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요] 코로나19 수어통역 김동호씨가 마스크 못 쓰는 이유

[잠시만요] 코로나19 수어통역 김동호씨가 마스크 못 쓰는 이유

2020.12.22. 오후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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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요] 코로나19 수어통역 김동호씨가 마스크 못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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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날짜 : 2020년 12월 20일 (일요일)
■ 진행 : 이성규 교수
■ 대담 : 김동호 수어 통역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코로나19 수어통역 김동호씨가 마스크 못 쓰는 이유



◇ 이성규 교수(이하 이성규)> 정부의 대국민 담화, 또는 재난 상황 발표 현장에서 나름의 큰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화 언어. 수어를 통해서 소통하는 분들인데요. 오늘의 주인공 수어 통역사 김동호씨입니다. 안녕하세요.

◆ 김동호 수어 통역사(이하 김동호)> 네. 반갑습니다.

◇ 이성규> 네. 반갑습니다. 우리 청취자 여러분께 직접 자신을 소개해주시죠.

◆ 김동호> 안녕하세요. 정부 브리핑하고 KBS에서 뉴스 통역을 하고있는 17년차 수어 통역사 김동호입니다. 반갑습니다.

◇ 이성규> 우리는 정부의 방역 수칙에 따라서 지금 방역 원칙을 지키면서 마스크를 쓰고 대담 중입니다. 수화라고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은데, 지금 수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수어가 맞죠?

◆ 김동호> 네. 2016년에 한국수어언어법이 통과되면서 수화로 사용하지 않고 수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 이성규> 올초부터 정례브리핑이 시작됐는데 그때 약간 문제가 있었어요. 수어통역사가 늦게 배치돼서 비판도 받고 그랬는데. 요즘은 배치된 이후에 정말 바쁘시겠어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진행돼요?

◆ 김동호> 보통 오전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이 있는 날이면 세종을 가기 때문에 보통 6시쯤 일어나서 준비를 해요. 그러면 한 시간 전에 도착을 해서 다시 세팅 준비하고 11시에 통역을 합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있는 오송으로 한 시간정도 이동을 해서 가고요. 끝나면 다시 서울로 와서 KBS 뉴스를 준비해요.

◇ 이성규> 이게 지금 들으시는 분들도 다 동선이 그려질텐데. 세종에서 오송으로 갔다 서울로. 어떻게 움직이세요? 체력이 이겨내나요?

◆ 김동호> 체력을 많이 관리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보통 전에는 수영을 좋아해서 저녁마다 수영을 다녔는데. 요즘에는 거리두기 단계가 상승되면서 수영장도 다 문닫고 외부에서 운동할 수 있는 시설들이 다 문 닫아서 집에서 홈트, 홈트레이닝으로 체력 관리를 하고 있어요.

◇ 이성규> 각자의 방법들이 다 있군요. 저는 요즘 자전거를 너무 많이 타서 자전거가 삑삑 소리가 나서.

◆ 김동호> 저도 자전거 좋아하는데 요즘 날이 추워서 못 타겠어요.

◇ 이성규> 이 일을 시작한 지 17년 됐다고 말씀하셨는데, 처음에 수어 통역사가 되겠다는 계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 김동호> 저는 딱히 처음부터 수어 통역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때는 자격증 시험도 없었고. 94년도 쯤에 우연히 수어가 굉장히 매력있는 언어라는 걸 보게 됐어요. 그 후에 언어에 좀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이후에도 통역사를 한다기 보다는 수어가 좋아서 농인분들 만나고, 농인 친구들을 만나고 지내왔던 것 같아요.

◇ 이성규> 어디서 배우셨어요?

◆ 김동호> 저는 대구에서 작은 교회였는데요. 거기서 배웠어요.

◇ 이성규> 거기에 그런 코스가 있었어요?

