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을 아십니까" 코로나시대 어른들의 신종 랜선 놀이문화

"'밈'을 아십니까" 코로나시대 어른들의 신종 랜선 놀이문화

2021.01.26. 오후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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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을 아십니까" 코로나시대 어른들의 신종 랜선 놀이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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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1월 26일 (화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디지털 문화심리학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생활 속 이슈들을 속속들이 들어보는 이슈in터뷰 시간입니다. 얼마 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가한 버니샌더스 상원의원의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전 세계에 '샌더스 밈' 현상이 등장했는데요. 샌더스 의원의 사진을 영화나 만화 장면은 물론 각종 상황에 합성한 패러디 사진인 일명 '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싸이와 함께 춤을 추는 샌더스 의원, 김장 현장에 앉은 샌더스 의원 등의 합성 사진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예전에는 장난으로 치부되던 인터넷 놀이문화가 최근 '밈'이라는 문화로 전 세계를 뒤흔드는 소비 키워드가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이게 왜?'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즐기는 '밈' 문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게 됐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말씀 나눌 분 모셔보죠. 디지털 문화심리학자인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 문화심리학자) (이하 이승윤): 네 안녕하세요.

◇ 최형진: '밈'이라는 게 정확하게 어떤 의미를 가진 단어인가요?

◆ 이승윤: 사실 요즘은 워낙 밈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밈은 조금 어려운 단어입니다. 미메시스(Mimesis)라고 하는 일종의 모방을 뜻하는 영어 단어와 유전자라고 불리는 진(Gene), 이 두 가지가 결합된 단어라고 보시면 되고요. 생각보다 쉽게 쓰는 언어인데 밈이 어떤 단어의 약자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리처드 도킨스라고 굉장히 유명한 유전자 쪽으로 잘 알려진 작가께서 70년대에 쓴 단어가 지금 이렇게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보시면 되고요. 그 뜻은 일종의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거죠. 모방하는 건데 모방을 자주 하다 보니 우리 진에 쌓이는 거고, 다음 제너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그런 활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최형진: 한마디로 모방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현상을 말하는군요.

◆ 이승윤: 그렇죠. 과거 같으면 이야기를 듣고 구전하는 형태가 정확하진 않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에 들었던 노랫말이라든지 이야기들이 전달되는 이런 것들이 과거에는 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최형진: 네. '밈'이 뭐야? 하는 분들이 여전히 계실 것 같습니다. 앞서 샌더스 밈을 얘기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몇 가지 밈을 좀 살펴봤으면 하는데요, 작년에 유행했던 '1일 1깡'을 얘기하면 많이 아실 것 같은데 어떤가요?

◆ 이승윤: 참 작년에 1일 1깡 너무나도 유명했죠. 대표적인 밈 현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짧게 설명하면 비라는 유명한 가수가 2017년도에 발표한 노래가 어떻게 보면 실패를 했었거든요. 2017년도에 발표했을 때는 아무한테도 관심을 못 받던 노래, 그 사이에는 뮤직비디오나 비의 노래를 대부분 사람들이 비난을 했었거든요. 춤이 너무 이상하고 노래가 현실과 맞지 않다고 했는데 2019년도에 한 여고생이 괴상한 옷을 입고 그 춤을 따라 춘 거죠. 또 가사 자체가 워낙 재미있고 춤도 여고생이 우스꽝스럽게 추다 보니 폭발적으로 사람들이 따라서 추기 시작한 거죠. 일종의 밈 현상이 만들어졌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은 이걸 어떻게 보면 레거시 미디어죠. <놀면 뭐 하니>의 김태호 PD가 잘 끌어올린 거죠. 또 흥미로운 사실은 가수 비가 굉장히 쿨하게 받아들인 겁니다. 그래서 기존에 이걸 갖고 놀던 친구들이 오히려 폭발적으로 반응한 거죠. 그게 대표적으로 재미있는 밈의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김영철 씨의 “4달라”나 타짜의 김응수 씨의 “묻고 더블로가”이런 것은 사실 과거 야인시대나 타짜는 옛날 영화잖아요. 이게 지금 유행하는 이유가 재미있으니까 누군가 발굴하는 거죠. 발굴해서 짤로 만든다든지, 같이 만들기 시작하면 밈의 현상이 시작하는 거고 그게 퍼지다보면 뜬금없이 20년, 30년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 파급효과를 줄 수 있는 게 밈 현상의 특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제가 어제 밈 현상에 대해서 알아봤어요. 밈 현상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갑자기 이게 떠버리니까요. 굉장히 콘텐츠 자체가 유동적이고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이승윤: 맞습니다. 김응수 씨도 어떻게 보면 “묻고 더블로 가” 때문에 작년, 재작년에 CF를 많이 찍으셨는데 본인은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밈이라는 건 이렇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레거시 미디어라고 불리는 소위 말해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강력한 파워를 가진 곳에서 전파하는 형태가 주로 밈이 많이 만들어졌다면 지금 어떻게 보면 디지털 시대 밈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왜 그러냐면 누구라도 밈 현상의 단초를 만들 수 있거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비의 1일 1깡은 여고생이 만든 거예요. 그저 고등학생일 뿐인데 좋은 아이템이 있고, 다른 사람을 웃기기 위해서 유튜브나 트위터, 틱톡에 올리면 되거든요. 그래서 누가 어떤 소재를 갖고, 어떤 방식으로 밈을 만들지 예상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것은 트렌드로 읽어낼 수 없는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형진: 탕수육 '부먹', '찍먹'에 이은 끝이 보이지 않는 논쟁인 것 같은데요. 최근 이런 논쟁도 있잖아요. '민트초코'에 대한 호불호를 따지는 논쟁인데, '민초단'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의미가 있나? 싶은데, 이런 논쟁도 '밈'과 연결돼 있다고 봐야 할까요?

