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view] 그들에게 신념을 묻다 : 확증편향의 늪

[人터view] 그들에게 신념을 묻다 : 확증편향의 늪

2020.10.10. 오전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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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신념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려는 확증편향으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광화문광장이 대표적입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조차 편향적이고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사람, 공간, 시선을 전하는 인터뷰에서 확증편향의 늪에 빠진 광화문광장을 조명했습니다.

[내레이션]
지난 8월, 광화문 집회 관련 감염자가 속출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인 통제되지 않은 집회의 위험성이 과학적 검증을 통해 밝혀졌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견고한 정치적 신념으로 무장돼 있었다.

위험성이 검증된 이후, 그들 신념엔 변화가 있었을까?

〈확증편향 確證偏向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

[기자 : 무슨 이유로 나오셨어요?]
[시위자 : 아니 우리의 의사를 표현해야 할 것 아닙니까! 광화문을 왜 막냐고! 광화문을 뭐하러 막냐고!]

10월 3일 광화문광장은 경찰버스와 바리케이드로 봉쇄됐다.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본권을 과하게 제한한다며 반발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시위자 : 헌법 21조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게 공산주의지 뭐야!]

이러한 다름이 충돌로도 이어졌다.

[시위자 : 문재인이 중국 우한사람들을 들여와서 이렇게 된 거예요!]
[행인 :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때는 아줌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예요!]
[시위자 : 정신 차리세요!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당신이 사는 거야!]
[행인 : 아줌마야말로 정신 좀 차리세요! 개념 좀 챙기세요!]
[시위자 : 정신 차려, 이 XX아!]
[시위자 : XX문이니까. 그냥 내버려 둬!]

폭발적인 정보홍수 속에서 편식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내 생각과 비슷한 콘텐츠를 모아주는데, 여기에 기성 언론의 진영논리가 더해지며 확증편향이 강화된다.

본디 갖고 있던 신념은 더욱 견고해지고 사회는 양극단으로 치닫는다.

[기자 : 유튜브 어떤 것을 주로 보세요?]
[시위자 : 전광훈 목사님 유튜브 하고요(너알아TV), 김동길 교수님하고(김동길TV), 신의한수.]
[기자 : 어떤 신문 주로 보세요?]
[시위자 : 조선일보 봅니다.]
[기자 : 조선일보와 배치되는 근거들은 다 거짓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시위자 : 아, 거짓이든지 말든지! 우리는 조선일보를 45년을 봤기 때문에 나는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가.]

"모두가 세상을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
- 한스 로슬링 外,『팩트풀니스』에서.

저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확증편향은 누구에게나 있다.

저자는 인간의 이러한 비합리적 본능에 관해 이야기한다.

극단적 상황을 만들어 '우리'와 '저들'을 나누고,

[경찰 : 마스크 쓰시라고요!]
[시위자 : 이거 왜 막느냐고 여기를?]
[경찰 : 마스크 쓰시라고요.]
[시위자 : 아니, 이유가 뭐야?]
[경찰 : 마스크 쓰세요!]
[시위자 : 당신 북한 사람이야? 북한으로 가, 북한으로!]

비율을 왜곡해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린다.

[시위자 : 코로나 몇백 명 죽었다는데, 교통사고로 5천 명 죽고, 노인네들 폐렴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아.]

과거를 잘못 기억하기 때문에 세상은 점점 나빠진다고 믿으며,

[시위자 : 북한의 지령에 의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는 그 말이 저는 맞다고 생각이 들어요. (현 정권을) 이렇게 죽 보니까 하는 것마다 사사건건 우리나라를 망치는 일만 하고 있더라고요.]

모든 문제는 단 하나의 원인이 있어 그것만 반대하면 그만이라고 여긴다.

[시위자 : 문재인을 원망해야지!]
[시위자 : 대통령이 지금 있습니까?]
[시위자 : 지금 문재인 정권이 하는 걸 보면요!]
[시위자 : 문재인은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지!]

항상 비난할 상대를 찾지만, 거울을 보진 않으며, 언제나 이런 식으로 세상을 완벽히 오해해왔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모두가 지닌 확증편향에 관한 이야기다.

2016년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사람들 신념에 부합하는 문장과 이를 반박하는 문장을 보여주고,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했다.
〈미국 남가주대 요나스 카플란 교수 연구팀,「반대 증거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유지하는 신경 상관관계」, 사이언티픽리포트, 2016〉

과학적 검증을 거친 비정치적 문장은 기존 생각을 바꾸게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정치적인 문제는 달랐다.

사람들은 정치적 입장을 정체성과 동일시하며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뇌의 '편도체'와 '뇌섬엽'이 활성화하는데, 여긴 두려움과 연관된 부위다.

정치적 신념과 배치되는 문장을 받아들이는 건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라 여겨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기자 : (코로나19에) 걸린다고 (과학적으로) 밝혀졌는데, 그러면 그걸 안 믿으시는 거예요?]
[시위자 : 아, 우리는 8.15 때 다 같이 있었지만, 같이 밥도 먹고 했지만 아무도 안 걸렸어요. 걸린 사람 아무도 없어.]
[기자 : 그러면 정부에서 걸렸다고 발표하는 건?]
[시위자 : 모르죠 그건. 내가 실제로 본 게 아니니까.]

[기자 : 지금 코로나 때문에 위험해서 못 모이게 하는데?]
[시위자 : 그건 하나의 궤변이야! (궤변이요?) 그렇지!]

[기자 : 그러면 정부가 방역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시위자 : 당연히 잘못하고 있지! 그걸 질문이라고 해!]

[명승권 / 국립암센터 교수 (근거중심의학 연구)
: 같은 사회현상을 해석할 때도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관, 여러 가지 체계로 해서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정치·사회적인 현상과는 전혀 다른 의학적인 영역의 문제거든요.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모여서 집회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감염의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서 이러한 의학적·과학적 사실들을 정치적 의도에 맞게 해석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여담 하나.

선조 24년(1591).

일본을 살피고 온 부사 김성일은 같은 걸 보았음에도, 정사 황윤길과 정반대의 이야길 한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조정은 아무 대비도 하지 않았고, 1년 뒤 이 땅엔 참화가 들이닥친다.

확증편향에 갇힌 정치적 입장 때문에 검증을 가려버린 사례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버트너/ 이상엽[sylee24@ytn.co.kr], 윤용준[yoonyj@ytn.co.kr], 홍성노, 박재상, 홍성욱

도움/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 요나스 카플란 교수 연구팀, 한스 로슬링外 『팩트풀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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