◆ 김동호> 지금도 교회마다 농아인 부서가 있어요. 거기서 수어를 가르치거든요. 거기서 우연찮게 배우게 됐던 것 같아요.

◇ 이성규> 그렇게 배우셨어도 수어 통역사가 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 김동호> 그렇죠. 예전에는 자격증이 없어도 활동을 많이 했는데. 지금도 개인적인 통역으로는 자격증이 없어도 할 수 있어요. 근데 기관으로 요청하는 경우에는 자격증이 꼭 필요해요. 최소한의 자격요건이라고 보시면 돼요.

◇ 이성규> 아. 그러시군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게 방송에서 나오는 방송 수어 통역인데, 방송 수어 통역말고도 여러 가지 영역이 있죠?

◆ 김동호> 네. 그럼요. 지역 사회는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통역을 해요. 필수 분야인 의료 통역도 있는데요. 그 외에도 경찰서, 법원, 학교, 관공서, 심지어는 영상으로도 중계 통역을 하거든요. 그러면 짜장면 주문에서부터 치킨, 피자, 각종 외식분야까지 통역을 하게돼요. 수어 통역은 우리가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부분을 다 한다고 보시면 돼요.

◇ 이성규> 네. 촉수어라는 것도 있죠? 그 부분은 진짜 난이도가 높던데요.

◆ 김동호> 그렇죠. 헬렌켈러를 생각하시면 되는데. 일단 안 보이고 듣지 못하기 때문에 수어를 하게 되는 것들이 손으로 하게 되는데. 조금 더 표현을 신경 써야해요. 손으로만 전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어떤 단어들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도 있고, 어떤 부분들은 이해가 쉬운 단어들도 있거든요. 쉬운 단어들로 치환을 하면서 하는데 조금 더 기술이 필요합니다.

◇ 이성규> 특히 데프블라인드라고 해서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분들의 소통을 위해서 쓰는 방법인데, 정말 그 과정을 상상하니 너무나 어려울 것 같아요.

◆ 김동호> 요즘 농맹인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서 요즘에는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고 지원도 많이 하려고 준비 중에 있어요.

◇ 이성규> 근데 이제 다시 수어로 돌아갔을 때, 이 수어의 어순이 우리가 쓰는 수어인데 한국어 문법하고 좀 다르다면서요?

◆ 김동호> 네. 아마 이 부분이 가장 많이 오해하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방송의 자막을 보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요. 수어도 한국어와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주어, 목적어, 서술어로 구성이 되는데 이게 시각장애인의 언어라서 주어에 따라 위치도 오른쪽에 둘 수도 있고 왼쪽에 공간을 두기도 하고. 사용하는 공간이 달라지면서, 표정도 달라지고, 그 얼굴 표정에서 문장을 끝내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이런 부분들이 들어가고 있어요. 한편으로 영어랑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조사가 없어요. 은,는,이,가 이런 부분들이 없고요. 이런 부분들이 한국어랑 많이 다른 부분이죠.

◇ 이성규> 근데 좀 궁금한게 있는데요. 제가 김동호씨 들어오실 때 너무 핸섬해서 깜놀했거든요? 깜놀, 이런 신조어들은 어떻게 표현하세요?

◆ 김동호> 통역에는 일단 의미만 알면 다 표현할 수 있어요.

◇ 이성규> 그럼 풀어서?

◆ 김동호> 그럼요. 네. 그래서 어떤 뜻인지 아는 게 중요해서. 저희도 매일 새로운 언어나 용어들을 공부하고 있어요.

◇ 이성규> 새로운 언어들을 전달하려고 풀어서 전달하신다는거죠?

◆ 김동호> 네.

◇ 이성규> 그래도 수어 통역사들이 다 퀄리티가 균질하다고 볼 순 없잖아요. 어떤 분은 잘 하시고, 어떤 분은 농아인들이 보고 이해하기 힘들 수가 있을 테고, 개인차가 날 텐데요. 잘 하는 수어를 위한 자질? 이런게 있을까요?

