해주시죠.
◆ 박혜자> 네, 안녕하세요. 마린맘 박혜자입니다. 저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제는 세 아들이 모두 장성하여 가정을 이뤘으니까 아이라고 할 수는 없겠네요. 저는 서울에서 출생하여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일본 나고야로 이주하여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를 마쳤습니다. 그 후 한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와서 결혼을 하고 또 세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면서 훌륭하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가고 있는 아주 평범한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또 어머니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자리에 초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이성규> 네, 최근에 따끈따끈한 책이 나왔더라고요. ‘마린맘의 신 가족주의’라는 책을 집필하셨는데 ‘마린맘’은 어디서 나온 얘기죠?
◆ 박혜자> 네, 얼마 전 출간된 저의 책은 저와 저의 세 아이들이 함께 지내온 삼십여 년의 시간에 관한 아주 소박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회가 가족의 의미를 다시 이야기하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의 생각을 한번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저의 세 아들들이 모두 대한민국 해병대에서 복무해서 저의 남편이 붙여준 이름입니다. 외국에서는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이성규> ‘마린맘’ 그래서 해병대의 엄마, 이런 뜻이군요?
◆ 박혜자> 그렇죠.
◇ 이성규> 원래는 우리 작가님께서는 ‘영문학’하시고 또 ‘일문학’도 하시고 또 대학에서 강의도 하시고 그러셨다면서요?
◆ 박혜자> 네, 저는 사실 어린 시절 일본에서의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었고 우리말도거의 잊어버린 상태였는데요. 당시만 해도 제일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일본 사회에 차별이 굉장히 많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희 어머니께서는 저에게 대학을 한국으로 가라고 하셔서 며칠을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만 결국은 어머니 말씀대로 한국으로 제가 유학을 오게 되어 이렇게 더 오랜 세월 한국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조금 한숨을 돌리게 되면서 저도 대학원에 진학을 하여 일어일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마치게 되었고 그 후 대학에서 초빙교수 그리고 객원교수로 거의 한 십여 년간 학생들과 함께 일본어와 일본문화 수업을 하였습니다.
◇ 이성규> 네, 그런데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하셨나요?
◆ 박혜자> 아닙니다. 어려운데요.
◇ 이성규> 젊은이들에게 가족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 이렇게 이 책에 나와있더라고요?/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 이성규> 예, 무슨 계기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 박혜자> 네, 요즘 특히 젊은 세대 안에서 가족의 두려움을 어떤 두려움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몇 해 전에 이미 우리나라에 연간 혼인건 수가 거의 30만 건 이하로 처음 떨어진데 이어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비비탄이라는 말을 한다고 하는데요. 비혼, 비출산, 탄탄대로 라는 뜻을 가진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원치는 않지만 비혼주의자나 비연애주의자가 되기로 마음 먹고 있다고 하네요.
◇ 이성규> 이번에 온 가족이 이 책 쓰는데 총출동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 이성규> 남편께서도 뭔가 기여를 하신 것 같아요?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화자로서의 저의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히 적어 내려가긴 했지만 실제 주인공들은 저의 가족입니다. 저의 세 아들들이 모두 저에게서 태어나긴 했지만 성격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저의 큰아들은 세 가지가 있으면 한 가지만 말하는 스타일이고요. 둘째는 한 가지가 있으면 세 가지 모두 말하는 성격이고 그리고 우리 막내아들은 한 가지가 있으면 딱 한 가지만 말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제 큰 애로 인해서 당분간 저는 걱정을 적게 하고 둘째가 있어서 늘 심심하지 않았고, 그리고 막내로 인해서 늘 긴장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 이성규> 네, 그런데 이제 또 위로는 시부모님들하고 또 작은아들 내외하고 같이 사신다면서요?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시아버님과 시어머님이 계시고 저의 남편 그리고 다음 달에 결혼을 앞둔 셋째아들이 살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막내며느리도 곧 함께 살게 될 예정입니다.
◇ 이성규> 집이 커요?
