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년 6개월 실형 받은 이재용...'엄벌'과 '봐주기' 사이 줄타기?

징역 2년 6개월 실형 받은 이재용...'엄벌'과 '봐주기' 사이 줄타기?

2021.01.19. 오후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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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서원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죠.

집행유예가 나올 수도 있다는 예상은 깼지만, 재판부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형을 감경한 것이어서, 법원이 '엄벌'과 '봐주기' 사이에서 줄타기했다는 평도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재판 전후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임성호 기자!

일단 어제 '국정농단 뇌물공여'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요.

재판 전후 이 부회장의 모습 어땠나요.

실형을 예상한 분위기였나요?

[기자]
어제 오후 2시 5분에 선고 공판이 시작됐는데요.

이 부회장은 재판 20분 전쯤 법원에 도착했는데, 여전히 취재진 질문에는 말을 아꼈습니다.

[이재용 / 삼성전자 부회장(어제) : (선고 앞두고 만일의 상황 대비해 그룹에 대응 지시한 게 있나요?) …….]

다만 그간 재판과는 다른 점도 하나 있었는데요.

선고가 끝난 이후 이 부회장이 법정 밖에서 몇 마디 할 수도 있다고 삼성 측이 기자들에게 알려온 것이었습니다.

이에 기자들 사이에선 이 부회장이 실형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 보는 거 같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후 선고에서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법정에서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이 부회장은 변호인들과 귀엣말을 나누고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고, 그 길로 서울구치소로 호송됐습니다.

[앵커]
어제는 파기환송심이어서, 이 부회장의 유무죄 여부에 대한 판단은 새로울 게 없었죠?

[기자]
네, 재판부는 우선 재작년 9월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한 취지대로, 이 부회장의 뇌물과 횡령 액수를 50억 원 늘어난 86억 원대로 인정했습니다.

이어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86억 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하고도 범행을 은폐하고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고 질타했습니다.

특히 감형 요소로 거론됐던 삼성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판단이 가장 핵심이었는데요.

재판부는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양형에 참작할 정도로 실효성이 충족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준법감시위 활동을 평가한 전문심리위원 3명의 의견이 각각 나뉘었는데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재판부 지명 심리위원이 유보적 입장을 밝힌 게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재판부는 특히 정치 권력이 바뀔 때마다 삼성 최고 경영진이 가담한 뇌물 횡령 사건이 반복돼 온 건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이번에 마련한 준법감시제도가 준법윤리경영을 위한 큰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아까도 잠깐 언급됐지만, 어제 재판을 앞두고 이 부회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많았는데 실형이 나왔어요.

엄벌이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우선 '징역 2년 6개월'이라는 형량을 눈여겨봐야 하는데요.

이 부회장의 여러 범죄 혐의 가운데 법정형이 가장 높은 건 '횡령죄'입니다.

이번에 86억 원의 횡령이 인정됐는데, 50억 원 이상 횡령에 대한 법정형은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여기에 '작량 감경'을 최대한으로 적용해서, 2년 6개월까지 형을 줄였습니다.

'작량 감경'이란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판사가 짐작하고 헤아려서 형을 감경할 수 있는' 형법에 보장된 권한인데요.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권고 형량은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4년에서 10년 2개월 사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를 이 부회장이 거절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양형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다소 부당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 형량보다도 낮은 형량에 법조계에선 이런저런 지적이 나옵니다.

우선 뇌물공여가 수동적이었다고 판단하고 감경 요소로 인정한 건,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는 대법원 판단과 안 맞는 거 아니냔 지적이 나오고요.

또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초범 여부나 수동적 뇌물 등 감경요소는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도, 범행의 계획성과 조직적인 면 등 가중요소는 뒤로 미룬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이 부회장 측이 집행유예란 최선은 못 얻어냈지만, 차선은 달성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시민단체와 변호사 단체 등이 형량에 대해 유감이나 아쉬움을 표명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앵커]
이 부회장은 어제 바로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죠?

[기자]
네, 이 부회장은 어제 선고가 끝난 직후 법정구속 된 뒤, 서울구치소로 호송됐습니다.

이 부회장은 도착하자마자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음성이 나온 뒤 독방에 격리됐습니다.

이 부회장은 독방에서 2주간 지낸 뒤 유전자 증폭 진단검사를 다시 받는 등 모두 4주간 격리됩니다.

이 부회장은 앞서 2018년 2월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석방되기까지 1년간 수감 생활을 한 바 있습니다.

향후 재상고심에서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된다면 이 부회장은 남은 형기 1년 6개월을 채워야 합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도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재판에서도 유죄가 인정된다면, 형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어서 이 부회장의 법적 다툼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고등법원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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