◆ 김동호> 지적인 호기심에서부터 내용을 잘 듣고 빨리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고요. 때에 따라서는 담력도 필요해요. 상황에 따라서는 담력도 필요한데, 제가 어떤 자질을 이야기하기에는 제 스스로도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답하긴 좀 어려울 것 같고. 대신에 한가지를 들자면, 포기하지 않고 매일 전진해가는 그런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현장이 의외로 거칠거든요. 실패하는 경험들이 매일 짓누를 때가 많아요. 그런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조금 더 매일 새롭게 전진해나가는 그런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 이성규> 자질보다는 자세. 네. 근데 수어 통역하시는 분들을 보면 주로 어두운 색깔을 많이 입고 나오시던데. 오늘 김동호씨도 어두운 색의 양복에 마스크까지 까만 걸 끼셨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나요?

◆ 김동호> 저희가 소리로 얘기하자면 잡음을 줄여서 선명한 소리를 전달하려는 거에요. 전달에 방해되는 시각적인 부분들을 최대한 줄이려는 거죠.

◇ 이성규> 현란한 의상이나 이런 부분들이 주위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그러시는거죠? 그러면 이해가 갔어요. 많은 분들 재난 방송에 나오시는 분들 상상을 해보니까 전부 그렇게 어둡게 입으셔서 말씀을 드렸는데, 결국 시청자를 위한 거네요?

◆ 김동호> 네. 그렇죠.

◇ 이성규> YTN 라디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정례브리핑의 숨은 주역, 수어 통역사 김동호씨입니다. 우리가 이쯤돼서 노래 한 곡을 추천 받아서 듣거든요? 김동호씨는 어떤 노래를 추천해주시겠어요?

◆ 김동호> 저는 장범준의 잠이 오질 않네요를 추천하고 싶어요.

◇ 이성규> 요즘 잠을 잘 못 주무시나요?

◆ 김동호> 제가 수어 통역이 있는 날이면 노래 가사처럼 언제나 두근거리고 설레이면서 떨리는 게 있어요. 사랑이란게 늘 쉽지만은 않은데, 통역도 그런 것 같아요. 기쁨도 있다가 아픔도 있고, 그러면서 늘 설레게하는 그런 게 있어서 이 노래를 선곡하게 됐어요.

◇ 이성규> 그러면 김동호씨가 추천하신 장범준의 잠이 오질 않네요를 듣고 오겠습니다. 네. 장범준의 잠이 오질 않네요를 들었습니다. 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수어 통역사 김동호씨입니다. 계속해서 얘기 나눠보겠는데요. 코로나 19 브리핑에 참여하는 통역사분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렇게 많진 않고 얼굴들이 익숙한 것 보니까 몇 분되는데. 이 분들이 일을 할 때 업무분담이 잘 이루어지나요?

◆ 김동호> 저희가 정부 브리핑도 지방에서 브리핑을 할 때가 있는데요. 중앙에서 할 때는 6명이 돌아가면서 하고있어요.

◇ 이성규> 중앙부처의 재난본부에 예를 들어 정은경 본부장이 브리핑하시는 옆에?

◆ 김동호> 네. 각자 스케줄이 조금씩 달라서 저희가 국어원에서 조율을 해서 배정을 받아요. 그래서 저희가 갑자기 브리핑이 잡히면 가기도 하는데요. 보통 통역할 때는 업무 분담이라고 할 건 많이 없고요. 2인 1조로 가면서 서로 통역을 위해서 조금씩 도와주는 서로 보조해서 하는 정도예요.

◇ 이성규> 앞에서 한 분이 하실 때 다른 분은 그럼 어디서?

◆ 김동호> 맞은편에 있어요. 서로 보면서 혹시나 신조어나 새로운 용어나 발음이 안 좋아서 잘 안들릴 때 그런 부분들을 같이 도와주고 있어요.

