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법학도에서 시각장애인 위한 '점역사' 된 사연"

[잠시만요] "법학도에서 시각장애인 위한 '점역사' 된 사연"

2021.01.26.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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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요] "법학도에서 시각장애인 위한 '점역사'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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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날짜 : 2021년 1월 24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점역사 이현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법학도에서 시각장애인 위한 '점역사' 된 사연"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개울가에 놓인 징검다리처럼 세상 저너머에 또다른 세상을 연결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일반 문자를 점자로 번역하는 점역사 이현주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점역사 이현주(이하 이현주)> 네. 안녕하세요.

◇ 이성규> 반갑습니다. 마스크 쓰고 하시려니까 좀 답답하시죠?

◆ 이현주> 아니요. 괜찮습니다.

◇ 이성규> 괜찮아요? 청취자 여러분에게 한번 자기소개를 직접 해주시겠어요?

◆ 이현주> 안녕하세요. 저는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고요. 시각장애인이 공부하는데 필요한 책을 점자로 만들어주는 점역사 이현주입니다.

◇ 이성규> 네. 점역사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점역사에 대한 설명을 한번 직접 해주시겠어요?

◆ 이현주> 네. 점역사란 한마디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번역가라고 생각을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일반 글자로 인쇄된 책을 시각장애인이 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책들을 시각장애인이 볼 수 있게 점자로 옮겨주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점역사는 비시각장애인. 그러니까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하고요. 점역사가 옮긴 점자가 틀리지 않고 잘되었는지 교정을 보는 교정사가 있는데. 이 일은 점자를 읽는 시각장애인이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제 명함. 점역 잘 되었던가요?

◆ 이현주> 네. 잘돼있더라고요.

◇ 이성규> 원래는 법학을 전공하셨다면서요?

◆ 이현주> 네. 원래 꿈은 시민단체 같은 곳에서 일하는 변호사가 꿈이었는데요. 이쪽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 이성규> 그럼 사법시험도 몇 번 보셨나요?

◆ 이현주> 네. 두 번정도 봤고요. 그쪽은 제가 할 수 있는 길이 아닌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포기하고.

◇ 이성규> 그러시다가 관심이 점역사 쪽으로 옮기게 됐는데. 무슨 계기가 있으셨겠죠?

◆ 이현주> 사실 점자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점역사가 된건 아니고요. 점역사가 되고 난 다음에 점자에 관해서 자세히 알게된건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워드 타이핑 아르바이트 공고가 떴었어요. 그걸 보고 지원을 하게 됐는데. 그 일을 하려면 점자를 배워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점자를 배웠는데. 배워보니까 나만 아는 비밀문자같고 재밌어서 그렇게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 이성규> 네. 그렇게 돼서 점역사라는 전문 영역으로 직업인이 돼셨는데요. 언제부터 그걸 본격적으로 하셨어요?

◆ 이현주> 제가 본격적으로 시작한건 2005년이고요. 그렇게 점자를 배우고 점역교정사라는 국가공인 자격시험이 있다고 해서 도전을 해봤는데. 운이 좋게 합격을 하게 돼서 이쪽으로 쭉 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 이성규> 어느 부처에서 주관하죠?

◆ 이현주> 보건복지부에서 주관을 하고 있을거예요.

◇ 이성규> 경쟁이 좀 치열한가요?

◆ 이현주> 경쟁이 치열하긴 한데 합격률이 그때 당시는 많이 낮았었어요. 시험이 조금 어려운 편이어가지고.

◇ 이성규> 근데 지금 어쩌다보니까 얼굴은 아직도 소녀같으신데. 15년이 넘으셨다면서요. 이 길로 들어서신지가? 처음에도 이런 생각을 하시면서 시작하셨어요?

◆ 이현주>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시작을 했었으니까. 이게 이렇게 제 업이 될줄은 처음에는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까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더라고요. 초보 점역사였던 제가 이렇게 방송에도 나오고.

◇ 이성규> 점역사가 되려면. 아마 청취자 여러분 중에서도 궁금하고. 어떻게 하면 점역사가 되죠?