◆ 이승윤: 그렇죠. 사실 어느 순간부터 20대, 30대라고 하면 “너 민트초코 좋아해, 안 좋아해?”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거죠. 만약에 좋아한다고 하면 나와 맞는 사람, 싫어한다고 하면 나와 안 맞는 사람. 예전에 짬뽕이냐 짜장면이냐를 물어보는 것과 유사한 형태가 됐다고 보시면 되는데 이것도 굉장히 재미있는 게 처음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민트초코에 대한 형태 짤을 만든다든지 등 “나는 민트초코 싫어해, 이걸 왜 먹지?”이러고 또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먹는 거야.”라면서 아주 재미있게 여러 짤이 만들어지면서, 심지어 ‘민초단’이라고 해서 “우리는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야.”라고 하면서 운동까지 하면서 재미있게 노는 겁니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고요. 저는 40대가 넘었기 때문에 저만 하더라도 네트워크를 하려면 같이 얼굴을 보고 목욕탕을 갈 수도 있고, 술을 한잔할 수 있는데 지금 밀레니엄 시대를 보면 랜선 친구들이 많거든요. 랜선 친구라는 건 본적이 없기 때문에 그 친구들과 소소하지만 내가 관심 있고, 소소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가볍게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거죠.

◇ 최형진: 요즘 파인애플 피자도 있잖아요.

◆ 이승윤: 연예인들 보면 요즘 밈을 잘 활용하시는 분, 물론 소속사에서 얘기해주는 것도 있지만 요즘 연예인분들이 어리시니까 일부러 파인애플 피자 시킨 걸 올리면 엄청나게 댓글이 달리는... 아시는 분들끼리의 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형진: 과거에도 이런 패러디라고 할까요? 이런 문화들이 있었습니다. 궁예의 대사 '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고?'는 아직까지도 사용되곤 하잖아요. 이런 문화들 지금의 '밈'과 차이가 있는 건가요?

◆ 이승윤: 그렇죠. 사실 큰 본질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갖고 논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다양성이 만들어질 수 있는 거죠. 과거에는 메이저의 케이블TV나 TV에 나오지 않으면 내가 그 밈을 어떻게 생각하고, 내가 그 밈을 변형할 수 있는지 이런 걸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거든요. 예전에는 그게 느렸잖아요. 지금은 아시겠지만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민트초코와 관련된 여러 이미지라든지 여러 짤이나 동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최근 중요한 코드가 유저 제너레이트 콘텐츠라고 해서 유저들이 직접 그 콘텐츠에 얼마나 자기 자율성을 갖고 만들 수 있느냐. 이런 것도 굉장히 중요한데 지금은 디지털 세상이 크게 폭발적인 거죠.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밈 현상이라는 게 더 빈번하게 나타나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최형진: 예전에는 이런 유행어가 TV 같은 매체에서 시작돼서 대중에 확산이 됐는데, '밈'은 순서가 달라진 것 같은데요, 이유가 뭘까요?