◇ 이성규> 그래도 교체를 몇 분 간격으로 하세요?

◆ 김동호> 보통 2~30분에 한 번씩 하고 있어요.

◇ 이성규> 확실히 그 이상 넘어가면 분산이 되고.

◆ 김동호> 엄청 분산이 되고요. 브리핑같은 경우에는 집중력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더라고요. 보통 다른 데서 한 시간 하는 것 이상으로 소요가 많이 돼요. 그래서 2~30분 하고 나면 급속도로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 이성규> 그러시군요. 그럼 아까 하시는 운동같은 것도 지속적으로 하셔야겠네요.

◆ 김동호> 네. 하다보니까 웬만한 홈트로는 땀이 안나서 센 걸 찾고 있어요.

◇ 이성규> 그렇군요. 코로나 19통역이 평상시에 다른 통역에 비해서 더 힘들고 신경이 쓰이지 않나 싶은데요.

◆ 김동호> 네. 엄청 신경이 많이 쓰여요. 아무래도 용어가 쉽지 않아요.

◇ 이성규> 전문 용어들이 많으니까요.

◆ 김동호> 네. 평상시에 사용하지 않는 용어가 굉장히 많거든요. 내용을 많이 듣고 연습을 많이 한다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PCR 검사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이게 무슨 검사지?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하지를 머릿 속으로 아무리 굴려봐도 안나오는 거예요. 왜냐하면 내용을 모르니까요. 그러면 영어 알파벳 쓰듯이 쓰긴 쓰는데. 그 다음에 가서는 어떤 내용인지를 찾아보고 다시 연습해서 가요.

◇ 이성규> 그것도 풀어서 해주셔야 겠네요?

◆ 김동호> 네. 그렇죠. 그 모양을 차용해서 사용을 하고요. 최근에는 임시선별진료소의 경우에서 신속항원검사 이런 걸 한 대요. 그래서 이게 뭐지? 나오게 되면 이걸 또 찾아보고 공부해야하는거죠.

◇ 이성규> 신속항원검사. 그건 침으로 하는 건가요?

◆ 김동호> 그건 다른 부분이고요. 15분 정도만 있으면 검사결과를 알 수 있는 방법인데요. 이런 부분들도 나오면 또 공부하고 공부합니다.

◇ 이성규> 그걸 하고나면 그걸로 바로 알 수가 있나요? PCR하고 비슷해요?

◆ 김동호> PCR하고 다른 검사이고요. 이것도 민감도로 얘기하면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데, 코로나로 인한 양성을 잡아내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해서, 신속하게 검사할 수 있는데, 정확한 건 PCR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 부분까지 공부를 해서 갑니다.

◇ 이성규> 네. 정례 브리핑 때 수어 통역하시는 분들이 왜 마스크를 끼지 않냐. 저러다 감염되면 어떡하냐. 그런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많으세요. 마스크를 끼지 않는 이유. 한번 말씀해주실래요?

◆ 김동호> 우선 이 자리를 빌어서 저희를 걱정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알다시피 수어가 시각적인 언어라서 눈으로 보여주는 부분들이 굉장히 중요해요. 중요한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 브리핑 시간에만 마스크를 벗고 통역해요. 요즘에는 말씀을 하시는 브리퍼 옆에 칸막이가 설치되어있어서 조금 더 안심하고 보셔도 될 거 같고요. 그리고 저희가 통역할 때 말고는 마스크를 항상 쓰고 있습니다. 항상 조심하고 있어요.

◇ 이성규> 수어니까 손으로 하시잖아요. 그 쪽으로 전달하는 게 사실 소통량의 30%밖에 안된다면서요? 나머지는 표정과 입모양.

◆ 김동호> 네. 얼굴표정하고 몸의 동작하고 이런 부분들이 비수지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게 7~80%정도의 문법적인 요소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하려면 마스크를 벗고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 이성규> 그러니까 소통을 위해서 그렇게 하시는 거죠?