◆ 박혜자> 그냥 보통이죠. 현재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쳐가고 있는 둘째 아들과 둘째 며느리 그리고 또 손녀가 있는데요. 저희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지금 함께 와있어요. 그래서 또 이제 첫째 아들 내외는 저희랑 얼마간 함께 지내다가 이번 2월에 아기가 태어났고 친정댁에서 출산 가료 중에 있고요. 또 요즘은 외부 일을 줄이게 되면서 저의 24시간 중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저는 대부분에 매시간은 시부님을 보살펴드리고 있고요.
◇ 이성규> 예, 요즘 대가족이 이렇게 함께 사는 게 흔치 않은데, 같이 사시니까 좋은 점도 있던가요?
◆ 박혜자> 네, 예전에는 티비 드라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손주들이 이렇게 함께 살고 있는 모습들이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요. 요즘은 웬만한 집안에 가족사진을 보면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달랑 손주 한 명뿐인 가족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 이성규> 네, 그렇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힘든 것도 있긴 있을 것 같아요.
◆ 박혜자> 예, 많이 있죠. 힘든 부분도 많이 있는데요. 한국에서의 저의 시집생활은 처음 몇 년간은 많이 낯설고 굉장히 힘에 겨웠던 기억이 있고요. 지금 그래도 이제 맏며느리로서의 배짱도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시어머님께 ‘어머니, 이건 이렇게 않아요.’하면서 제법 이렇게 맞서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시어머님은 영원히 서어머님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이제 좀 연세가 드시면서 건강에 한층 유의를 하시고 계시는데요.
◇ 이성규> 가족들이 또 백두대간 산행을 같이 하면서 더 끈끈해졌다고 들었습니다.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돌아보면 가족은 이렇게 함께한 시간만큼의 의미를 서로에게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이 아주 평범하면서도 또 나름 함께한 특별한 시간이 많이 있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저희 온 가족이 백두대간을 구간별로 해서 함께 산행을 했던 일이 있었는데요.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해서 설악산 진부령에서 남한 구간이 종료되는 그 백두대간이 저희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지금까지도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산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이성규> 네, 또 가족들이 주변 분들을 모셔서 ‘가족음악회’도 하신다고요?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초등학교 시절에 주변에 친지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해서 식후에 깜짝 행사로 ‘가족음악회’를 많이 준비를 하였는데요. 발단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있었는데요. 그 영화에서 어린 7남매가 집으로 초대된 손님들을 위해서 노래하는 모습을 아마 청취자분들도 기억하실 거예요. 그 영화에 나오는 트랩 대령 가족만큼은 아니지만, 남편을 포함해서 아이들이 모두 한, 두 곡을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악으로 프로그램도 만들고,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후원 문구도 해놓고 제법 그럴듯한 팜플렛 같은 것도 준비하고요. 그래서 아이들은 그 당시는 저희가 흔히 피아노나 바이올린이 아니라 오르간 연주를 했어요. 풍금. 그래서 그런 연주가 끝나고 성공적으로 이렇게 음악회를 마쳤을 때는 세 아이가 서로에게 어깨를 감싸주면서 굉장히 기뻐했던 그런 모습이 아직도 뜨겁게 남아있습니다.
◇ 이성규> 또 남편분께서는 25년 이상을 자제분들에게 매일 이메일을 쓰신다는데 참 대단하시네요.
◆ 박혜자> 네, 거의 빠짐없이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3번, 4번 정도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이제는 또 세 며느리까지 포함해서 이렇게 함께 이메일을 쓰고 보내주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이 일과가 벌써 이제 25년이나 되었는데 남편의 이메일 편지가 아이들에게 가족의 어떤 유대감을 갖게 해준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그다지 특별한 내용의 편지는 아니고요. 매일매일 저의 가족을 일상을 서로 이렇게 나누면서 남편은 가끔 신문에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스크랩 같은 그런 좋은 기사를 스크랩해서 첨부해서 보냈기도 하였고요. 대체로 아이들이 남편의 편지에 이렇게 친절한 답장을 해주는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가 답장이라도 오면 ‘용돈이 없습니다.’뭔가를 또 부탁하는 그런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남편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곤 했죠.
◇ 이성규> 예, 박혜자님께서는 세 자녀를 키우시면서 가족 가치 중에 이게 제일 중요하다, 라고 생각하시는 걸 요약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요약해주시겠어요?
