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view] 돌봄의 사각지대, 방임

[人터view] 돌봄의 사각지대, 방임

2020.10.24. 오전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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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에 학교와 돌봄 센터가 문을 닫으면서 보호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부모들은 방법이 없어 아이만 혼자 집에 둘 때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러한 돌봄 공백이 '방임학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람, 공간, 시선을 전하는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았습니다.

[내레이션]
아빠 없이 엄마와 살던 사 남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한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는 아이들만 남겨둔 채 집을 나가 수개월째 돌아오지 않는다.

동생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는 큰아들.

이 아이 역시 12살에 불과하다.

엄마의 방임과 방치로, 보는 사람마저 힘겹게 하는 아이들의 삶.

영화는 1988년 일본 도쿄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실제 사건 속 아이들의 삶은 영화보다도 잔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향한다.

그동안 보호자와 아이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초등학생 부모들]
- 애 때문에 일을 안 하고 있어요. 지금.
- 외할머니가 (봐주셨어요.)
- (저희는) 맡길 데 없을 때 휴가 냈어요. 휴가.
- 정말 난감해요. 애들 둘만 어쩔 수 없이 집에 (두고)…
- CCTV 달고 (아이만) 집에 혼자 있었어요.
- 밥도 차려놓긴 하지만 불안하죠.
- (차라리) 아이가 조금 더 빨리 컸으면 좋겠다. 정책적으로는 기대해봤자 빨리 저희한테 와닿는 게 없기 때문에…

한 연구기관의 조사를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평일 등교수업을 하지 않는 날 90%에 가까운 학생들이 집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고, 특히 초등학생은 집에서 부모와 함께 지냈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사회가 담당했던 돌봄의 시간이 고스란히 가정의 부담이 됐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경제여건이 어려울수록 보호자 없이 혼자 보낸 시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혜미 / 아동권리보장원장 : (코로나19 전에는) 학교나 다른 쪽에서 보호받던 아이들이 전부 집으로 오게 되었는데 요즘 맞벌이 가정이 많고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만 있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원치 않는 방임이 생긴 겁니다. 가정 내에서 혹시 일어날 수도 있는 방임과 관련된 부분들을 어떻게 더 촘촘하게 챙길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해서 여러모로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방임학대는 큰 사고로 이어지고 나서야 심각성이 드러났다.

그 후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가정의 어려움 해결과 혹시 있을지 모르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취약계층 가정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다.

10월부터는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공적 책임 강화를 위해 그동안 민간기관에서 맡았던 아동보호 관련 조사업무를 공공기관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전담 공무원을 배치했다.

[허성연 / 아동학대전담공무원 : (그전에는) 언론으로 접했던 아동학대 중대 사건만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아동학대가 일어날 수가 있다고 제가 한 달 동안 하면서 느낀 부분이고. 많은 분들이 '이게 아동학대일까?'라는 생각을 잘 못 하시고 이게 (방임)학대로 이어지는…]

2019년 보건복지부 통계자료를 보면 방임은 아동학대 유형별 발견율은 뒤에서 두 번째지만 사망사례로 봤을 땐 전체 56건 중 12건으로, 신체학대 다음으로 많았다.

[이윤지 / 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 방임이 한번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거나 아예 (원 가정) 분리를 해야 될 수도 있는데, (방임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정도면 보호자가 이걸 학대라고 잘 인지 못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주변에서 많이 제보를 해주셔야 보호자께서도 '아, 이게 학대구나' 인식하면서 변화되는 경우가 있고, 또 주변에서도 적절한 도움을 주실 수 있기 때문에 신고해주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허성연 / 아동학대전담공무원 : 아이들의 안전을 눈으로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조사 공공화를 진행하면서 민간기관에서 가졌던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지역사회 내에 복지서비스 현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복지 욕구가 높은 대상자 가구에 (복지서비스) 연계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학대에 대한 주변의 관심, 제도 개선과 함께 꼭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가장 힘든 점이 뭐예요?]
- 마스크 끼는 거랑 집에만 있어서 힘들었어요.
- 숨도 잘 못 쉬겠어요.
- 엄마랑 놀 때도 좀 재미없어요.
- 학교 하루만 갔다가 쉬고 그러니까 스트레스받아.
- 코로나 때문에 걱정돼. 우리 가족이 다 아플까 봐.
- (온라인 수업은) 대면을 해서 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라서 (친구들과 진도) 격차가 너무 늘어나서 진짜 진심으로 걱정이 돼요, 앞으로.
- 부모님이 집에 별로 안 계시니까 힘들고, 밥도 못 챙겨 먹고.
- 엄마가 화내는 게 너무 세게 화내서 슬퍼.
- 엄마, 아빠가 싸울 때마다 약간 불안했어요.
- 엄마, 아빠가 행복할 수 있게 더 노력해야겠다는…

[윤혜미 / 아동권리보장원장 : 아이들에게 부모(보호자)는 전 세계입니다. 내가 힘든 만큼 아이들의 우주는 더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중심으로 해서 생각을 한번 해보는 그런 코로나19 시대를 살아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버트너 / 김현미[hm2032@ytn.co.kr], 홍성노[seong0426@ytn.co.kr], 나연수, 우희석, 김민지

도움 /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 허성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이윤지 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엔케이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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