◆ 김동호> 네.

◇ 이성규> 브리핑 현장에서 PCR이 뭔지 공부를 하셔야하는 부분도 있다고 하셨는데. 소통력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 각자 하시는 노력이 있겠죠?

◆ 김동호> 네. 저같은 경우에는 뉴스를 들으면서 통역 연습을 많이 하고요. 특히 주제가 다른 브리핑을 맡게되면 관련된 정보나 내용들을 많이 찾아봐요. 보통 3~4년 전에 나온 정부의 정책이나 용어들을 다 찾아보고 수어로 준비해요.

◇ 이성규> 어떤 판사님이 어떤 사건을 맡으면 그에 관련된 책을 최소한 6권을 읽는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셔야 되는 군요.

◆ 김동호> 네. 주제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많이 찾아봐요. 그 분야의 문헌이나 논문, 책 나온 것까지 다 보고 갈 때도 많아요.

◇ 이성규> 이번 코로나 19 브리핑하고 또 덕분에 챌린지 안에 계시잖아요. 이 캠페인을 통해서 수어 통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그걸 김동호씨도 체감하시나요?

◆ 김동호> 제가 여기에 와 있는 게 가장 체감되는 현실인 것 같아요.

◇ 이성규> 요즘 코로나 19 상황에서 꼭 모셔야 될 분을 모신 거죠.

◆ 김동호> 제가 이런 얘기하면 굉장히 의아할 수 있는데. 저는 이렇게 인터뷰하고 얘기하는 게 굉장히 쑥스럽고 부담스럽거든요. 그래서 통역할 때말고는 전혀 다른 모습, 복장을 하고 다녀요. 그래도 예전 모습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알아봐주시고 하시더라고요.

◇ 이성규> 그러니까 코로나 19 현상 중에 하나가 어디가면 날 알아본다네요.

◆ 김동호> 네. 그럴까봐 모습을 바꾸고 다닙니다.

◇ 이성규> 그런데도 알아본다는 거네요. 특히 어디에서 알아보세요?

◆ 김동호> 주로 제가 자주 가는 단골집들이 있거든요. 제가 마스크 벗으면 얼굴을 다 아니까 혹시 하시는 분 아니냐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이성규> 단골집이라 함은 주로 밥 먹는 집이요?

◆ 김동호> 밥 먹는 집도 있고 미용실도 있고 가게도 있고요.

◇ 이성규> 네. 이제 유명인사 됐으니 언행을 더 조심하셔야겠네요.

◆ 김동호> 그러시면 더 부담스럽습니다.

◇ 이성규> 그리고 요즘 다들 어려운 의료진들도 다 어렵고 그런데 가장 뿌듯했던 경험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김동호> 농인 분들이 제가 통역하는 모습을 보시고 좋아해주실 때가 있고요. 어떤 분들은 팬이 되었다고 얘기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때 기분이 좋아져요.

◇ 이성규> 팬이 됐다. 준비를 많이 하셔서 그만큼 소통이 잘됐다는 얘기네요. 그 분들이 나 저 사람 팬이다라고 느낄 정도면 준비를 많이 하신 것 아니겠어요?

◆ 김동호> 네.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게 여기고 있어요.

◇ 이성규> 지금 수어 통역의 현상을 보면 전국적으로 수어 통역하는 분들이 부족한 거죠? 어떤 상황이에요?

◆ 김동호> 그렇죠. 전국적으로 청각장애인 수를 얘기하면 많이 얘기하면 40만까지 보기도 하고 실태조사를 하면 31만명 정도까지 보는데. 거기서 노인성 난청을 빼더라도 지금 전국에 수어 통역사가 1800명 정도 돼요. 그럼 이 1800명 정도로 전국적인 서비스를 커버하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어요. 또 그중에는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워낙 그동안 수어 통역사에 대한 인프라, 환경적인 부분들이 받쳐주지 않다보니까 장롱면허처럼 자격증은 따지만 고스란히 집에 모셔두고 있는 분들도 계시고 그러다 보니까 서비스를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특히 교육현장에서는 더더욱 부족합니다.