◆ 박혜자> 네, 예전에 제법 큰 화원을 찾았던 적이 있었는데요. 아마 젊은 부부가 아주 정성스럽게 화초를 가꾸고 있었던 그런 화원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식물들을 잘 가꿀 수 있을까 많이 궁금해졌었는데 물어보았더니 그 부부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하루에 5분만 들여다보면 됩니다.”그래서 우리의 그 표현 중에 어떤 양육을 하거나 또는 교육을 시키다, 그러한 말처럼 아이들을 일종에 대상으로 생각하기가 쉬운데요. 서양에서는 단순히 패런팅(parenting) 그러니까 부모 역할 정도로 객관적으로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부모들도 훨씬 자녀에게 자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성규> 예,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에세이 <마린맘의 신 가족주의>를 집필하신 박혜자 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고 있습니다. 작가님, 이쯤에서는 우리가 노래 하나를 추천받아서 들어보거든요? 어떤 노래를 하나 추천해주시겠어요?
◆ 박혜자> 네, 저는 Janis Ian (제니스 이안)의 ‘Will You Dance?’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 이성규> 많이 좋아하셨나요? 평상시에.
◆ 박혜자> 네, 이 곡은 사실 어린 시절에 일본에서 저와 저의 두 남매 동생이 일본에서 일본 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아주 함께 즐겨보았던 가족 드라마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드라마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OST였던 음악을 동생들과 함께 귀 기우려서 들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 이성규> 네, 그러면 박혜자 작가님께서 추천하신 Janis Ian (제니스 이안)의 ‘Will You Dance?’를 듣고 오겠습니다. Janis Ian (제니스 이안)의 ‘Will You Dance?’를 듣고 오셨습니다. 요즘은 결혼과 출산, 이 부분에 대해서 젊은 세대들이 필수적으로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자녀분을 셋을 키우셨고 또 대가족의 며느리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볼 때, 이런 풍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혜자> 저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결코 경제적 지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마 젊은 분들이 결혼을 미루고 또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가지지 않거나 하나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우리의 삶의 가치관이 어떤 변화된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물질적인 어떤 풍요는 늘어났지만 그만큼 우리가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에 대한 가치관은 늘어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결혼과 출산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변화되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어떤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게 된 것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되는데요. 저의 세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저는 이렇게 바라보면 저의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은 형제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러한 소중한 선물은 엄마와 아빠의 헌신과 희생이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 이성규> 네, 또 이제 가족 개개인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그런 역할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죠?
◆ 박혜자> 예,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어떤 가족의 의미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가족에 대한 정의도 어떤 전통적 의미의 가족, 신가족주의 등 이런 다양한 논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 구성원 중에서 가장 역할에 변화가 큰 사람은 아마도 엄마일 텐데요.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필수 불가결해지면서 엄마들이 어떤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의 양립 사이에서 고민이 큰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엄마들께서는 자녀를 여러 낳아 뒷바라지하는데 따르는 희생을 감수할 용기가 아마 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도 아이들이 완벽하게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싶습니다.
◇ 이성규> 네, 가장 중요한 요건이 뭘까요?
◆ 박혜자> 네, 감히 제가 말씀드리긴 어렵고요. 오스트리아 출신 심리분석학자의 브루노 베텔하임 박사의 ‘그런대로 괜찮은 부모’라는 책이 있습니다. good in off parent라는 책인데요. 이 책의 부제가 자녀 뒤 보기라고 하는데 베텔하임 박사는 각자의 부모들이 자신들의 자녀와 특별한 관계에 관한 자신만의 통찰력을 키워감으로써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녀를 양육해본 경험이 없는 젊은 부모는 자녀 양육에 관해서 혹시나 내가 잘못하는 건 아닌가 걱정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걱정은 자녀와 부모에게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아이에 대한 부질없는 염려가 부모의 얼굴에 나타나게 되면 아이는 부모의 얼굴에서 자신을 찾지 못하고 함께 걱정하는 그런 아이가 된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우리 부모들은 비록 확신은 없더라도 염려는 하지 말아야 한다, 라는 거죠. 그래서 우리말 표현 중에 뒷바라지라는 표현이 이러한 점을 잘 담고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녀의 생각을 살피기보다 부모의 생각을 앞세워나가는 그런 앞바라지가 되어서는 안 되겠죠.