◆ 이현주> 일단 점역교정사 자격증이 있는데요. 이 자격증이 국가공인자격증이 된게 2002년도부터거든요? 그래서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때는 사실 이 직업이 많이 알려져있지 않아서 전국에 한 100명밖에 안됐었어요. 그래서 이 일을 하다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2020년 12월 기준으로 한 940명 정도 되거든요? 좀 많이 늘어나가지고. 요즘에는 자격증을 따야지 점역사로서 취업의 관문을 뚫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죠.

◇ 이성규> 근데 아까 점역사 되시려면 점자를 배워야 된다고 그러셨어요. 근데 점자를 가르치는데가 많아요?

◆ 이현주> 그렇게 많지는 않고요. 오프라인으로 점자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시각장애 복지관이나 점자 도서관 같은 곳에서 주로 하는데. 이게 지역별로 많이 있는 편이 아니어서. 아마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는 좀 어려우실 거예요. 근데 코로나 때문에 작년부터는 직접 대면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강의하는 곳도 많아졌고요. 국어원에서 인터넷 강의도 만들어가지고 무료로 수강할 수 있게 운영을 하고 있어서. 마음만 먹으시면 쉽게 점자를 배우실 수 있습니다.

◇ 이성규> 점역 작업 과정 편안하게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 이현주> 네. 일단은 저보다 선배님들은 점자 타자기로 한글자 한글자씩 입력을 해서 점자를 만들었는데. 요즘에는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까 보여주신 명함같은 경우에는 작아서 아마 컴퓨터가 아니라 직접 점자를 거기다가 입력을 했을거고. 저희가 주로 하는 점자책은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데. 먼저 일반책의 글자를 컴퓨터 파일로 가지고 와야돼요. 근데 그때 출판사에서 협조를 해주면 원본 텍스트 파일을 받아서 바로 점역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이 협조가 되지 않으면, 책을 먼저 스캔을 해서. 요즘에는 OCR이라고 문자 인식하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걸로 글자를 추출을 해요. 근데 프로그램이 완벽하지가 않아서.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가 파일이랑 책이랑 비교를 하면서, 틀린 글자나 빠진 글자가 없는지 오탈자 수정을 전체적으로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고 난 다음에 점자 규정에 맞게 잘 처리가 되게 사전 작업들을 하고. 점역 프로그램을 돌려가지고 점자로 만든 다음에 책 형식에 맞춰서 레이아웃같은 걸 만들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거기에서 직접 수정을 하기도 하고. 그래서 작업을 하고요. 근데 수학이나 악보같은 경우는 점역 프로그램이 지원이 잘 되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 책같은 경우에는 점역사가 한글자 한글자 점자로 입력을 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 이성규> 도표같은건 어떡해요? 도면. 그림.

◆ 이현주> 그게 점역할때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요. 아주 간단한 그림은 그리기도 하는데. 아주 간단한 그림이 아니라면 저희가 그걸 글로, 말로 풀어서 설명을 해줘야 돼요. 근데 그럴때 그 해당 분야에 지식이 있어야지. 이걸 잘 설명을 해줄 수가 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그럴때 사실 좀 어려움이 많습니다.

◇ 이성규> 저는 그냥 단순히 종이 위에 명함 정도로 뚝뚝 눌러서 찍어주는 거라고 생각했더니 영역이 많네요. 하실 일이.

◆ 이현주> 일반 책 만드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거 같아요.

◇ 이성규> 점역사가 되려면 이런 이런 자질이 있어야 될거다. 한번 말씀하실 수 있으면 어떤 자질을 상정할 수 있을까요?

◆ 이현주> 일단 엉덩이가 좀 무거워야 되고요. 그리고 꼼꼼하신 분들이 아무래도 이 일을 잘하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점자도 한글이기 때문에. 저희 점역교정사 시험에도 한글 맞춤법에 대한 부분이 들어가있거든요? 그래서 한글 맞춤법도 잘 알고 계셔야 되고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체계있는 도표같은걸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게 글로 풀어야 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 특성에 대한 이해가 아마 자질로서는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이성규> 점역사들이 아까 900여명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요즘 수요가 늘어나요?

