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졸면서 위조 도장 찍었다"...건설사·은행 도장까지 위조한 대담한 펀드 사기

단독 "졸면서 위조 도장 찍었다"...건설사·은행 도장까지 위조한 대담한 펀드 사기

2020.10.18. 오전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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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조 원대 옵티머스 펀드 사기에서 주된 역할을 한 건 주범들이 위조한 서류였습니다.

한 옵티머스 직원은 위조할 서류가 너무 많아 졸면서 가짜 도장을 계속 찍어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서류 위조 현장에 있었던 전직 직원의 진술 내용을 YTN이 단독 취재했습니다.

이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4월 말 NH투자증권의 실사가 예고되자, 옵티머스 펀드 사무실엔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펀드 투자금이 투입된다고 했던 공공기관 매출채권 관련 서류 등을 급하게 위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김재현 대표 비서로 있던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했습니다.

본인 방에서 서류에 도장을 찍던 김 대표가 일이 많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해, 송 모 이사 등과 함께 직접 도장을 찍었다고 증언한 겁니다.

A 씨는 호반건설과 동양건설, 정인건설, STX건설은 물론 하나은행이라고 새겨진 도장까지, 모두 도장 5개를 사용했고 회색빛 도장 보관함에 담겨있었다고 기억했습니다.

당시 서류는 김 대표와 윤석호 변호사 등이 준비한 가짜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등으로, 도장 역시 임의로 만든 가짜였습니다.

특히 A 씨는 서류 양이 너무 많아 다른 생각할 틈이 없었다며, 졸면서 도장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도장을 모두 찍은 뒤엔 김 대표가 천공을 해왔다고 기억했는데, 천공기 역시 김 대표 등이 위조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 결과입니다.

A 씨는 당시 건설사나 은행 도장이 사무실이나 금고에 있는 걸 이상하게 생각해, 직접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남겼다고도 진술했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1조 원 넘게 투자된 펀드 사기 관련 서류가 하룻밤 사이 위조됐고, 이후 들이닥친 NH증권 관계자들의 실사도 문제없이 넘겼습니다.

사무실에서 손쉽게 위조한 서류로 버젓이 펀드 판매사를 속일 수 있었던 대담한 범행에 다른 배경은 없었던 건지는 검찰이 로비 의혹 수사에서 명백하게 밝혀내야 할 부분입니다.

YTN 이종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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