◇ 이성규> 네, 행복해지려면 무슨 조건이 있을까요? 가족 간에.
◆ 박혜자> 행복한 가족의 조건은 아마도 그 자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부모의 생각에 달려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우스갯소리로 자녀에게 중요한 것 3가지가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경제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라고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저는 3가지 조건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자녀들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우리 자신들만의 조건을 찾아야 할지 모르지만요. 그 과정이 사실은 자녀들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저희 가족에 있어서 어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라고 만약에 질문을 교수님께서 해주신다면 저는 감히 할아버지, 할머니의 존재 그리고 아빠의 부산함 그리고 엄마의 동조 내지 방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이성규> 네, 이제 박혜자 작가님께서 가족이 어떨 때 제일 소중하셨어요?
◆ 박혜자> 네, 지금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속에서 그 가족의 소중함이 더 절실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족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가장 가까이에서 손을 뻗어 주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평온할 때에는 그런 이의 존재가 중요하게 느껴지지 못하고요. 그런데 우리 삶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을 지탱해줄 가족의 존재를 깊이 느끼게 되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이성규> 네, 요즘 풍조가 좀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어렵게 가정을 꾸린 젊은 엄마, 아빠들한테 무슨 메시지를 전하시고 싶으세요?
◆ 박혜자> 네, 요즘 자녀를 낳아 점점 성장하게 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또 세상은 더 경쟁이 심해지고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생각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또 얼마나 힘들까요. 돌아보면 세 아이들이 성장해온 지난 세월들이 정말 꿈만 갔고요. 가끔 아이들하고 부딪히기도 하였지만 분명 세 아이가 한 아이로 자라는 것보다는 세 배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고요. 행복은 분명 세 배 이상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세 아이의 성장 후일담이 둘째, 셋째를 낳을까 고민하는 젊은 엄마, 아빠에게 작은 용기를 드렸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 이성규> 네, 박혜자님은 ‘가족’을 어떻게 정의하세요?
◆ 박혜자> 가족은 함께한 시간만큼의 의미를 서로에게 가지게 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시간이 많을수록 더 많은 추억이 쌓일 테고 그 시간과 추억들이 서로에 대한 의미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이성규> 네, 마린맘 가족이 앞으로 또 새롭게 설정한 목표가 있으신가요?
◆ 박혜자> 네, 저희 가족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희 세 아이가 자신들의 아이들을 가지고 또 그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시간들 속에서 저희 가족의 추억이 쌓여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와 남편은 저희 가족의 소박한 이야기가 우리 사회가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그런 소중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 이성규> 예, 또 가족 속에 너무 매몰되지 않는 나, 개인 박혜자의 꿈도 있죠?
◆ 박혜자> 네, 있습니다. 저희 막내가 이번에 회사에서 함께 일하시는 여성 팀장님께 저의 책을 선물해드렸는데요. 그분께서 자녀가 한 명 있으신데 둘째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저의 책을 통해서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태어날 수 있다면 정말 놀라운 일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희 가족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 불어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 이성규> 네, 또 가족을 벗어나서 아시아 청년문화 교류에도 앞장서시면서 이제 ‘국제문화교류원’을 한번 설립해보겠다, 라는 계획이 있으시다면서요?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몇 해 전에 아시아권의 학생들을 우리나라에 초청해서 한국 대학생들과 학생 교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청년들이 서로 자신의 주거 공간을 교환해서 오고 가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준비시간은 한 2년 정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특히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청년들이 서로 교류하게 되면서 양국의 미래 관계가 좋아졌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간절합니다.
◇ 이성규> 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에세이 <마린맘의 신 가족주의>를 집필하신 박혜자 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박혜자 작가님,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 박혜자> 네, 고맙습니다.
◇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 날짜 : 2021년 4월 25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박혜자 <마린맘의 신 가족주의> 저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 "자녀 교육은 뒷바라지, 앞바라지 되면 안 돼“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늘 가까이에 있지만 우리는 그 존재를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삶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가족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죠. 오늘의 주인공, 에세이 <마린맘의 신 가족주의>를 집필하신 박혜자님 입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 박혜자 <마린맘의 신 가족주의> 저자(이하 박혜자)> 안녕하세요.