◆ 이현주> 네. 예전에는 시각장애인이 보고싶은 책이 있으면 본인이 개인적으로 복지관이나 점자 도서관같은 곳에 의뢰를 해서 책을 만들었거든요. 근데 요즘에는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법들이 많이 생기면서. 학생들의 점자 교과서라든지. 시각장애 교사들의 점자교육 지도서. 이런 것들을 국가차원에서 지원해주는 곳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국립 장애인 도서관에서도 매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책만드는 사업을 꾸준히 늘리고 있고. 또 공무원 임용시험이나. 이런 시험도 시각장애인이 요청하면 점자로 제작을 해야되니까. 그럴때 점역사들이 들어가서 같이 제작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러다보니까 예전보다는 많이 늘어났습니다.

◇ 이성규> 처우는 어때요?

◆ 이현주> 보통 시각장애인 복지관 쪽에 소속되어있는 점역사들은 사회복지사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고요. 근데 이렇게 저희처럼 기관에 소속돼있지 않아도 프리랜서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요즘 점역사의 수요가 늘어나서. 그런 분들 같은 경우는 본인이 하는만큼 급여가 다르게 되겠죠. 많이 하시면 많이 가져가시고. 이런 식으로.

◇ 이성규> 앞으로 전망. 점역사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전망은 어떻게 될거 같습니까?

◆ 이현주> 점자를 보는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가 제공되어야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제는 좀 자리가 잡힌거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점자로 만들어지는 책이나 공문서 같은 것들도 많이 늘어날거고요. 그리고 최근에 시각장애인의 전공분야도 다양해져가지고. 수학 점역사나 음악 점역사, 제 2외국어 점역사 같은 전문 분야도 늘어나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수의 점역사. 또 더 나아가서 전문분야에 점역사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어날거 같습니다.

◇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징검다리가 되어주시는 분. 점역사 이현주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고 있습니다. 이쯤하면 노래 하나씩을 추천해주시거든요? 어떤 노래를 추천해주시겠어요?

◆ 이현주>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라는 노래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 이성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 이게 무슨 뜻이죠?

◆ 이현주> 이게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어라고 하는데요. 평소에 제가 즐겨듣는 음악이거든요. 이게 출근할 때 들으면 발걸음이 씩씩해지면서 신이나요. 힘찬 발걸음에 딱 맞는 박자라서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라서 추천을 했습니다.

◇ 이성규> 네. 그럼 기분 좋아지는 Viva La Vida. 콜드플레이의 노래입니다.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를 듣고 오셨습니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점역사 이현주님을 모시고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점자가요. 우리가 읽는 일반 글보다 좀 순서가 다르다고 그러더라고요?

◆ 이현주> 순서가 다르다기 보다는. 점자는 손끝 한마디로 읽을 수 있게. 6개의 점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쓰는 한글은 모아적기라고 초성, 중성, 종성을 한칸에 모아서 적는데. 점자는 초성, 중성, 종성을 각각 풀어서 한칸씩 사용을 하거든요. 그리고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쓸때는 오목하게 6개의 홈이 파인 점간이라는 기구에 종이를 끼우고. 연필에 해당하는 점필로 콕콕 눌러서 점자를 적는데요. 이게 점자를 튀어나오게 적는게 아니라. 들어가게 적는거라서. 점자가 튀어나오게 하려면 이걸로 적고 종이를 뒤집어야 돼요. 그래서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쓸때는 읽는 모양의 반대로 적어야지 뒤집었을때 올바른 점자가 나와서. 읽는 점자랑 쓰는 점자가 다르다. 라고 순서가 다르다고 얘기하는게 그래서 그렇습니다.

◇ 이성규> 근데 점자를 그렇게 눌러서 하는게 아니고. 위에 아크릴인가 종이 위에다 뭘 찍어서 놓는 것도 있더라고요. 가끔? 볼록볼록하게 화학성분이 있는. 요즘 많이 통용이 안되죠?

◆ 이현주> 많이 통용은 안되고요. 그게 할 수 있는 기계가. 장비가 좀 비싸요. 그러다보니까 국내에서도 그런 형태로 제작하는 곳은 몇군데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은 눌러서 한 점자가 더 손에 잘 인식이 된다. 그러더라고요?

◆ 이현주> 종이로 된 점자가 손에 잘 인식이 되고요. 말씀하신 화학약품 같은 경우에는 여름같은 때는 땀이 차면서 손이 잘 안간다고 하시더라고요,

◇ 이성규> 제가 한번 점자를 옷에다가 새겨봤어요. 옷 색깔과 재질. 그런것들을 알아야 되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그래서 그런 것을 가지고 패션쇼도 하고 그랬는데. 반응이 되게 좋았어요.

