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500만 원 들고 홀로서기'...보호종료 아동 지원책은?

[뉴있저] '500만 원 들고 홀로서기'...보호종료 아동 지원책은?

2021.03.04. 오후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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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 광주광역시 남구에서 18살 A 군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A 군은 출생 이틀 만에 버려져 보육시설에서 자랐고, 내년 보호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부모의 사망이나 가정해체, 학대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은 보육시설이나 위탁가정, 또는 한 명의 관리인이 너덧 명의 아이를 돌보는 '그룹홈'에서 양육되는데요.

대학에 진학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현행법에 따라, 모두 만 18살에 보호조치가 종료됩니다.

이들이 '보호종료 아동'으로 불리는 청소년들입니다.

우리나라는 매년 2천5백 명의 보호종료 아동들이 사회로 나와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정부나 지자체는 어떤 지원을 하고 있을까요?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자립정착금 5백만 원에, 3년 동안 매월 30만 원씩 수당을 지급합니다.

17개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인천이 가장 많은 자립정착금 800만 원을 지급하고 있고, 경기도는 올해부터 이 금액을 1천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LH에서도 월 주거 임대료 15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지만, 서울 지역 원룸 평균 월세(51만 원)와 대학생들의 평균 생활비(58만 원)를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입니다.

돈도 돈이지만, 받은 지원금을 어디에 써야 할지, 부동산 계약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막막한 상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호조치는 종료됐지만, 민법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단순한 휴대전화 개통이나 근로 계약, 부동산 임대차계약 등도 혼자서 하기 어렵습니다.

광주지역에서 만 15살 이상 보호 아동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자립 준비가 어려운 이유로 자립에 대한 두려움(31.8%)과 경제적 부담(26.1%), 자립 정보 부족(16.5%)을 꼽았습니다.

보호종료 아동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 확대는 물론, 정서적·심리적 자립까지 가능하도록 깊이 있는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 보호종료 뒤 성인이 된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홀로서기에 나선 보호종료 청년을 뉴스가 있는 저녁 제작진이 만나봤습니다.

모유진 26세 성악 전공 대학생

출처 : 유튜브 '선아라'

[모유진 / 성악전공 대학생 : 초등학교 때 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노래를 시킨 적이 있었어요. 그분이 저를 보면서 '너는 노래해야겠다 한 마디 하셨는데, 집에 가서 아빠한테 자랑을 했었어요. 아빠가 지나가는 말이었는데도 들으시고 제가 노래를 시작하도록 도와주셨어요.]

1살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외동딸을 키운 아빠

'딸의 노래'를 응원해준 아빠는 11살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1살에 시작된 가정위탁

[모유진 / 성악전공 대학생 : 칫솔이라든가 생리대라든가 이런 부분들을 지원받지 못했어요. 그런 것들을 스스로 해결하려다 보니까 전단지 알바로 시작해서 아파트 분양사무실, 카페 등에서 알바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왔어요.]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

[모유진 / 성악전공 대학생 : 누구한테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거다. 사람들의 눈치도 굉장히 많이 봤었고 누군가 작은 사랑을 표현해 주면…그런 것들이 저에겐 귀한 감정이다 보니까….]

정인아 미안해

[모유진 / 성악전공 대학생 : 그 사건을 자세히 안 찾아봤어요. 얘기를 들었을 때 제가 너무 심장이 뛰고 제가 마음이 너무 불안해지더라고요. 홀로 남겨진 친구…그런 상황과 환경들을 겪었을…이 부분은 제가 얘기하기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인터뷰에서 못다 한 말 유진 씨는 노래로 대신 전합니다

만 18세 보호종료 홀로서기

[모유진 / 성악전공 대학생 : 위탁가정에서 나왔을 때 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부동산 계약부터 공과금 납부 엄청 많은 것들을 혼자 해야 되더라고요.]

만 18세 보호종료 아동

[모유진 / 성악전공 대학생 : 예전에는 저도 제가 보호종료 아동인 것을 몰랐고 많은 사람들이 몰랐어요. 저는 단순히 제가 고아 정도로 알고 있었지 보호종료아동, 가정위탁, 그룹홈 이런 단어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였다면 이런 것들을 모두가 알고 있다면 '동사무소에 가면 이런 혜택을 지원해서 받을 수 있어' 이런 식으로 주위에서도 알려줄 수 있잖아요. 보호종료 아동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호종료 예정인 아이들

[모유진 / 성악전공 대학생 : 사람마다 그 상황에서 살아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그 친구들이 그런 환경 속에서 겪은 경험들로 사회에 또 다른 보탬이 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줄 수 있고…]

나에게 성악은?

[모유진 / 성악전공 대학생 : 제 삶을 통한 위로와 보람을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보호종료 아동에서 삶의 위로를 전하는 성악가로

26살 모유진 씨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PD 배인수 [ins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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