◆ 이승윤: 아무래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밈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원래 얘기했던 분들이 안 좋아할 수 있거든요. ‘4달라’라든지 ‘묻고 더블로 가’ 이런 것도 보통 기업들이 그러거든요. 기업에서 이러한 밈 현상이 생기면 빅 데이터 검색하면 많이 걸리니까 그것과 관련된 CF나 상품을 만듭니다. 그러다보니 수면으로 올라다가보면 흥미를 잃는 거죠. 새로운 밈을 개발하는 거죠. 이게 재미있기 위해서 만드는 거지 누구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거나 돈을 벌거나 이렇게 해서 만드는 게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너무 인위적이면 안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최형진: 여기서 중요한 이야기 짚고 넘어갈게요. 호응이 높은 일부는 광고로 제작되기도 합니다. 이런 걸 보면 경제적 효과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 이승윤: 그럼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빙00에서 00콘을 만들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이 다음 맛을 선택할 때 민초들이 떠돈다는 얘기는 그런 맛을 만들어냈을 때 얼마나 호응이 있을지 예측이 가능하거든요. 그런 형태의 제품을 만드는 데도 들어가고요. 생각해보면 작년에 페이스북이 거의 400억 달러를 들여서 ‘지피’라고 하는 소위 말해서 미국의 움짤 있잖아요. Gif 파일의 움짤을 만들어 그 파일을 공유하고 만드는 회사가 있어요. 그걸 거의 400억 달러는 넘게 인수를 했거든요. 그만큼 지금 밀레니엄 세대들이 텍스트를 안 보내는 거예요. 움짤을 보내는 겁니다. 재미있는 움짤을 보내고 싶어 하니까 그런 것을 만드는 회사의 자치가 올라가는 겁니다. 그럼 나중엔 어떻게 되냐면 페이스북 같은 경우 그렇게 되겠죠. 제가 햄버거를 먹고 싶은데 친구에게 움짤을 보내고 싶은 거예요. 햄버거를 치면 햄버거 파는 회사에서 자신들이 만든 밈 짤이라든지 광고가 걸릴 수 있도록 페이스북과 계약을 할 수 있겠죠. 이게 굉장히 가치가 있는 겁니다. 물론 이런 것까지 소비자층에서 생각하진 않겠지만 기업입장에서는 이 현상을 이용해서 어떻게 광고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최형진: 밈 문화 긍정적이고 유행이 되는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혹시 부정적인 영향은 없나요?

◆ 이승윤: 사실 모든 인터넷 문화가 양날의 검이 있겠죠. 밈이라는 것 자체가 과열되다 보면 밈은 풍자의 요소도 굉장히 강하거든요. 그래서 1인 1깡이라고 불리는 것도 제 생각으로는 그렇게 부정적인 것을 낳지 않고 순기능적으로 그 춤을 오리지널로 추신 분이 쿨하게 넘기고 비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거든요. 저희 세대 때의 가수였는데 <시즌 비시즌>이라는 유튜브도 만들고, 처음에 그 유튜브를 보려고 오시는 분이 비의 1일 1깡을 좋아했던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왜냐하면 지금 10대, 20대들은 비의 전성기 모습을 거의 못 봤을 테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렇게 순기능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는데 누구를 비꼬거나 재미있게 갖고 노는 건데 나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오리지널, 대상이 되는 사람이 기분을 나빠할 수 있는 거고, 심적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순기능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게 잘 풀리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최형진: 한 청취자분이 질문을 주셨어요. “예전에는 인터넷 문화라고 하면 X세대, N세대 같이 젊은 층 소비문화로 알려져 있었는데 지금 설명해주시는 밈은 연령 불문하고 다들 좋아하는 문화 같네요.”라고 해주셨는데 맞습니까?

◆ 이승윤: 사실 2~3년 전만 하더라도 인터넷이라는 문화는 소위 말해서 20대, 30대라고 불리는 MZ세대들이 주도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기업들이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 게 특히 나이 드신 시니어분들이 오히려 더 여유가 있고, 돈도 있고, 은퇴가 이미 준비가 되신 분이 굉장히 많거든요. 이런 분들이 과거에 소비 계층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분들이었는데 이분들이 자녀들에게 손쉽게 인터넷 사용 방법을 배워서 요즘에는 시니어들이 유튜브로 가서 뉴스도 보시고, 주식도 하고, 트로트 관련된 것도 보시거든요. 연령이 있는 분들도 밈을 즐기는 현상이 생기고 있어요. 요즘은 전 세대가 밈에 노출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최형진: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승윤: 네 감사합니다.

◇ 최형진: 지금까지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 문화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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