◆ 이현주> 시각장애인 분들 중에는 본인의 옷을 안에다가 스티커로. 말씀하신 색깔이나 이런걸 네모나게 붙여놓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 이성규> 그렇게 해야될것 같아요. 그리고 모든 사회가 그렇게 친절하게 변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점역을 하실때 그래도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건 뭐예요?

◆ 이현주> 아까 말씀하셨던 도표같은게 점역할때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요. 이게 글로 풀어줄때는 중요한 핵심만 간결하게 그리고.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게 중요한데. 이렇게 설명해주면 이해가 될까? 고민을 참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시각장애인 교정사와도 함께 상의를 많이 하는데요. 특히 어린 초등학생 책을 점역할때는 그 나이대에 맞는 눈높이에서 제가 설명을 해줘야지 되니까. 그럴때 가장 조심스러운 것 같습니다.

◇ 이성규> 참 단순히 옮겨 놓는게 아니고. 창조네요. 어느 부분은. 세상 모든 책들이 다 이렇게 새롭게 점역이 되면 좋을텐데. 다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은거 같아요. 근데 그나마 어느 영역 책들이 좀 점역이 잘되고 있나요?

◆ 이현주> 시각장애인이 볼 수 있는 책은 사실 점자 말고도 소리로 듣는 책도 있거든요. 그래서 소설이나 수필 같은 것들은 점자보다 소리로 듣는걸 더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공부하는데 필요한 책은 소리로 듣다보면 흘려듣게되고 또 정확한 철자를 모를 수가 있어서 대학생 전공교재나 학생들 문제집 같은 것들을 점자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비시각장애인들도 어렸을때 동화책 많이 보잖아요? 시각장애인도 어릴때 점자를 보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점자 동화책도 많이 만들고 있고요. 최근에는 촉각도서라고 동화책에 있는 그림을 시각장애 어린이가 손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든 책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참 책의 종류가 다양할텐데. 특히 모르는 영역 점역이 좀 신경쓰인다고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본인 경험으로는 어느 영역에서 제일 애를 먹은 적이 있습니까?

◆ 이현주> 요즘에 시각장애인도 전공분야가 다양해지면서 통계학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책들도 의뢰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근데 제가 통계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같은 것도 잘 모르니까. 그런걸 풀어줘야할때 주변에 이쪽 관련된 지식이 좀 있는 사람이나, 아니면 관련 전공자나 친구의 친구. 이렇게 수소문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이성규> 15년 작업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어떤겁니까?

◆ 이현주> 제가 점역사가 된지 1년정도 되었을때 일인데요. 영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영어원서로 된 음성학 책을 의뢰를 했어요. 국제음성기호라고. 그 책 전체가 그거에 관련된거였는데. 그때 당시에 우리나라 점자에서는 음성기호가 6개인가밖에 정해져 있지 않았거든요? 흔히 번데기 발음이라고 하는 th발음이라든가. 그런 대표적인 것들만 있었는데. 그 책에는 발음기호가 진짜 한 100가지정도 되게. 되게 많이 있는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 모양을 하나하나 말로 설명해주다가. 한 절반정도 작업했을때 해외 사이트에서 미국에서 국제음성기호를 점자로 만든게 있는걸 알게돼가지고. 그래서 그걸 새로 공부해가면서 책을 점역했던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이성규> 네. 요새는 어떤 일 하세요?

◆ 이현주> 지금 하고있는 책은 영어회화 책이랑요. 일본어 책. 그리고 시각장애인인 어머니가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다고 하셔가지고. 점자 동화책 하나 점역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코로나19의 영향은 안받는거 같아요. 이 직업은.

◆ 이현주> 네. 저희는 책도 우편으로 보내드리고 하기 때문에. 코로나의 영향 안받고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근데 시각장애인 위해서 책을 좀 많이 제작을 했으면 하는데. 어려운 영역이 뭐예요, 가장?