◇ 이성규> 예,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직접 한번 소개해주시죠.
◆ 박혜자> 네, 안녕하세요. 마린맘 박혜자입니다. 저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제는 세 아들이 모두 장성하여 가정을 이뤘으니까 아이라고 할 수는 없겠네요. 저는 서울에서 출생하여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일본 나고야로 이주하여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를 마쳤습니다. 그 후 한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와서 결혼을 하고 또 세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면서 훌륭하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가고 있는 아주 평범한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또 어머니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자리에 초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이성규> 네, 최근에 따끈따끈한 책이 나왔더라고요. ‘마린맘의 신 가족주의’라는 책을 집필하셨는데 ‘마린맘’은 어디서 나온 얘기죠?
◆ 박혜자> 네, 얼마 전 출간된 저의 책은 저와 저의 세 아이들이 함께 지내온 삼십여 년의 시간에 관한 아주 소박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회가 가족의 의미를 다시 이야기하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의 생각을 한번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저의 세 아들들이 모두 대한민국 해병대에서 복무해서 저의 남편이 붙여준 이름입니다. 외국에서는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이성규> ‘마린맘’ 그래서 해병대의 엄마, 이런 뜻이군요?
◆ 박혜자> 그렇죠.
◇ 이성규> 원래는 우리 작가님께서는 ‘영문학’하시고 또 ‘일문학’도 하시고 또 대학에서 강의도 하시고 그러셨다면서요?
◆ 박혜자> 네, 저는 사실 어린 시절 일본에서의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었고 우리말도거의 잊어버린 상태였는데요. 당시만 해도 제일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일본 사회에 차별이 굉장히 많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희 어머니께서는 저에게 대학을 한국으로 가라고 하셔서 며칠을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만 결국은 어머니 말씀대로 한국으로 제가 유학을 오게 되어 이렇게 더 오랜 세월 한국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조금 한숨을 돌리게 되면서 저도 대학원에 진학을 하여 일어일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마치게 되었고 그 후 대학에서 초빙교수 그리고 객원교수로 거의 한 십여 년간 학생들과 함께 일본어와 일본문화 수업을 하였습니다.
◇ 이성규> 네, 그런데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하셨나요?
◆ 박혜자> 아닙니다. 어려운데요.
◇ 이성규> 젊은이들에게 가족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 이렇게 이 책에 나와있더라고요?/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 이성규> 예, 무슨 계기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 박혜자> 네, 요즘 특히 젊은 세대 안에서 가족의 두려움을 어떤 두려움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몇 해 전에 이미 우리나라에 연간 혼인건 수가 거의 30만 건 이하로 처음 떨어진데 이어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비비탄이라는 말을 한다고 하는데요. 비혼, 비출산, 탄탄대로 라는 뜻을 가진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원치는 않지만 비혼주의자나 비연애주의자가 되기로 마음 먹고 있다고 하네요.
◇ 이성규> 이번에 온 가족이 이 책 쓰는데 총출동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 이성규> 남편께서도 뭔가 기여를 하신 것 같아요?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화자로서의 저의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히 적어 내려가긴 했지만 실제 주인공들은 저의 가족입니다. 저의 세 아들들이 모두 저에게서 태어나긴 했지만 성격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저의 큰아들은 세 가지가 있으면 한 가지만 말하는 스타일이고요. 둘째는 한 가지가 있으면 세 가지 모두 말하는 성격이고 그리고 우리 막내아들은 한 가지가 있으면 딱 한 가지만 말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제 큰 애로 인해서 당분간 저는 걱정을 적게 하고 둘째가 있어서 늘 심심하지 않았고, 그리고 막내로 인해서 늘 긴장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 이성규> 네, 그런데 이제 또 위로는 시부모님들하고 또 작은아들 내외하고 같이 사신다면서요?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시아버님과 시어머님이 계시고 저의 남편 그리고 다음 달에 결혼을 앞둔 셋째아들이 살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막내며느리도 곧 함께 살게 될 예정입니다.
◇ 이성규> 집이 커요?