◇ 이성규> 교육현장에서는. 근데 이제 17년전에 시작하실 때. 그때하고 지금하고 비교하면 어떠세요?

◆ 김동호> 그때랑 비교하면 세월이 정말 많이 변했죠. 특히 이렇게 저희가 브리핑할 때 옆에서 통역한다는 것 자체가 그때만해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지금 이렇게 현실이 되어있으니까요. 그래도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이 변하고 문화도 변하는만큼 그에 걸맞게끔 통역에 대한 요구도 많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 이성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나 정책 시스템이나 이런 쪽에서 이런 부분들은 이렇게 저렇게 해줄 수 없을까라는 아쉬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 김동호> 저는 어떤 멘트나 경구를 보면 따뜻한 세상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있는데 저는 좀 생각을 달리 하자면, 조금 더 차갑게 이성적으로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흔히 저희가 이제 통역하러 현장을 가거나 하면, 아이고 눈이 안보여? 귀가 안들려? 이렇게 하시면서 안타까워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시거든요. 저는 이제 그렇게 하기보다는 한명의 사람으로 사람 사람으로 우리가 필요한 게 있다면, 이 사람도 필요한 게 있을 거다. 또, 그리고 지금은 자유 민주주의를 되게 편안하게 느끼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민주주의가 뭔지 잘 모르고 너무 체감하면서 느끼다보니까 지내는데. 그런 걸 쟁취하면서 얻어가는 분들은 아, 이게 자유민주주의다라는걸 아는 것처럼. 그 한 사람, 한 사람도 필요한 부분들이 다 있거든요. 그리고 그런 부분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누리는 것들은 이 사람들이 지금 못 누리고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분들은 쟁취해서 누려야 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그러한 자유로움과 편안함들이 이분들은 어떤 부분들이 필요할까. 어떤 부분들이 있어줘야 할까를 사람 대 사람으로 생각하면서 봤으면 하는 바람들이 있어요.

◇ 이성규> 네. 근데 혹시 수어 통역사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세요?

◆ 김동호> 제가 지금까지 좀 무겁고 재미없는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수어 통역사의 세계를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참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좀 힘드시더라도 포기하고 싶으시더라도 좀 힘내서 열심히 달려 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그리고 정말 재미있으니까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면 달려가겠습니다.

◇ 이성규> 네. 그러면 어떻게 준비하면 어떤 사람이 되겠다. 그런 조언을 해주고 싶다. 그말씀이죠?

◆ 김동호> 다소 저는 방법적인 면들을 많이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실패를 많이 해봐서.

◇ 이성규> 대구에 있는 추억을 언제 한번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앞으로는 어떤 꿈을 갖고 계십니까?

◆ 김동호> 제가 하는 통역이 맛있는 레시피로 만들어진 하나의 요리처럼 보여지고 싶어요. 누가 먹어도 맛있고, 먹는 내내 즐거운 요리처럼. 이런 통역을 하고 싶어요.

◇ 이성규> 그게 이제 제2의 창조 아니겠어요?

◆ 김동호> 네.

◇ 이성규> 마지막으로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한 말씀 하시죠.

◆ 김동호> 요즘은 더 많이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어느 누구할 것 없이.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모두가 다 힘들어진 시기인 것 같은데요. 혹시 누군가 옆에 계시다면 지금 잘 하고 있다. 이렇게 박수 쳐주시고 격려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 모두 다 잘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이성규> 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모두의 원할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숨은 조력자, 수어통역사 김동호씨와 함께 해봤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 김동호> 네. 많이 부끄럽습니다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성규> 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는 YTN 라디오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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