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정부 '낙태죄' 개정 착수..."임신 24주까지 제한 허용"

[취재N팩트] 정부 '낙태죄' 개정 착수..."임신 24주까지 제한 허용"

2020.10.07. 오후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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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지난해 4월 "낙태죄 조항은 위헌" 판단
헌재 "2020년 말까지 법 개정"…헌법불합치 결정
정부, 형법상 ’낙태죄’ 처벌 조항은 그대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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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예고된 대로 정부가 임신 초기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오늘 입법예고 했습니다.

임신 14주까지 낙태는 처벌하지 않고, 24주까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임신 중단을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 연결해 짚어보겠습니다. 조성호 기자!

정부가 낙태죄 관련 법률 개정 절차에 착수한 건데요.

배경이 뭔지 먼저 짚어볼까요?

[기자]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 결정이 배경입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먼저 당시 헌재 판단 일부 내용 들어보시죠.

[서기석 / 당시 헌법재판관 (지난해 4월) : 자기 낙태죄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됩니다.]

다만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입법 부재로 혼란이 우려된다며 올해 말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런 헌재 주문에 따라 정부가 여러 논의를 거쳐 1년 6개월 만에 입법 작업에 나선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정부가 낙태를 처벌하는 조항을 어떻게 손보는 건가요?

[기자]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형법은 낙태한 여성을 1년 이하 징역이나 2백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요.

낙태수술을 집도한 의사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들은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다만 '낙태의 허용요건'을 정한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임신 초기인 14주 이내에 의학적으로 이뤄진 낙태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또, 24주까지는 성폭행 피해로 인한 임신 등에 대한 낙태를 허용하고,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임신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담과 24시간 숙려기간을 거쳐 낙태를 결정했다면 처벌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앵커]
임신 14주까지는 제한 없이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건데 어떤 기준으로 정한 거죠?

[기자]
임신 14주는 헌재가 낙태죄 조항을 판단하면서 임신 중단을 허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기간 가운데 하나입니다.

당시 이은애 재판관의 의견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은애 / 헌법재판관 (지난해 4월) :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수술이 가능하며, 여성이 낙태 여부를 숙고해 결정하기에 필요한 기간인 임신 제1/3분기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여….]

정부 역시 '실제적 조화의 원칙'을 언급했습니다.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최적화하는 방안을 고민했다는 겁니다.

14주까지는 태아가 사고를 하거나 자아를 인식할 수 없다는 세계보건기구 등의 여러 연구 결과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낙태와 관련해서 정부가 모자보건법 개정도 동시에 추진하는데요.

어떤 내용이죠?

[기자]
정부는 원치 않는 임신을 막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현행법에 '수술'만 규정했던 임신중절 방법을 '약물이나 수술 등 의학적 방법으로 임신을 종결하는 행위'로 바꿨습니다.

낙태 시술 방법을 구체화해서 임신부의 선택권을 늘렸다는 설명입니다.

중앙 임신·출산 지원기관을 설치해 긴급전화나 온라인 상담을 제공하고,

보건소에도 상담기관을 둬서 임신으로 인한 위기·갈등 상황에 대한 사회·심리적 상담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담 절차를 거치면 임신의 유지·종결에 관한 상담사실확인서를 발급받게 됩니다.

심신장애인은 법정대리인 동의로,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의 대신 상담사실확인서 등으로 낙태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임신 24주 이내 임산부가 상담 이후 24시간 숙려기간이 지나면 낙태로 처벌받지 않도록 한다는 겁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었던 배우자 동의 요건도 삭제됐습니다.

다만, 의사는 본인의 신념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요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앵커]
헌재가 주문한 입법 기한은 연말까지인데요.

앞으로 입법 절차가 어떻게 되죠?

[기자]
입법예고 기간은 다음 달 16일까지 40일입니다.

정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최종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이후 국회에서의 원활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지원해 올해 안에 법 개정이 완료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헌재가 위헌 판단한 낙태 처벌 조항은 그대로 남겨둔 만큼 법안이 최종 공포될 때까지도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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