◆ 박혜자> 그냥 보통이죠. 현재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쳐가고 있는 둘째 아들과 둘째 며느리 그리고 또 손녀가 있는데요. 저희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지금 함께 와있어요. 그래서 또 이제 첫째 아들 내외는 저희랑 얼마간 함께 지내다가 이번 2월에 아기가 태어났고 친정댁에서 출산 가료 중에 있고요. 또 요즘은 외부 일을 줄이게 되면서 저의 24시간 중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저는 대부분에 매시간은 시부님을 보살펴드리고 있고요.
◇ 이성규> 예, 요즘 대가족이 이렇게 함께 사는 게 흔치 않은데, 같이 사시니까 좋은 점도 있던가요?
◆ 박혜자> 네, 예전에는 티비 드라마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손주들이 이렇게 함께 살고 있는 모습들이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요. 요즘은 웬만한 집안에 가족사진을 보면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달랑 손주 한 명뿐인 가족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 이성규> 네, 그렇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힘든 것도 있긴 있을 것 같아요.
◆ 박혜자> 예, 많이 있죠. 힘든 부분도 많이 있는데요. 한국에서의 저의 시집생활은 처음 몇 년간은 많이 낯설고 굉장히 힘에 겨웠던 기억이 있고요. 지금 그래도 이제 맏며느리로서의 배짱도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 시어머님께 ‘어머니, 이건 이렇게 않아요.’하면서 제법 이렇게 맞서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시어머님은 영원히 서어머님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이제 좀 연세가 드시면서 건강에 한층 유의를 하시고 계시는데요.
◇ 이성규> 가족들이 또 백두대간 산행을 같이 하면서 더 끈끈해졌다고 들었습니다.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돌아보면 가족은 이렇게 함께한 시간만큼의 의미를 서로에게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이 아주 평범하면서도 또 나름 함께한 특별한 시간이 많이 있었는데요. 그중 하나가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저희 온 가족이 백두대간을 구간별로 해서 함께 산행을 했던 일이 있었는데요. 지리산 천왕봉에서 시작해서 설악산 진부령에서 남한 구간이 종료되는 그 백두대간이 저희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지금까지도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산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이성규> 네, 또 가족들이 주변 분들을 모셔서 ‘가족음악회’도 하신다고요?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초등학교 시절에 주변에 친지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해서 식후에 깜짝 행사로 ‘가족음악회’를 많이 준비를 하였는데요. 발단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있었는데요. 그 영화에서 어린 7남매가 집으로 초대된 손님들을 위해서 노래하는 모습을 아마 청취자분들도 기억하실 거예요. 그 영화에 나오는 트랩 대령 가족만큼은 아니지만, 남편을 포함해서 아이들이 모두 한, 두 곡을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악으로 프로그램도 만들고,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후원 문구도 해놓고 제법 그럴듯한 팜플렛 같은 것도 준비하고요. 그래서 아이들은 그 당시는 저희가 흔히 피아노나 바이올린이 아니라 오르간 연주를 했어요. 풍금. 그래서 그런 연주가 끝나고 성공적으로 이렇게 음악회를 마쳤을 때는 세 아이가 서로에게 어깨를 감싸주면서 굉장히 기뻐했던 그런 모습이 아직도 뜨겁게 남아있습니다.
◇ 이성규> 또 남편분께서는 25년 이상을 자제분들에게 매일 이메일을 쓰신다는데 참 대단하시네요.
◆ 박혜자> 네, 거의 빠짐없이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3번, 4번 정도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이제는 또 세 며느리까지 포함해서 이렇게 함께 이메일을 쓰고 보내주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이 일과가 벌써 이제 25년이나 되었는데 남편의 이메일 편지가 아이들에게 가족의 어떤 유대감을 갖게 해준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그다지 특별한 내용의 편지는 아니고요. 매일매일 저의 가족을 일상을 서로 이렇게 나누면서 남편은 가끔 신문에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스크랩 같은 그런 좋은 기사를 스크랩해서 첨부해서 보냈기도 하였고요. 대체로 아이들이 남편의 편지에 이렇게 친절한 답장을 해주는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가 답장이라도 오면 ‘용돈이 없습니다.’뭔가를 또 부탁하는 그런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남편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곤 했죠.
◇ 이성규> 예, 박혜자님께서는 세 자녀를 키우시면서 가족 가치 중에 이게 제일 중요하다, 라고 생각하시는 걸 요약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요약해주시겠어요?