◆ 이현주> 아까 설명드렸듯이 점역할때 원본 책의 텍스트가 필요한데. 이걸 출판사에서 제공을 해주면 더 정확하고 빠르게 점자책을 만들수가 있거든요. 근데 출판사에서는 파일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에. 원본파일을 주기 어려워하세요. 그러다보니까 저희가 스캔해서 원본이랑 대조하는 작업을 하는데. 이게 어떻게보면 사회적 낭비같거든요. 출판사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오탈자 교정한걸 저희들이 똑같은 글자를 추출하기 위해서 다시 작업을 하는 셈이니까. 그런면에서 조금 어려움이 있는거 같습니다.

◇ 이성규> 이런 애로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요?

◆ 이현주> 출판사에서도 저희들 같은 기관에서 보안서약 같은 것도 다 하거든요. 그러니까 파일유출 안되게 저희가 철저히 관리를 할테니까. 그런 부분에서 조금 믿고 마음을 열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이성규> 파일을 좀 줬으면. 근데 지난 달에 점자법 일부가 개정됐지 않습니까? 법률안이 들어간거죠, 지금?

◆ 이현주> 네. 발의가 돼서 12월 8일인가부터 아마 시행이 됐을거예요.

◇ 이성규> 그래서 어떻게 달라지게 돼죠?

◆ 이현주> 기존 점자법에서 달라진게 두가지가 있는데요. 한글날이 원래 10월 9일이 아니었다는거 혹시 알고 계시나요?

◇ 이성규> 한글날이 10월 9일이 아니었군요?

◆ 이현주> 네. 한글날 기념식을 처음으로 했던게 1926년인데. 이때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날을 음력 9월 29일로 봐서. 그 해의 음력 9월 29일에 해당하는 12월 4일에 한글날 기념식을 했다고 해요. 근데 이 날 반포된 또하나의 한글이 있는데. 훈맹정음이라고. 맹인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한글 점자인데요. 개정된 점자법에서는 매년 12월 4일을 점자의 날로 정하고. 한글점자주간으로 정해서 한글점자를 기념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고요. 또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에 시각장애인이 요청하는 경우에 점자로 공문서를 제공을 해야되고. 연간 점자 요구 현황이랑 제공 실적을 공개하도록 되어있어요. 그래서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문서를 제공하는걸 더 강화한 조항인데요. 작년에는 판결문을 점자로 받지 못해서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격은 시각장애인의 이야기가 기사화되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이런 일들이 없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 이성규> 그리고 의문이 하나 있는게요. 요즘 엘리베이터에 향균 필름 붙여놓으면 시각장애인들이 인식하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요?

◆ 이현주> 네. 그래서 그것때문에 요즘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가 굉장히 많아가지고. 최근에는 아마 공공기관 쪽에 향균필름 위에 다시 점자로 향균필름을 입히는 작업들을 하고 있는걸로 알고있어요.

◇ 이성규> 네. 그래야 될 것 같아요.

◆ 이현주> 그러니까요, 저희가 생각 미처 못했던 부분들이죠. 이런게.

◇ 이성규> 이현주의 계획을 한번 말씀해주신다면, 어떤 말씀해주시겠어요?

◆ 이현주> 네. 시각장애인이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없게끔 하는게 점역사인데. 요즘에는 시각화된 자료가 워낙 많다 보니까. 이런걸 시각장애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한계를 좀 많이 느끼고 있어요. 외국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각종 교구가 많이 개발되어있거든요. 그래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쪽 분야에 대한 연구가 적은 편인데. 점역사로서 시각장애인 교육전문가들이랑 같이 이런 분야도 좀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 이성규> 네. 마지막으로 청취자 여러분들께 한말씀 하시고 마무리하시죠.

◆ 이현주>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겪는 부분은 책말고도 참 많은데요. 예를 들어서 요즘에 키오스크도 그렇고. 또 도어락이나 아파트의 제어 시스템 같은 것들도 터치 방식으로 되어있어서. 시각장애인이 자기집 온도도 조절 못하고. 음식점에 가도 주문하기도 어렵고. 심지어는 공동현관 도어락을 열수가 없어서 이사를 가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래서 내겐 편리한 기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많이 불편한 기술일수도 있다는걸 알아주셔가지고. 서로 이해해주고 서로 많이 배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성규> 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번역가, 점역사 이현주님 모식고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이현주님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 이현주> 네. 감사합니다.

◇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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