◆ 박혜자> 네, 예전에 제법 큰 화원을 찾았던 적이 있었는데요. 아마 젊은 부부가 아주 정성스럽게 화초를 가꾸고 있었던 그런 화원이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식물들을 잘 가꿀 수 있을까 많이 궁금해졌었는데 물어보았더니 그 부부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하루에 5분만 들여다보면 됩니다.”그래서 우리의 그 표현 중에 어떤 양육을 하거나 또는 교육을 시키다, 그러한 말처럼 아이들을 일종에 대상으로 생각하기가 쉬운데요. 서양에서는 단순히 패런팅(parenting) 그러니까 부모 역할 정도로 객관적으로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부모들도 훨씬 자녀에게 자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성규> 예,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에세이 <마린맘의 신 가족주의>를 집필하신 박혜자 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고 있습니다. 작가님, 이쯤에서는 우리가 노래 하나를 추천받아서 들어보거든요? 어떤 노래를 하나 추천해주시겠어요?
◆ 박혜자> 네, 저는 Janis Ian (제니스 이안)의 ‘Will You Dance?’라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 이성규> 많이 좋아하셨나요? 평상시에.
◆ 박혜자> 네, 이 곡은 사실 어린 시절에 일본에서 저와 저의 두 남매 동생이 일본에서 일본 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아주 함께 즐겨보았던 가족 드라마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 드라마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 OST였던 음악을 동생들과 함께 귀 기우려서 들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 이성규> 네, 그러면 박혜자 작가님께서 추천하신 Janis Ian (제니스 이안)의 ‘Will You Dance?’를 듣고 오겠습니다. Janis Ian (제니스 이안)의 ‘Will You Dance?’를 듣고 오셨습니다. 요즘은 결혼과 출산, 이 부분에 대해서 젊은 세대들이 필수적으로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자녀분을 셋을 키우셨고 또 대가족의 며느리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볼 때, 이런 풍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박혜자> 저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결코 경제적 지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마 젊은 분들이 결혼을 미루고 또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가지지 않거나 하나만을 가지게 되는 것은 우리의 삶의 가치관이 어떤 변화된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물질적인 어떤 풍요는 늘어났지만 그만큼 우리가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에 대한 가치관은 늘어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결혼과 출산이 ‘필수’에서 ‘선택’으로 변화되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어떤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게 된 것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되는데요. 저의 세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저는 이렇게 바라보면 저의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은 형제가 아닐까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러한 소중한 선물은 엄마와 아빠의 헌신과 희생이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 이성규> 네, 또 이제 가족 개개인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그런 역할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죠?
◆ 박혜자> 예,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어떤 가족의 의미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가족에 대한 정의도 어떤 전통적 의미의 가족, 신가족주의 등 이런 다양한 논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 구성원 중에서 가장 역할에 변화가 큰 사람은 아마도 엄마일 텐데요.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필수 불가결해지면서 엄마들이 어떤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의 양립 사이에서 고민이 큰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엄마들께서는 자녀를 여러 낳아 뒷바라지하는데 따르는 희생을 감수할 용기가 아마 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도 아이들이 완벽하게 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싶습니다.
◇ 이성규> 네, 가장 중요한 요건이 뭘까요?
◆ 박혜자> 네, 감히 제가 말씀드리긴 어렵고요. 오스트리아 출신 심리분석학자의 브루노 베텔하임 박사의 ‘그런대로 괜찮은 부모’라는 책이 있습니다. good in off parent라는 책인데요. 이 책의 부제가 자녀 뒤 보기라고 하는데 베텔하임 박사는 각자의 부모들이 자신들의 자녀와 특별한 관계에 관한 자신만의 통찰력을 키워감으로써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녀를 양육해본 경험이 없는 젊은 부모는 자녀 양육에 관해서 혹시나 내가 잘못하는 건 아닌가 걱정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걱정은 자녀와 부모에게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아이에 대한 부질없는 염려가 부모의 얼굴에 나타나게 되면 아이는 부모의 얼굴에서 자신을 찾지 못하고 함께 걱정하는 그런 아이가 된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우리 부모들은 비록 확신은 없더라도 염려는 하지 말아야 한다, 라는 거죠. 그래서 우리말 표현 중에 뒷바라지라는 표현이 이러한 점을 잘 담고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녀의 생각을 살피기보다 부모의 생각을 앞세워나가는 그런 앞바라지가 되어서는 안 되겠죠.
◇ 이성규> 네, 행복해지려면 무슨 조건이 있을까요? 가족 간에.
◆ 박혜자> 행복한 가족의 조건은 아마도 그 자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부모의 생각에 달려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우스갯소리로 자녀에게 중요한 것 3가지가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경제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라고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저는 3가지 조건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자녀들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우리 자신들만의 조건을 찾아야 할지 모르지만요. 그 과정이 사실은 자녀들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저희 가족에 있어서 어떤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라고 만약에 질문을 교수님께서 해주신다면 저는 감히 할아버지, 할머니의 존재 그리고 아빠의 부산함 그리고 엄마의 동조 내지 방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이성규> 네, 이제 박혜자 작가님께서 가족이 어떨 때 제일 소중하셨어요?
◆ 박혜자> 네, 지금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속에서 그 가족의 소중함이 더 절실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족은 어려움에 처해있을 때 가장 가까이에서 손을 뻗어 주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평온할 때에는 그런 이의 존재가 중요하게 느껴지지 못하고요. 그런데 우리 삶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을 지탱해줄 가족의 존재를 깊이 느끼게 되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이성규> 네, 요즘 풍조가 좀 바뀌긴 했지만 그래도 어렵게 가정을 꾸린 젊은 엄마, 아빠들한테 무슨 메시지를 전하시고 싶으세요?
◆ 박혜자> 네, 요즘 자녀를 낳아 점점 성장하게 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또 세상은 더 경쟁이 심해지고 아이들에 대한 부모들의 생각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또 얼마나 힘들까요. 돌아보면 세 아이들이 성장해온 지난 세월들이 정말 꿈만 갔고요. 가끔 아이들하고 부딪히기도 하였지만 분명 세 아이가 한 아이로 자라는 것보다는 세 배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고요. 행복은 분명 세 배 이상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세 아이의 성장 후일담이 둘째, 셋째를 낳을까 고민하는 젊은 엄마, 아빠에게 작은 용기를 드렸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 이성규> 네, 박혜자님은 ‘가족’을 어떻게 정의하세요?
◆ 박혜자> 가족은 함께한 시간만큼의 의미를 서로에게 가지게 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시간이 많을수록 더 많은 추억이 쌓일 테고 그 시간과 추억들이 서로에 대한 의미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 이성규> 네, 마린맘 가족이 앞으로 또 새롭게 설정한 목표가 있으신가요?
◆ 박혜자> 네, 저희 가족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희 세 아이가 자신들의 아이들을 가지고 또 그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시간들 속에서 저희 가족의 추억이 쌓여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와 남편은 저희 가족의 소박한 이야기가 우리 사회가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그런 소중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 이성규> 예, 또 가족 속에 너무 매몰되지 않는 나, 개인 박혜자의 꿈도 있죠?
◆ 박혜자> 네, 있습니다. 저희 막내가 이번에 회사에서 함께 일하시는 여성 팀장님께 저의 책을 선물해드렸는데요. 그분께서 자녀가 한 명 있으신데 둘째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저의 책을 통해서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태어날 수 있다면 정말 놀라운 일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희 가족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 불어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 이성규> 네, 또 가족을 벗어나서 아시아 청년문화 교류에도 앞장서시면서 이제 ‘국제문화교류원’을 한번 설립해보겠다, 라는 계획이 있으시다면서요?
◆ 박혜자> 네, 그렇습니다. 몇 해 전에 아시아권의 학생들을 우리나라에 초청해서 한국 대학생들과 학생 교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청년들이 서로 자신의 주거 공간을 교환해서 오고 가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준비시간은 한 2년 정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특히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청년들이 서로 교류하게 되면서 양국의 미래 관계가 좋아졌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간절합니다.
◇ 이성규> 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에세이 <마린맘의 신 가족주의>를 집필하신 박혜자 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박혜자 작가님,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 박혜자> 네, 고맙습니다.
◇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